[인터뷰] FT아일랜드 “욕이란 욕 다 먹으면서 오기 생겼죠”

입력 2016-07-25 09: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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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아일랜드, 사진=FNC엔터테인먼트

밴드 FT아일랜드가 새 앨범 'Where`s the truth?(훼얼스 더 트루스)'를 발표하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홍기는 "이번 곡('Take Me Now')은 100위 안에 못 들 거 같다. 왜냐, 이런 노래가 (차트에)든 적이 없다. 음악방송에서도 이런 노래를 부른 사람이 없다. 그런데 그게 또 멋 아니겠나?"라면서도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음악을 하겠다는 뜻이냐고 묻자 "우리 아직 인기 있다!"라고 발끈했다.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긴 하지만, 그게 무슨 대수랴. 이런 자신감과 자존심, 근성이야말로 FT아일랜드를 보여주는 특징인 것을.

FT아일랜드(최종훈-기타, 이홍기-보컬, 이재진-베이스, 최민환-드럼, 송승현-기타)가 7월 18일 발표한 여섯 번째 정규앨범 'Where`s the truth?'는 멤버들이 직접 전곡의 작사∙작곡은 물론 프로듀싱까지 맡으며 자신들이 추구하는 음악이 어떤 것인지를 보다 명확하게 담아낸 앨범이다.

FT아일랜드가 전곡의 작사·작곡에 참여한 앨범을 선보이는 것은 지난해 발표한 'I Will'에 이은 두 번째로, 누군가는 2007년 데뷔해 올해 10년차를 맞이한 밴드가 스스로 만든 앨범이 두 장뿐이라는 것 자체를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이홍기, 사진=FNC엔터테인먼트


그리고 FT아일랜드도 여기에 대해선 할 말이 많다.

이홍기는 "8년간 아무것도 몰랐다는건 말도 안되고, 정확히 말하면 데뷔할 때 (데뷔곡 '사랑앓이'가)그렇게 잘 될지 몰랐다. 그러다보니 다음곡도 그 연장선으로 가고, 또 우리는 하고 싶은 노래가 아니니까 답답하지만 이어지고 그런 식이었다"라고 자신들이 원하는 음악을 시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를 설명했다.

이재진도 "진짜 하기 싫어했는데, 잘 돼서 (계속하는) 그런게 너무 많았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홍기는 회사와의 이런 의견충돌때문에 SNS에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고, 자연스럽게 팬들도 여기에 반응을 보였다.

이홍기는 "우리가 일본에서는 우리가 만든 음악을 했다. 그런데 (한국팬들도)그런 음악을 듣다보니까 우리가 만든 음악을 바랐다. 그러더니 나중에는 팬들이 보이콧을 하더라"라며 웃었다.

최종훈,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이어 이재진은 "대표님도 (우리 음악의 작곡을)많이 했는데, 예전의 음악 스타일을 놓고 싶지 않았던 거 같다. 그런데 이번에는 팬들이 확신을 준 거 같다. (팬들이)메시지를 전해서 우리음악을 할 수 있게 했다"라고 자신들의 음악을 시작하는데 팬들이 큰 힘이 됐음을 알렸다.

사실 지금이야 웃으며 말하지만 FT아일랜드는 자신들이 직접 만든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 아이돌 밴드라는 프레임 속에 갇혀 8년이 넘도록 온갖 조롱과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돼야 했다.

그리고 FT아일랜드도 사람인 이상, 스트레스를 받는게 당연하며 특히 회사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 표출도 서슴지 않는 이홍기의 성격을 볼 때 진작에 때려쳤다고 해도 그림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이에 이홍기는 "중간에 힘든 건 손가락으로 셀 수도 없다. 중간에 때려치려고 한 적도 많았다. '왜 내가 이 욕을 먹으면서 이걸 해야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오기가 생기더라. '그렇게 욕이란 욕은 다 먹으면서, 여기까지 왔는데'하는, 오기가 생겼다. 그러다보니 더 열고 싶은 문도 많아지고 그렇더라"라고 10년차 밴드가 될 때까지 버틴 이유를 밝혔다.

송승현,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최민환 역시 "처음에는 연주가 되느냐, 다음은 곡을 쓰느냐 그런 말이 하나씩 나오더라. 하지만 내가 앨범을 낸 게 고등학생 1학년 때다. 우리나라에서 고등학생때 앨범을 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실제로 보면 우리도 만만한 사람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요즘에는 그런 말을 들으면 우리 공연 한 번 보러 오라고 그렇게 말한다"라고 FT아일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홍기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렇게 욕이란 욕은 다 먹으면서, 여기까지 오는' 고생을 겪으면서, FT아일랜드가 얻은 것도 있다. 밴드에 대한 인지도가 그것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결과적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FT아일랜드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FT아일랜드도 이를 충분히 이용할 생각이다.

이홍기는 "어릴 때 대중성이 강한 음악을 해 온 게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인지도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그게 맞지만, 솔직히 우리가 하려는 음악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런데 그런 (대중성 강한)이미지가 계속 있었다. 이제 그냥 그걸 이용해서 우리의 음악을 하고 한국에 이런 밴드가 있다는 걸 보여주려한다. 그래서 진짜 우리의 세계관을 찾으려고 한다. 이게 우리의 숙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FT아일랜드가 하고 싶은 음악은 무엇일까. 아직까지 명확하게 어떤 장르의 어떤 스타일의 음악이라고 정의할 만큼의 표본이 부족하긴 하지만, 일단 'Take Me Now'는 EDM과 하드록 사운드를 결합한 트랜스 록에 가까운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이재진,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이홍기 역시 정확한 장르가 무엇이다라고 정의를 내리진 않았지만 "이번에는 리드미컬하고 강한 사운드가 있는 걸 하려 했다. 락적인 요소에서 빵빵 터지는 그런 노래를 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사실 어떻게 보면 음악은 100% 완성될 수 없는 거 같다. 계속 도전해보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걸 하는 거다. 어려서부터 얘기했는데, 유치한데... 카멜레온이 되고 싶다고 했다"라고 앞으로도 더 변화무쌍한 음악을 시도할것을 예고했다.

'Take Me Now'와 관련해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드러머 최민환의 만족도가 유독 높다는 것이다.

실제 최민환은 "사실 드럼이 부각되는 경우가 많이 없어서 나를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이런 음악을 하다보면 드러나니까, 최근에 드럼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오로지 드럼만 쳤는데 못보여줘서 아쉬웠다. 집에서 혼자 울고 그랬다"라고 농담반 진담반 에피소드를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FT아일랜드가 차근차근 자신들의 음악을 시작하자 이들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이홍기는 "작년부터 남자팬이 많이 늘었다.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변화다. 지금 팬들과 같이 좋아해주고 즐기고 그런다. 락에 지식도 많고 공연장에서 해주는 걸 보면 기분이 좋다"라고 팬층의 성비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인디씬에서 우리를 별로 안좋아했는데, 전작 'I Will'은 그쪽에서도 괜찮다고 하더라"라고 언더그라운드 밴드씬에서도 자신들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음을 알렸다.

끝으로 이홍기는 "저번에 센 스타일의 음악을 했으니 이번에는 다른 음악을 할 거라는 예상도 많았는데 이미지를 확실히 박아놓기 위해서 또 강한 음악을 했다. 이건 우리 안에서는 역사다"라고 지금부터 본격적인 FT아일랜드의 새 역사가 시작되고 있음을 선언했다.

더불어 최종훈은 "망치질로 치면 저번 앨범은 못을 반쯤 박은 거고, 이번 앨범은 완전히 박아 넣은 셈이다"라고 멋들어진 비유로 이번 앨범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최민환, 사진=FNC엔터테인먼트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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