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리우 리포트] 게이틀린의 ‘육상 파트너’ 김국영

입력 2016-08-1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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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와 함께 세계 육상 최고의 스타로 통하는 미국의 저스틴 게이틀린(왼쪽 사진 왼쪽 2번째)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스타디움 보조트랙에서 진행된 공식 트레이닝 도중 한국선수로는 사상 처음 올림픽 남자 100m에 도전하는 김국영(왼쪽 사진 왼쪽 끝)에게 자신의 훈련 파트너가 돼줄 것을 요청해 눈길을 끌었다. 김국영은 게이틀린뿐 아니라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카타르 귀화선수인 페미 오구노데(오른쪽 사진 오른쪽)를 만나 기념촬영도 했다. 오구노데는 아시아기록을 2차례나 경신했다. 사진출처 | 김국영 페이스북

게이틀린이 먼저 스타트훈련 제안
亞 신기록 카타르 오구노데도 합류
“많이 배웠다…본선때 큰 도움 될 것”


“저기, 나와 함께 스타트 훈련하지 않을래?”

누군가 김국영(25·광주광역시청)을 부른다. 놀랍게도 목소리의 주인공은 미국의 ‘간판 스프린터’ 저스틴 게이틀린(34)이다.

9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스타디움 보조트랙. 김국영은 게이틀린과 짝을 이뤄 약 1시간 정도 함께 땀을 흘렸다. 둘은 14일부터 시작되는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육상 남자 100m에 나란히 출전한다. 이날 1라운드를 통과하면 15일 오후 9시 스타트 총성이 울릴 준결승을 거쳐 오후 10시25분 대망의 결승 레이스를 펼칠 수 있다.

8일 도착해 선수촌에 여장을 푼 김국영은 이튿날 가볍게 몸을 풀고 트랙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올림픽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물론 공식 트레이닝은 보조훈련장에서만 가능했다. 김국영이 트랙에 들어서 몇 차례 뜀박질을 하는 것을 지켜본 게이틀린이 다가와 훈련을 함께 하자고 요청했다.

비록 우사인 볼트(30·자메이카)의 그늘에 가려져 있지만, 게이틀린은 부연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적 스프린터다. 2004아테네올림픽 1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그는 약물 논란으로 2008베이징올림픽을 건너뛰었고, 4년 전 런던올림픽에 출전해서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우승자는 볼트였다.

예나 지금이나 게이틀린은 볼트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다. 올 시즌 기록에선 9초80의 게이틀린이 9초88의 볼트를 앞섰다. 미국 언론들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도 올해는 게이틀린이 오랜 경쟁자의 벽을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화려한 경력을 지녔고, 모든 스프린터들이 동경하는 게이틀린이 먼저 훈련을 요청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더욱이 올림픽은 세상에서 가장 큰 스포츠 이벤트이고, 그중에서도 육상 남자 100m는 하이라이트다. 결전이 임박한 지금은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시점이다.

그러나 게이틀린은 한국 최초로 올림픽 육상 100m 출전권을 획득한 ‘무명’ 김국영의 실력을 얕잡아보지 않았다. 겸손한 자세와 출중한 매너로 함께 훈련하는 지구촌 동료들을 똑같이 대했다. 김국영 자신도 좋아하는 최고의 선수와 연습하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김국영도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또 배웠다. 특히 스타트 장면에서 자신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확인했다. “바로 옆 레인에서 함께 몇 차례 스타트를 떼다보니 1보에서 2보, 2보에서 3보를 찍으며 점차 높여가는 스피드가 어마어마하더라. 어찌나 빠른 움직임인지, 옆에서 이는 바람이 느껴질 정도였다.”

2008년 태극마크를 단 김국영은 지난해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한국기록(10초16)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리우올림픽 출전권을 땄다. 내친김에 9초대 진입을 목표로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한 뒤 올 2월 미국 애리조나에선 2주간의 단기레슨을 받았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마무리 강화훈련에 전념했다. 초점을 맞춘 부분은 스타트 기술과 막판 스퍼트 기술 향상인데, 게이틀린이 영감을 줬다. “9초대 선수는 확실히 다르다. 스타트의 차이가 크다. 어떤 느낌으로 어떻게 질주해야 하는지 계속 연구해야 한다.”

첫 만남에서 김국영에게 좋은 인상을 받은 게이틀린은 10일 공군대학(UNIFA) 트레이닝 필드에서 진행된 2차 훈련 때도 다시 먼저 다가와 “내일(11일) 스타트 훈련을 함께 하자”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 때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김국영도 자신만의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 그만의 사이클에 맞춰야 했다. 게이틀린이 2차 동반훈련을 희망한 날은 김국영이 멘탈집중훈련을 계획한 날이었다. 워밍업을 시작할 때부터 달릴 때까지 ‘결전’이라 여기고,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는 프로그램이다.

사실 김국영에게 동반훈련을 요청한 이는 게이틀린만이 아니다. 게이틀린과 미국에서 3년째 호흡을 맞춘 나이지리아 출신의 카타르 귀화 스프린터 페미 오구노데(25)도 있다. 그는 2차례나 아시아기록을 세웠다.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 9초93으로 우승한 오구노데는 지난해 4월 중국 우한에서 열린 아시아육상선수권에서도 9초91로 정상에 섰다. 김국영은 “올림픽을 통해 내 자신을 한 단계 성장시키겠다. 게이틀린, 오구노데와 함께 한 훈련도 큰 도움이 됐다. 최대한 기록을 단축해보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남장현 스포츠1부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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