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투구수로 본 타자와 투수의 승부유형

입력 2016-08-24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프로야구를 보면 타자를 상대로 유난히 공을 많이 던지는 투수가 있는가 하면, 빨리 승부하는 투수도 있다. 반대로 타석에서 공을 많이 고르거나 끈질긴 승부를 하는 타자가 있는가 하면,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치면서 빨리 결과를 내는 타자도 있다. 스트라이크 3개와 볼 4개의 여유를 두고 벌이는 타자와 투수의 두뇌싸움과 기술싸움. 올 시즌 KBO리그에서는 과연 누가 호흡 긴 승부를 하고, 누가 속전속결로 빠른 승부를 했을까.

롯데 최준석-한화 김태균-삼성 이지영-SK 김성현(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 공을 많이 보는 타자, 빨리 승부하는 타자

22일까지 규정타석에 포함된 타자는 모두 57명. 이들 중 타석당 투구수가 가장 많은 타자는 롯데 최준석으로 나타났다. 366타석에서 1606개를 상대해 타석당 투구수가 4.39개로 가장 많다. 지난해에도 4.5개로 가장 많았다.

한화 김태균이 4.27개로 타석당 투구수가 많은 타자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태균 역시 매년 타석당 투구수를 많이 상대하는 타자 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김태균 스스로 신중한 타격을 하기도 하지만, 상대팀에서 한화에서 가장 강한 타자인 김태균을 상대할 때 성급한 승부보다는 유인구를 많이 던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두산 닉 에반스가 4.26개로 3위에 올라 있어 눈길을 모은다. 외국인타자로서는 드물게 호흡 긴 승부를 하는 유형이다. 실제로 타석당 투구수 많은 타자 순위에서 외국인타자는 20위권 내에 에반스가 유일하다. kt 박경수(4.25개), 롯데 정훈(4.23개)도 공을 많이 보는 유형의 타자다.

반면 가장 빠른 승부를 하는 타자는 삼성 이지영이다. 그는 타석당 3.24개의 공을 상대한 것으로 집계됐다. SK 김성현(3.27개), 한화 송광민(3.43개), SK 정의윤(3.48개), KIA 김주찬(3.55개)도 속전속결형 타자다.


흔히 빠른 승부를 즐기는 타자는 초구 타율이 좋고, 호흡 긴 승부를 하는 타자는 초구타율이 나쁠 것만 같지만 딱히 그런 것만은 아니다. ‘초구지영’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이지영이지만 시즌타율 0.289를 기록 중인데 초구타율은 0.270으로 더 낮다. 오히려 0B-2S(0.333), 0S-1B(0.333), 2S-2B(0.308) 등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타율이 더 높은 아이러니한 결과가 도출됐다. 최준석은 시즌 타율 0.266을 기록 중인데, 초구타율이 0.423(26타수 11안타)이다. 한마디로 성격과 타격 성향이라고 봐야할 듯하다.

LG 우규민-SK 켈리-KIA 지크-SK 박종훈(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 신중하게 승부하는 투수, 빨리 승부 거는 투수

투수도 빨리 승부를 거는 투수가 있는 반면 신중하게 볼카운트 싸움을 벌이는 투수도 있다. 규정이닝을 채운 19명의 투수 중 이닝당 투구수가 가장 적은 투수는 LG 우규민이다. 1754개의 공으로 113.2이닝을 소화해 이닝당 투구수가 15.4개에 불과하다. SK 메릴 켈리(15.46개), 삼성 윤성환(15.56개), LG 헨리 소사(15.64개), 넥센 신재영(15.76)이 뒤를 잇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타자를 피해가지 않으면서 볼넷을 적게 내주는 유형의 투수들이다.


반대로 타자와 어려운 승부를 펼치는 투수도 있다. KIA 지크 스프루일은 이닝당 무려 18.38개의 투구수를 기록하고 있다. SK 박종훈이 18.32개로 2위, 롯데 박세웅이 18.10개로 3위에 랭크돼 있다. 스프루일은 9이닝당 볼넷(3.95개)이 많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피안타율(0.304)도 썩 좋지 않다. 박종훈은 피안타율(0.273)도 그렇지만 9이닝당 볼넷(6.06개)이 많은 탓에 이닝당 투구수가 많은 편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