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나홀로 휴가’ 조재현 감독, 첫 장편 연출작…30여년 연기 내공의 확장

입력 2016-09-06 16: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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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가까이 켜켜이 쌓아온 연기 내공이 연출작에서도 묻어난다. 배우 조재현이 첫 장편 영화 ‘나홀로 휴가’로 올 가을 스크린 문을 두드린다.

‘나홀로 휴가’는 10년을 하루같이 옛사랑을 쫓아온 한 남자의 지긋지긋한 사랑 혹은 지고지순한 집착에 관한 스토킹 멜로 영화. 배우 조재현이 각본 및 연출을 맡은 첫 장편 영화로 ‘펀치’로 호흡을 맞춘 박혁권을 비롯해 윤 주와 이준혁 등이 출연했다.

6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나홀로 휴가’ 기자간담회. 이날 행사에는 조재현 감독을 비롯해 출연 배우 박혁권, 윤 주, 이준혁이 참석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내 스스로 감독을 하는 것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고 입을 뗀 조재현 감독은 “내가 하고 싶은 그리고 공감하는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었다. 그 것이 글보다는 영화가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딱 보면 알겠지만 독서를 많이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면서 “과거 한 감독님이 40대 남자가 주인공인 일본 소설을 이야기해줬다. 한 남자가 회사 일을 마치고 집에 가기 전에 작은 오피스텔에서 2시간을 누웠다 가는 이야기였다. 나이가 들면서 그 이야기가 공감이 되더라. 거기서부터 ‘나홀로 휴가’가 출발한 것 같다”고 작업 계기를 밝혔다.

이어 그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집착하다 보면 어느 순간 소설 속 남자처럼 자신만의 안식처를 가지게 되지 않을까. 일상에서 자신만의 행복한 시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부분 내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 출발은 나의 ‘관심’이었다. 물론 누군가를 생각해본 적도 있다. 그런데 글을 써보니까 쓸 게 몇 개 안 되더라. 결국 배우 일반인 작가 등 주위 선후배들의 이야기가 주인공 강재 안에 많이 들어가 있다. 이 말을 안 하면 집에 들어가서 혼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조재현 감독이 이처럼 변명 아닌 변명을 한 이유는 박혁권 배우의 발언 때문이었다. 박혁권은 “결혼을 안 해봐서 남편의 이야기에 공감을 못 했다. 그런데 찍고 나니까 공감이 많이 되더라. 조재현 선배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지 않았나 싶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당초 조재현은 주인공 강재 역할을 본인이 맡으려고 했다고. 연출과 주연을 동시에 소화하려고 한 것. 그러나 드라마 ‘펀치’에 함께 출연한 박혁권에게 강재를 고스란히 맡겼다.

조재현 감독은 “원래 강재 역을 내가 하려고 했다. 그런데 박혁권을 본 후 박혁권에서 맡기고 싶었다. 그래서 강재 친구인 이준혁의 극 중 역할을 하려고 했는데 주위에서 ‘연출만 하는 게 보기 좋을 것 같다’고 말리더라. 캐스팅에서 밀렸다”며 “‘그러면 한번만 출연하자’고 해서 부지배인 역할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재현과 감독과 배우로 작품을 마친 박혁권은 “조재현 선배는 밸런스가 좋은 감독 같다. 드라마 촬영하면서도 만났지만 이번 작품에서 감독 제작 총괄을 다 하면서도 균형 감각이 좋은 분 같았다. 배울 점이 많은 선배”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이내 그는 “영화 후반부에 강재가 시연(윤 주)의 친구를 찾아가서 울먹이는 장면이 있다. 찍고 있는데 감독님이 내 감정에 몰입해서 본인이 울고 있더라. 배우 역할을 하고 있어서 되게 부담스러웠다. 몰입하는 데에 방해 됐다”고 농담하며 토로했다.

극 중 박혁권과 파격적인 베드신을 소화한 윤 주 또한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윤 주는 “베드신 촬영 당시 힘들었다. 감독님이 소리에 굉장히 민감하더라. 핸드폰에 녹음해 온 소리를 들려주면서 ‘이 소리다’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하더라. (녹취를) 들으면서 잠들기도 했다. 현장에서도 감독님이 원하는 소리를 해내기 위해 힘들었다. 그래도 재밌었다”고 털어놨다. 이에 조재현 감독은 “영화에서 벽을 통해 (관계하는 소리가) 들리는 장면이 많다. 답답하다”고 또 한 번 해명(?)해 눈길을 끌었다.

윤 주는 “청심환을 먹고 오디션에 들어갔다. 감독님이 한 달 여 간 ‘밀당’으로 마음을 졸이게 만들더라. 매번 연기할 때마다 강간을 당해서 아버지에게 복수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다가 처음으로 사랑받는 캐릭터였다”며 “시연 역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꼈다. 행복감을 가지게 해줘서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조재현 감독은 “오디션에 참가는 해봤지만 내가 오디션을 해본 적이 없었다. 윤 주는 이번 오디션에 참여한 첫 번째 여배우였다. 윤 주 이후로 50명의 후보를 봤다. 그런데 윤 주에게는 쉽게 아니라고 통보를 못하겠더라. 촬영 내내 이 역할에 올인하고 몰입해준 배우라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더불어 이준혁에 대해서는 “원래 알던 친구다. 전규환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애니멀 타운’에 이준혁을 소개하기도 했다. 네 개의 신에 나오는데 분량이 많다. 본인이 더 재밌게 만들어왔더라”고 높이 평가했다.

조재현 감독은 박혁권에 대해서도 “콘도에서 박혁권이 엉덩이를 드러낸 채 쪼그려 앉아서 우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에서 ‘울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안 울더라. 알고 보니까 ‘눈물은 나오는데 소리가 안 나온다’ 하더라. 그렇게 진심으로 연기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또한 극 중 윤주의 룸메이트 언니와의 장면은 전날 만들어진 부분이었다. 박혁권이 흘린 눈물이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온 눈물 같아서 좋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연출자 조재현도 연기자 박혁권 이준혁도 그리고 윤 주도 입을 모아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공감한 영화 ‘나홀로 휴가’는 관객들의 공감도 살 수 있을까. 조재현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 ‘나홀로 휴가’는 9월 22일 개봉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수현재엔터테인먼트-동아닷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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