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죽여주는 여자’ 윤여정, 필모 정점의 ‘극한 연기’

입력 2016-09-26 19: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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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여정의 필모그래피 정점을 찍을 영화가 온다. 한 인물을 통해 성매매하는 박카스 할머니에서 독거노인의 애환 그리고 쓸쓸한 죽음까지 우리가 주목하지 않았던 노년의 삶을 리얼한 연기로 표현했다.

26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 열린 영화 ‘죽여주는 여자’ 기자간담회. 이날 행사에는 ‘죽여주는 여자’의 주연 배우 윤여정과 윤계상 그리고 이재용 감독이 참석해 취재진을 만났다.

윤여정이 주연을 맡은 ‘죽여주는 여자’는 가난한 노인들을 상대하며 먹고 사는 ‘죽여주게 잘 하는’ 여자 소영이 사는 게 힘들어 죽고 싶은 고객들을 진짜 '죽여주게' 되면서 벌어지는 영화다. ‘여배우들’과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에 이어 윤여정과 이재용 감독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윤여정은 “나는 간단한 사람이다. 이재용 감독과 오래 알면서 몇 편을 같이 했다”며 “나에게 ‘죽여주는 여자’ 시나리오를 보냈기에 ‘하라는 거냐’고 물었다. 하라길래 별 생각 없이 출연했다. 그런데 연기하면서 후회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후회한 순간으로 극 중 소영이 성매매하는 신을 언급했다. 윤여정은 “이재용 감독은 디테일에 강한 분이다. 보는 사람은 디테일이 아름답거나 리얼할 수 있지만 그걸 당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는 힘들다”며 “보통 그런 신을 찍을 때 많은 감독과 여배우들이 긴장한다. 현장도 삼엄하다. 나는 그런 일(성매매)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대본에 쓰인 대로 대충 연기했다. 그런데 이재용 감독이 지적하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이재용 감독이 ‘주사기를 그렇게 들면 안 된다’고 하더라. 나중에 간호사가 주사를 놓을 때 하는 모습을 보니까 진짜로 그렇더라. 그래서 그 장면을 다시 찍었다. 뛰쳐나가고 싶었다”며 “그런데 감독이 또 다시 찍어야 한다고 하더라. 왜냐고 물었더니 내가 그 사람에게 서비스를 하면서 리액션을 봐줬으면 한다고 하더라. 그 말도 맞는데 인간이 다 불완전한 존재 아니냐. 뛰어가서 감독을 죽이고 싶더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윤여정은 배우를 ‘극한직업’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만큼 ‘죽여주는 여자’가 그리는 소영의 삶은 한 작품에서 다루기엔 벅차게 고단했다.

윤여정은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 하면서 배우라는 작업은 ‘감정노동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극한직업’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우울해지고 힘들었다”며 “내가 이렇게 나이 들면서도 경험하지 않고 싶은 일도 있고 그냥 모른 채 죽고 싶은 세상이 있다. 그런데 이재용 감독이 그런 세상까지 알려주셔서 감사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재용 감독은 왜 ‘윤여정도 모른 채 죽고 싶은 세상’에 주목했을까. 이 감독은 “‘죽여주는 여자’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영화에는 소영이 상대하는 세 사람이 나온다. 몸을 거동할 수 없어서 스스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괴감에 빠진 사람과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절망적인 사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의미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 세 가지가 노인들이 자살하는 전형적인 이유라고 하더라.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고통을 생각해보면서 인물들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서 감히 내가 이 이야기를 해도 되는지 고민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노인 문제와 주변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수면에 올라와서 공론화되기를 바랐다. 100세 시대가 축복인지 재앙인지 의문스러운 시대다. 자연스럽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시기가 늦었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를 적극적으로 만들게 됐다”고 강조했다.

윤여정과 윤계상도 이재용 감독과 같은 마음이었다. 윤여정은 “소외된 노인과 노인 빈곤의 문제를 그린 영화”라면서 “우리 작품이 시작이 되어서 그들에게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윤계상 또한 “요즘 다들 어려운 주제를 가진 영화는 안 보려고 한다. 그러디 부디 우리 작품이 재밌다고 써 달라”고 귀엽게 당부하기도 했다.

윤여정의 극한 연기와 이재용 감독의 묵직한 주제가 담긴 ‘죽여주는 여자’는 10월 6일 관객들을 만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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