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바뀌어도 글쎄’…설 곳 없는 해외 아웃도어

입력 2016-09-2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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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시장의 성장률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주인 바뀐’ 해외 브랜드들이 고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매장 수가 급감하는가 하면 아예 사업을 접었다가 최근 다시 시작한 곳도 있다. 에이글의 스타필드 하남점.사진제공|에이글

살로몬, 3년만에 철수…재진출 불투명
에이글, 90개 매장 20개로 급감

동네 분식점도 주인이 바뀌면 당장 티가 난다. 가장 먼저 알아보는 것은 역시 손님들이다. 그 ‘티’는 긍정적일 수도, 반대로 부정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손님들이 식당에서 “혹시 사장님 바뀌셨어요?”라고 묻는다면, 그건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맛이 변했거나, 서비스가 후져졌다는 얘기다.

최근 몇 년간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고통스러운 변혁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시장과 가격의 거품이 빠지고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성장률이 빠르게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시장의 급변은 국내에 진출한 해외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철수 러시로 이어졌다. 철수하지 않은 브랜드들도 상당수 주인(전개사)이 바뀌었다. 한 발 나아가 직접 국내시장에 진출한 브랜드들도 있다. 과연 이들 ‘주인 바뀐’ 브랜드들의 올해 성적표는 어땠을까.


● 3년도 못 버틴 살로몬, “라이선스냐, 직진출이냐”

살레와는 메이데이가 국내에서 브랜드를 전개하다 올해부터 K2로 넘어갔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익스트림의 비중을 줄이고 라이프스타일과 스포츠시장을 확대하는 분위기에서 K2가 살레와의 전개를 결정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살레와는 기존 브랜드들과의 중복을 피하고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소수의 아웃도어 마니아를 타깃으로 한 프리미엄 아웃도어로 포지셔닝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프리미엄 아웃도어 시장은 메이저 업체인 K2로서도 쉽지 않은 영역이다. K2는 전통적인 아웃도어 콘셉트를 고수해 왔고, K2가 보유한 프랑스 브랜드 아이더는 보다 젊은 층을 타깃으로 전개해 왔다.

살로몬은 2013년 토종 아웃도어 기업 레드페이스에서 신세계인터내셔널로 전개사가 변경됐다. 하지만 채 3년을 버티지 못하고 2015년 말 사업을 중단했다. 살로몬을 보유한 야머스포츠는 내년 한국시장 재진출을 위해 라이선스와 직접적인 진출을 모두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로서는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부터 트레일러닝 체험단을 모집하는 등 마케팅을 재개했다. 하지만 영업망이 없는 마케팅에 대해 업계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 주인 바뀐 에이글, 90개 매장 20개로 급감

에이글은 지난 10년간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대표주자로 군림하고 있는 영원아웃도어에서 라이선스로 전개했던 브랜드이다. 올해부터는 에이글과 동일그룹의 합작법인인 동일에이글로 국내시장에 재진출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결과는 “글쎄요”다. 90여 개가 넘던 매장은 20여 개로 대폭 줄어들었다. 대리점은 한 곳에 불과하고 백화점도 매장 확대가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졌다. ‘볼륨화’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파타고니아가 있다.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로 유명한 파타고니아는 2013년 미국 파타고니아와 국내 네오미오가 각각 지분을 투자해 파타고니아 코리아를 설립했다. 지난 7월에 미국 본사가 100% 지분을 확보하고 직접 진출을 결정했다. 하지만 유명모델을 사용하지 않는 전략, 낮은 온라인 매출, 제한적인 유통망 등 마케팅에 있어 국내 시장특성과 맞지 않는 부분이 눈에 띈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압정이 깔린 매트 위를 걷는 듯 아슬아슬한 형편이다. 특히 아웃도어 업계 성장률이 급감한 2014년 이후 패션업계의 대표주자들도 브랜드 철수를 감행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전개사를 변경하는 큰 변화가 몰고 올 결과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업계에서는 제품과 콘셉트가 명확하지 않고, 규모가 작아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든 브랜드들의 생존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주인 바뀐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과연 이 모든 난관을 뚫고 고객들의 사랑과 선택을 다시 받을 수 있을 것인가. “혹시 사장님이 바뀌셨나요?” 대신 “맛있게 잘 먹고 갑니다”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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