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DA①] 태풍에 상처 품은 해운대…아픈 부국제와 닮았다

입력 2016-10-05 2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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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의 가을 하늘은 높고 공활했다. 바다 위 하늘은 제18호 태풍 차바가 휩쓸고 간 지난 12시간을 그새 잊은 듯 했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을 하루 앞둔 5일 오후 해운대 해수욕장을 방문했다. 으레 개막식 전날에는 해운대 백사장을 배경으로 대형 야외무대와 홍보 부스 등 비프 빌리지가 설치돼 있어야 하는 상황. 그러나 제18호 태풍 차바가 지나간 백사장에는 완전히 무너져 내린 행사 부스와 찢어진 현수막 그리고 쓰레기만이 가득했다. 현장은 도저히 행사를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이에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이날 오후 3시 “5일 오전 부산을 강타한 태풍 제18호 차바로 인해 현재 해운대 비프빌리지 야외에 설치된 무대가 파손돼 영화제 개막 전 복구가 불가능한 상태”라며 “따라서 해운대 비프빌리지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오픈토크’, ‘핸드프린팅’, ‘야외무대인사’ 일정은 영화의전당 두레라움 광장에서 진행하게 됐다. 예정되었던 모든 행사들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해운대 비프빌리지는 영화의 전당 못지않게 부산국제영화제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였다. 360도 탁 트인 해운대 바닷가에 설치된 이국적인 느낌의 비프빌리지는 부산국제영화제의 강점 중 하나. 영화제 측은 톱스타들의 야외무대인사와 오픈토크 등 관객들과 함께할 수 있는 주요 행사를 주로 이곳에서 진행해왔다.

부산국제영화제 관계자는 동아닷컴에 “비프 빌리지를 복구하려면 약 1주일 정도가 소요된다. 복구가 완료되어도 그때는 이미 영화제가 끝나갈 즈음인 것”이라며 “때문에 행사 진행 무대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태풍도 부산국제영화제도 떠난 해운대 해수욕장은 아주 한산했다. 개막식에 앞서 일찍이 부산을 찾은 사람들은 광장까지 쌓인 모래와 쓰레기 더미를 보고 발걸음을 돌렸다. 태풍의 잔해 사이에서 낭만을 찾는 커플, 소꿉놀이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쓸쓸했다. 태풍이 떠난 후 비바람은 그쳤지만 높은 파고의 파도는 여전히 성나 있었다. 개막식 전날의 해운대는 ‘다이빙벨’ 상영 논란 이후 상처를 가득 입은 부산국제영화제와 많이 닮아 있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아픈 역사는 2014년 부산시가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의 상영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부산시가 지난해 초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를 종용하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뿐만 아니라 부산국제영화제가 부산시 및 감사원의 특별감사를 받는가 하면 지난해 국고 지원이 대폭 축소돼 정치적 간섭과 외압 의혹도 제기됐다.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영화인 비대위) 측은 지난 3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가 영화제의 자율성을 계속 부정한다면 영화인들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참가를 전면 거부할 것”이라고 보이콧 입장을 밝혔다. 7월 부산국제영화제의 정관이 개정된 후 영화인 비대위를 구성하는 9개 단체 중 4개 단체가 보이콧을 철회, 파국으로 치닫던 갈등은 어느 정도 봉합됐다. 하지만 여전히 4개 단체가 불참, 1개 단체는 유보인 상황. 결국 부산국제영화제는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은 상태로 올해 관객들을 만날 계획이다.

이렇듯 파행의 위기를 딛고 일어선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6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5일까지 열흘 동안 열린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69개국 301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해운대(부산)|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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