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우선협상 폐지가 몰고 올 변화들

입력 2016-11-0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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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최형우-차우찬-두산 김재호(왼쪽부터).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1999년 말 FA(프리에이전트) 제도가 처음 시행된 이후 17년간 유지됐던 FA 원소속구단 우선협상이 폐지됐다. 올해부터 FA 협상 개시일에 원소속구단은 물론 다른 구단(해외구단) 모두 참전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FA 교섭 첫날인 11일부터 FA 계약을 해야 하는 팀들은 그야말로 난타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FA 우선협상 폐지가 몰고 올 풍속도와 변화들을 짚어본다.

LG 우규민-봉중근-KIA 나지완(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 원소속구단이 더 바빠질 가능성

지난해까지만 해도 원소속구단은 다소 여유가 있었다. 소속 팀 선수 중 복수의 선수가 FA 신청을 하면 협상 일정까지 짜서 순차적으로 만났다. 보통 우선순위의 선수는 3차례 이상 만났다. 처음엔 안부를 묻고 서로의 의향을 살피는 등 탐색전을 벌였고, 2차 만남에서 원하는 금액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3차 만남에서 이견을 절충하는 절차를 거쳐 합의에 이르는 것이 대체적인 FA 우선협상 풍속도였다.

이제 탐색전의 시대는 끝났다. FA 협상 개시일 첫 대면부터 전면전이다. 곧바로 선수의 마음을 잡아야한다. 물론 선수도 구단과 관계가 극도로 나쁘지 않다면 원소속구단의 제안을 먼저 듣겠지만, 구단으로선 자체적으로 책정한 적정 금액에서 선수와 빨리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협상테이블을 다른 구단에 넘겨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올해는 각 구단이 이미 시즌 도중이나 최근에 FA 선수와 먼저 교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물밑작업을 어느 정도 진행했다. 구단의 의지를 보여주면서 선수가 해외진출에 대한 뜻이 확고한지 등을 살폈다. 확실한 것은 우선협상 기간이 사라지면서 원소속구단이 더 바빠진 것은 사실이다.

SK 김광현-KIA 양현종-롯데 황재균(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 부익부 빈익빈 현상 심화 가능성

각 구단은 FA 협상 우선순위에 올려놓은 선수에 ‘올인’하는 작전을 쓸 수밖에 없다. 일단 A급 선수를 잡고 난 뒤 B급 선수에게 눈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잡으면 좋고, 놓치면 어쩔 수 없다’고 평가한 준척급 선수는 협상일정도 한참 뒤로 밀리는 등 푸대접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해외진출 가능성이 있는 FA를 보유한 구단에서는 해당선수가 해외 진출 여부가 완전히 결정된 다음에야 나머지 선수의 계약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구단 예산이 한정돼 있는 팀이라면 더욱 그렇다.

또한 요즘 대부분의 기업들은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도 변수다. 최근 국정 혼란과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큰 돈을 펑펑 쓰기도 눈치 보이는 상황이다. 물론 구단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나 복수의 구단이 영입경쟁을 벌이는 선수의 몸값은 올해도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B급 이하 선수는 예년의 시장가에 비해 찬바람을 맞을 가능성도 있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올해 FA 시장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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