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적용해 경주마 복지 강화
한국마사회가 내년부터 모든 경주에 패드채찍 사용을 의무화하고 경주 당 채찍 사용횟수를 20회로 제한한다. 경주마 복지가 강화되는 글로벌 추세에 맞춰 한국경마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뜻이다.
● 채찍으로 때린다고 말이 빨리 달리지 않는다.
경마팬들의 대표적인 볼멘소리 가운데 하나가 “기수가 입상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채찍을 쓰지 않는다”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채찍은 결코 경주마를 빨리 뛰게 만들지 않는다. 단지 속도가 떨어지지 않게 집중력을 높여줄 뿐이다. 동물복지 측면에서도 과도한 채찍 사용은 여러모로 부작용이 많다.
경마선진국들이 채찍사용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정한 이유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현재 한국마사회는 결승선 400m 구간에서 총 25회, 연속해서 10회 이하의 사용횟수 제한을 두고 있다. 어기면 과태금을 내야하고 3회 누적되면 2일간 기승정지다. 그럼에도 채찍사용 횟수를 더 제한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가죽재질의 채찍과 패드채찍을 혼용해서 쓰는 것도 문제였다. 이에 따라 한국마사회는 운영기준을 강화해 내년부터는 실제경주에서 패드채찍을 의무적으로 사용토록 했다. 패드채찍은 쿠션이 부착돼 말이 느끼는 충격이 훨씬 덜하다. 한국마사회는 “교육, 간담회의 지속적인 시행으로 경마관계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최근 패드채찍을 사용하는 기수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 다른 나라의 채찍사용 기준은?
내년 1월부터는 경주 도중 채찍 사용횟수도 조정된다. 기수들이 채찍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는 결승선 구간에서 25회인 사용횟수를 20회로 축소했다. 주마다 다른 규정을 두고 있는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는 지난해 7월 규정개정을 통해 말의 반응을 살피지 않은 채 연속 3회를 초과해 채찍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뉴욕도 올해 1월부터 5회였던 연속 사용횟수를 3회로 줄였다. 호주는 패드채찍만 사용 가능하다. 결승선 100m 지점까지 포핸드와 백핸드를 불문하고 5회를 넘기면 안 된다. 다만 결승선을 100m 남긴 시점부터는 사용횟수에 제한이 없다.
경마 종주국 영국은 평지경주 8회, 장애물경주 9회로 채찍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중국은 연속사용 제한이 없지만 심판위원이 재량에 따라 채찍사용을 규제한다. 패드채찍만 사용 가능하다. 마카오는 채찍 사용횟수 규정은 없지만 연속으로 4회를 초과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고 심판위원의 재량으로 제재여부가 결정된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