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석의 팁인] 라틀리프 ‘한국선수’가 될 수 있을까?

입력 2017-01-0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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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외국인 센터 리카르도 라틀리프(왼쪽)가 새해 첫날부터 한국으로 귀화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관심을 사고 있다. 사진제공|KBL

5시즌째 KBL 경험…한국생활에 만족
새해 “한국국적 갖고 싶다” 공개 희망
체류기간·한국어시험 등 자격 갖춰야

삼성 외국인 센터 리카르도 라틀리프(28·199.2cm)가 새해 벽두부터 많은 농구팬들과 프로농구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라틀리프는 1일 KCC와의 ‘2016∼2017 KCC 프로농구’ 3라운드 원정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한국 여권을 갖고 싶다”고 밝혔다. 귀화를 통해 한국인 자격으로 코트에 서고 싶다는 뜻이었다.

뒤늦게 인터뷰 내용을 파악한 삼성 프런트와 이상민(45) 감독도 적지 않게 놀랐다. 이 감독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직후 라틀리프와 개인적으로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당시 ‘한국선수로 리그에 뛰고 싶다’는 말을 하긴 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여기고 넘겼는데, 경기 공식 인터뷰에서 똑같은 얘기를 해서 놀랐다. 진심인지 다시 한 번 물어봐야 할 것 같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외국인선수들이 KBL을 거쳤다. 특별귀화를 통해 한국대표팀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선수는 있었지만,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진정한 귀화를 고려한다는 뜻을 밝힌 선수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 프런트와 이 감독은 라틀리프의 진짜 속내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하고 있다.

삼성 라틀리프. 사진제공|KBL


라틀리프는 2012∼2013시즌부터 KBL에서 활약하고 있다. 당시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모비스에 선발돼 3시즌을 뛰었다. 그 뒤 2015∼2016시즌을 앞두고 삼성으로 옮겼다. 한국에서 자녀도 얻었고, 한국생활에 대한 만족도 역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KBL은 드래프트를 실시하기 때문에 원하는 팀으로 갈 수 없다는 제약은 있지만, 타 리그에 비해 안정적으로 월급이 지급되고 외국인선수에 대한 대우가 좋은 편이다. 국내선수 자격을 얻는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여러 이유가 라틀리프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움직인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그가 실제로 귀화에 성공하려면 일정 체류기간을 채워야 하고, 한국어 시험도 봐야 한다. 이를 통과해 한국 국적을 얻어야만 국내선수 자격으로 리그에 참여할 수 있다.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타 종목에서도 실제로 귀화 후 국내선수 자격을 얻어 리그에서 뛴 선수들이 많진 않았다. 아마도 라틀리프가 이런 사정까지는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자신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혔을 가능성이 크다.

남자프로농구에선 아직 귀화선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성실함을 무기로 KBL에서 최고의 외국인선수로 인정받은 라틀리프가 자신이 뜻대로 한국 여권을 받는 날이 올지 지켜볼 일이다.

최용석 스포츠1부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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