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를 만나다 ①] ‘씬스틸러’ PD “기획안 받은 김정태가 건넨 한 마디...”

입력 2017-01-03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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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를 만나다 ①] ‘씬스틸러’ PD “기획안 받은 김정태가 건넨 한 마디...”

예능판은 언제나 아이디어의 싸움이다.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행위 뿐 아니라 어떤 방식과 화법으로 웃음을 줄 것인가에 대해서도 끊임없는 고민이 이어진다. 이 같은 아이디어에 대한 치열한 고민으로 인해 인터넷과 방송이 결합한 ‘마이리틀텔레비전’이 출범했고 오로지 자급자족으로 하루 세 끼를 해결하는 예능 ‘삼시세끼’가 탄생했다.

SBS ‘씬스틸러-드라마 전쟁’ 역시 연기와 예능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시도를 통해 만들어진 아이디어의 산물이다. 세간에서 명품 조연으로 불리는 이들을 한데 모은 황인영 PD를 만나 이런 ‘이단아’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들어보았다.

“사실 드라마와 예능의 결합은 모든 PD들이 꿈꿔온 작업이긴 해요. 한때 우리나라 예능계를 장악했던 시트콤 장르도 크게 보면 ‘드라마+예능’으로 봐야 하죠. 그런데 어느 날 드라마타이즈 예능이 TV에서 갑자기 사라졌죠, 이 작품을 통해 조금씩 드라마타이즈 예능에 대한 갈증을 풀고 있어요.”

그의 말처럼 어느 때는 제작비 때문에, 다른 날에는 흥행에 대한 의심으로 인해 멸종(?)된 드라마타이즈 예능은 ‘씬스틸러-드라마 전쟁’을 통해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김정태, 이준혁, 황석정, 이규한, 강예원 등 예능에서 자주 볼 수 없던 배우들이 자신의 장기인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 예능은 이제 ‘안녕하세요’가 지배하던 월요 예능에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 중이다.

“이 작품은 역시 배우들에게 가장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보통 배우 분들은 자신의 연기 활동에 예능이 영향을 미치는 걸 극도로 기피하는데 우리 ‘씬스틸러’ 배우들은 기본적으로 오픈 마인드에요. 김정태 씨에게 처음 기획안을 건넸을 때 ‘예능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나와줘서 고맙다’고 하더군요. 배우들의 애드리브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동시에 연기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주고 싶다는 우리의 기획 의도에 공감해 주신 거죠.”

황 PD는 이어 ‘씬스틸러’의 현재 상황을 묻는 질문에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불고하다”고 말했다. 이내 그는 “우리 프로그램은 우선 연기와 재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개그맨 분들과 배우들이 잘 어우러지며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고 답했다.

“‘씬스틸러’에도 대본이 있고 애드리브를 받다보면 어느새 즉흥극 같은 형식이 되곤 해요. 상대 배우와의 호흡을 통해 이 대본의 스토리를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가도 배우들의 몫이에요. 하지만 전 촬영장에서도 배우들에게 ‘꼭 웃겨야 한다’는 강박은 버려달라고 해요. 우선 지금은 웃기는 프로그램이 되는 것보다 시청자들에게 흥미롭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되는 것이 목표에요.”

언젠가부터 지금의 예능은 웃음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음으로서 재미를 만들어 냈다. 1인 가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나 혼자 산다’가 그랬고, ‘삼시세끼’역시 같은 맥락의 프로그램이다. ‘씬스틸러’의 황 PD 역시 기발한 애드리브에서 만들어지는 웃음 뿐 아니라 배우들의 진지한 연기에도 주목해주길 원한다.

“우리나라가 드라마 강국이 되고 천만 영화 시대를 맞은 데에는 뒤에서 묵묵히 극을 받쳐준 조연들의 연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씬스틸러’는 그런 분들의 연기를 보여드리는 작품이고 이들의 연기 안에 숨은 노력들을 보여드리고 있어요. 한 배우의 연기 안에 우리가 몰랐던 이런 노력들이 있었음을 알려드리고 싶네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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