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한 방어회·시원한 곰칫국…겨울포구 함께 갈래요?

입력 2017-01-0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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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모슬포항 방어회.

■ 꽁꽁 언 여행객 마음 풀어줄 겨울별미

제주 모슬포항 방어회 육질 단단해 쫄깃
대진항 도치·장치·곰치는 동해안 명물
포항 모리국수·거제 외포 대구탕도 일품

얼굴에 부딪치는 차가운 해풍과 코끝에 스며드는 비릿하면서 짭짤한 내음. 겨울 포구는 다른 계절에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정취와 매력이 있다. 그래서일까, 겨울여행 명소에는 유난히 동,서,남해안의 포구들이 많다. 이들 겨울 바다여행의 명소들은 마음을 사로잡는 풍광 못지않게 그 고장의 향토색을 듬뿍 담은 별미들도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쏘다니느라 꽁꽁 언 여행객의 몸과 마음을 푸근하게 풀어주는 포구의 별미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 제철엔 참치보다 맛있다, 제주 모슬포 방어

‘제철에 먹으면 참치회보다 더 맛있다’는 방어. 그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계절이 겨울이다. 봄 산란기를 앞두고 살이 오르고 기름기가 듬뿍 밴 11월부터 2월까지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방어는 클수록 맛이 있는 생선이다. 5kg 이상이면 대방어로 부르는데, 그 맛이 각별하다. 겨울 방어의 진수를 느끼고 싶다면 제주도 남단의 대표적인 항구 모슬포항으로 가는 것이 정답이다. 방어는 한참 성장하는 봄여름에는 몸에 기생충이 있어 성어가 되는 겨울이 되어야 회 맛을 즐길 수 있다. 기름이 잘 올라 맛이 고소하고 육질이 단단해 식감이 쫄깃하다. 여러 부위 중에 아가미 살과 뱃살이 특히 고소하다. 남은 부위로 탕을 끓여주는 것은 다른 회와 비슷한데, 방어는 여기에 더해 머리를 구워 먹는다. 노릇노릇한 머리구이가 별미여서 방어 맛을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회보다 더 찾는다.

강원도 섭국.



● 겨울 해장의 끝판왕, 강릉,양양의 섭국

‘섭’은 자연산 홍합을 가리키는 강원도 사투리다. 자연산 홍합에 밀가루로 옷을 입히고 미나리, 부추, 버섯 등의 야채를 넣고 매콤하게 끓인 탕이 섭국이다. 섭국에 들어가는 자연산 홍합은 포장마차나 중국집에서 접하는 홍합(지중해 담치)과 달리 참담치로 불리는 우리 고유종이다. 크기가 지중해 담치 보다 훨씬 크고 양식이 불가능해 직접 채취해야 한다. 육질이 쫄깃하고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수온이 차고 갯벌이 없는 동해안의 것을 최고로 친다. 지역에 따라 조리법이 조금씩 틀리지만, 국물이 걸쭉하고 얼큰하면서도 시원해 해장용으로 최고다. 맛뿐만 아니라 피로회복을 돕는 타우린과 노화 유발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비타민A와 C도 풍부하다.

강원 고성 도치알찜-강원 고성 장치찜-강원 고성 곰치국-대진항 도치숙회.사진촬영 이정화.



● 동해안 겨울 별미 삼총사, 대진항의 도치·장치·곰치

강원도 바닷가를 요맘때 방문하면 ‘못난이 삼형제’라고 불리는 생선들을 볼 수 있다. 도치, 장치, 곰치다. 어획량이 많지 않아 대부분 산지에서 소비돼 이 녀석들을 맛보려면 동해안을 찾아가야 한다. 동해 최북단 대진항이 도치, 장치, 곰치 출하량이 가장 많다. 대표 음식은 곰칫국과 도치알탕. 곰칫국은 고춧가루를 넣고 얼큰하게 끓이는 속초나 삼척과는 달리, 대진항이 있는 고성 지역에서는 맑은 탕으로 먹는다. 도치알탕은 암컷의 알과 내장, 데친 도치 살과 신 김치를 넣어 끓인다. 역시 국물이 개운하고 비린내가 없어 먹기 편하다. 간간히 씹히는 알의 식감도 좋다. 도치는 숙회와 무침, 알 찜으로도 먹는다. 술안주로 인기인 도치숙회는 꼬들꼬들한 식감이 일품이다. 고성에서 제사 음식으로 올리는 귀한 도치 알찜은 소금물에 여러 번 씻은 알을 사각으로 모양을 잡고 물기를 뺀 뒤 쪄서 먹는다. 장치는 사나흘 말려 꾸덕꾸덕해지면 콩나물을 넣고 매콤하게 찌거나 무를 넣고 조린다.

포항 구룡포 모리국수.


두툼한 면발과 묵직한 해물육수의 조화, 포항 모리국수

겨울철에 포항지역 구룡포를 대표하는 향토음식이 모리국수다. 모리국수는 국물을 멸치나 사골이 아닌 미역추나 장치, 또는 바다메기로도 불리는 장갱이, 아귀 등의 생선으로 낸다. 고춧가루와 함께 양념을 풀고 생선을 푹 고은 뒤, 콩나물, 파, 홍합, 새우를 넣고 두툼한 면발의 국수를 넣어 끓인다. 충청지역의 생선 국수처럼 국물이 묵직하지만 면이 더 두껍다. 가정요리에서 출발하다 보니 가게마다 국물 내는 방식부터 면을 뽑는 방식, 담는 모양새까지 각양각색이다. 모리국수는 국물부터 먹다보면 면이 불어, 먼저 국수부터 건져 먹는 게 일반적이다. 그 뒤에 깊은 맛의 국물과 생선살을 건져 먹는 재미가 각별하다.

경남 거제 대구탕. 사진촬영 오주환.


담백한 식감과 개운한 맛, 거제 외포 대구탕

대구는 12월부터 2월까지 산란기로 가장 맛이 있다. 거제 동부 해안의 외포리는 대구 산란기에도 조업과 위판이 허용되는 유일한 곳으로 전국 대구 물량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그래서 이곳에는 살아있는 대구로 요리하는 음식점이 많다. 맑게 끓인 대구탕은 다른 생선탕보다 진하고 기름지지만 느끼하지 않다. 오히려 구수하면서 개운한 맛을 자랑한다. 거제에서는 구수한 맛을 높이기 위해 대구 대가리로 국물을 낸다. 대구찜은 생대구 살이 부서지지 않게 김치에 싸서 찌는 것이 특징이다. 대구 특유의 담백한 맛과 김치의 신맛이 잘 어우러진다. 산지이기에 맛볼 수 있는 것으로는 대구회가 있다. 생대구는 살에 수분이 많고 맛이 강하지 않다. 그래서 지역민들은 생대구회보다 살짝 말린 대구회를 선호한다. 아가미와 내장을 정리하고 바닷가에서 3∼5일 말리면 수분이 증발해 식감이 차지고 감칠맛이 난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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