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동 시 배달부’ 김 발렌티노, 개인전 열어

입력 2017-01-13 13: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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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동의 시 배달부’로 불리는 가톨릭 화가 겸 시인 김 발렌티노(58)가 ‘대한민국 웃음꽃 이야기가 피었습니다’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열어 시선을 모으고 있다.

17일까지 서울 ‘명동 갤러리 1898’ 제3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대학(성균관대 철학과) 재학 중 등단(1979년 시문학)한 이후부터 알코올 중독으로 정신병원을 들락거리며 방황하던 시절, 이를 극복해낸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인생역정을 담은 시화 4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먹물을 찍은 붓으로 한지에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려 넣은 작품들에서 그의 지난한 삶의 궤적이 고스란히 드러나 애잔한 감흥을 안겨준다.

그가 수십 여 년의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 현재의 삶으로 돌아오게 된 것은 숱한 취중 추태와 행패에도 묵묵히 그의 곁을 지키며 눈물로 기도해온 아내의 헌신 덕이었다.

“2010년 8월 16일이었습니다. 여느 날처럼 술에 취해 몸도 못가누고 집에 들어오는데, 차가운 방안에서 눈물로 기도하던 아내를 봤습니다.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정신병원을 세 번이나 다녀와서도 못 끊던 술이었는데. 그 다음날 제 발로 알코올 중독 치료병원에 들어가서 완전하게 술을 끊었습니다.”

이후 그는 가톨릭에 귀의해 세례명(발렌티노)을 아예 자신의 이름으로 개명까지 했다. 또한 그의 단주 의지를 응원하는 지인들의 도움으로 불광동에 ‘인생은 아름다와라’라는 카페를 마련하고는 역설적으로 술 가까이에서 술과의 싸움을 거뜬히 이겨내고 있는 중이다.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난 이후 그의 작품들은 한결같이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알코올 중독 시절의 작품들까지 굳이 함께 전시하는 이유는 질곡의 삶에서 허우적대던 자신의 과거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실의에 빠진 대한민국 국민에게 잠시나마 웃음꽃을 전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번 전시회 수익금은 미래의 희망인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청년사업자금으로 전액 기부할 예정이다.

한편 전시기간 내내 그룹 ‘소리새’의 기타리스트 김광석과 ‘킥킥 브라더스’ 밴드 등 그를 응원하는 뮤지션들의 갤러리 현장공연도 펼쳐진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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