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민, 사진=플럭서스뮤직
강현민은 13일 오후 강남구 팝 라운지에서 EP앨범 'Reflective(리플렉티브)'의 발매기념 기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Reflective(리플렉티브)'는 2001년 '쉬(She)' 이후 16년 만에 발표하는 강현민의 새로운 솔로앨범이다.
일단 강현민은 새 앨범이 나오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에 대해 “사실 내가 노래에 자신이 없다. 일기예보할 때도 (노래를 부르는 데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 녹음이나 작업은 혼자 하는 거라 좀 괜찮은데,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계속 해야지 해야지 했는데, 내가 노래한 게 마음에 안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은 높아지는데, 그러다가 딜레이가 됐다. 재작년부터는 이대로 하면 앨범을 못 낼 거 같아서 그냥 받아들였다. 그러다 보니 오래 걸렸다”라고 솔로앨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를 밝혔다.
그렇다고 노래에 자신이 없다는 게 음악 작업을 하고 싶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번 'Reflective(리플렉티브)'는 강현민이 반드시 내 앨범에 수록해야겠다고 마음먹은 트랙들이 수록됐다.
강현민은 “녹음 자체는 7곡 정도를 했다. 원래 타이틀 후보가 한 곡이 더 있었는데, 그 곡을 뺐다. 지금 타이틀곡 ‘추억’은 만든 지 13년 정도 된 트랙인데, 10년 정도는 만들고 아무도 안 들려줬다. 이곡은 꼭 내가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에 한 5명 정도에게만 들려줬다. 그렇게 앨범에 넣으려고 숨겨왔던 곡이다. 또 사람들이 타이틀로 많이 골라줘서 선곡을 했다”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Reflective(리플렉티브)'의 앨범 타이틀의 의미다. 'Reflective(리플렉티브)'는 ‘반영된, 투영된’이라는 사전적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이에 어울리게 강현민은 자신의 내면을 가장 솔직하게 담아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 'Reflective(리플렉티브)'의 전체 이미지는 전체적으로 어둡고 우울한 감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에 강현민은 “한 곡만 밝은 곡이고, 나머지는 어둡고 우울하다. 내가 원래 어두운 음악을 좋아하고 가사도 (우울한 걸)더 많이 쓰게 된다. 나이 들고 더 많이 쓴다. 어릴 때는 사랑얘기를 밝게 써야 좋아했는데, 지금은 아닌 거 같다. 계속 발표할 곡도 어두운 곡이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의도적으로 이런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강현민은 “타이틀곡 ‘추억’은 사랑얘기다. 나이가 들수록, 이거 아니면 죽을 거 같았는데 나중에 보니 별거 아닌 게 많더라. 40살 넘어가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사랑도 내가 결혼한지도 오래됐지만, 죽겠다는 사랑도 지나가면 잘 살고 있더라. 유일한 사랑이 있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 나이가 들면서 아들이 장가가 갈 때가 되면 그 여자랑 헤어져도 죽는 거 아니라고 그 얘기를 할 거 같다. 점점 염세적이 된 부분이 있다. 그런데 희망적인 부분도 놓지는 않는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런 강현민의 솔직한 마음이 가장 잘 투영된 곡이 'Can't Control'이다.
강현민은 “'Can't Control'은 가장 최근에 만든 곡인데, 이게 제일 내 진짜 마음과 비슷하다. 난 되게 삐뚤어진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사실 나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고 나도 나를 제어를 잘 못하겠다. 그래서 16년간 앨범을 못 냈다. 옛날에는 되게 바른 학생이었는데, 삐뚤어지는 시기가 40살에 온 거 같다. 마음이 굉장히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그런다”라고 이번 앨범의 독특한 감성이 어디서 온 것인지를 설명했다.
강현민, 사진=플럭서스뮤직
강현민의 이런 알다가도 모를 마음은 이번 앨범에서 또 한 가지의 재미있는 아이러니를 만들어내고 있다.
강현민은 스스로 대중적인 히트의 조건으로 “홍보”를 꼽았다.
그는 “좋은 곡은 홍보에서 나오는 거 같다. 어떤 곡이 되게 별로였는데, 계속 듣다 보니까 좋아지더라”라며 “내가 그동안 300곡정도를 냈는데 히트곡은 10~20곡 정도라고 생각한다. 히트곡은 다들 홍보를 했다. 노래 잘하고 PR을 잘하면 히트를 하는 거 같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받아들이기 편한 음악과 받아들이기 어려운 음악이 있고, 그런 부분의 차이도 존재한다. 그런 건 (어느 음악이나)공통된 부분이다. 거기에 좀 염세적이긴 하지만, 운도 필요하다”라고 히트곡을 만드는 데 홍보를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하지만 정작 강현민 스스로는 “나는 방송 활동은 하고 싶지 않다”라고 ‘홍보’이 일환인 방송 활동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강현민은 “나는 활동은 안하고 싶다. 자꾸 어두운 음악을 하고 싶고 그러는 게, 음악은 젊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는 하고 싶은 얘기도 많았는데, 지금은 염세적이다. 젊었을 때 더 열심히 했던 거 같다.. 또 내가 좋아하는, 같이 활동한 가수들이 나이가 드는 게 싫더라. 옛날 가수들 나와서 하는 프로그램 있지 않나. 그런게 싫더라. 일기예보도 다시 하자는 말이 많았는데, 안 한 이유가, 그건 그때 이야기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러브홀릭이 다시 나와도 좋아할 거 같지도 않고, 바보 같은 생각일 수 있지만 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싫다. 공연은 다른 분야고, 방송을 한다면, 진짜 그냥 방송인처럼 패널로 나가고 싶다. (방송 활동은)잘 안 어울린다. 재미가 없다. 그래서 그냥 음악도 그냥 내가 발표하고 골치 아픈 스타일로 내는 거다. 공연은 할 거다. 내가 정말 TV프로그램에 나가서 노래를 한다고 해서 잘 된다고 생각 안 한다. 그래서 안 할 거다. 방송하는 게 싫은 거 같다”라고 방송활동 기피증을 드러냈다.
홍보가 중요하다는 말과 상반된 사상이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해도 가는 묘한 이야기였고, 이것이 이번 'Reflective(리플렉티브)'에 담긴 솔직한 강현민의 모습이기도 하다.
강현민은 “어떤 멜로디가 좋은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다 다르게 생각한다. 나는 약간의 도약들이 있는 멜로디를 좋아한다. 완성된 음악을 들을 때 멜로디가 좋으면 다른 건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폴 매카트니 음악을 되게 좋아한다. 그런 게 정말 멜로디컬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좋은 멜로디’의 정의를 내리며, “자부심은 좀 있는 거 같다. 부끄러운 부분도 있고 자랑스러운 부분도 있는데 어찌됐든 업적을 이룬 거 같다. 그 부분은 ‘스스로 뿌듯하게 생각해야지’ 하는 마음도 있다. 옛날 러브홀릭 시절에 한 얘기인데, 내 곡 중에 약간 마음을 울컥하게 하는 곡이 있다. 그런 곡들은 있다”라고 자신의 음악철학을 드러냈다.
이어 강현민은 “원래 처음 앨범 타이틀을 ‘리플렉트(Reflect)’라고 하려고 했는데, ‘리플렉티브(Reflective)’에 ‘사색적인’이라는 뜻이 있더라. 그래서 나는 사색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서 ‘리플렉티브’라고 했다. 그냥 내가 사색하고 만든 곡을 담은 앨범이다”라고 16년만의 앨범에 담긴 의미를 알렸다.
한편 ‘리플렉티브(Reflective)’는 지금까지 미발표된 200여곡 중 5곡을 추려 완성했다. 타이틀곡 '추억'을 비롯해 '1234', 'Can't Control', 'Such(Remastered)', '그런 나 그런 너'가 수록됐다.
타이틀곡 '추억'은 몽환적이고 따뜻한 멜로디라인을 가진 팝장르의 곡으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특별한 순간과 찬란한 기억을 감성적으로 표현했다. 꽃잠 프로젝트의 김이지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강현민의 'Reflective(리플렉티브)'는 13일 정오 각 음원 사이트를 통해 발매됐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