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DA:다] ‘커피 메이트’, 불륜 미화냐 진실된 교감이냐

입력 2017-02-20 17:54: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불륜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육체적인 불륜과 정신적인 불륜. 전자는 정신적 교감 없이 육체적으로만 교류하는 관계고 후자는 그 반대다. 어느 것이 더 나쁘냐고 묻는다면 섣불리 답을 내리기 힘들다.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사람마다 답이 다를 테니까. 하지만 팩트는, 둘 다 ‘정상적인’ 사랑의 범주 내에서는 ‘나쁘다’는 것이다.

영화 ‘커피 메이트’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정신적으로‘만’ 교감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가구 디자이너 희수(오지호)와 전업주부 인영(윤진서)은 마치 본능적으로 서로에게 이끌린다. 처음에는 저 멀리 떨어져 앉아 있던 두 사람은 한 테이블에 바싹 몸을 당길 만큼 가까워진다. 누구에게도 말 못했던 비밀을 털어놓고 내면 깊숙이 있던 추악한 감정까지 꺼내놓는다. 그때부터 인영은 변화한다. 번듯한 의사 남편과 상류층 사람들과 즐기던 일상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희수를 기다리기 시작하고 언젠가부터 ‘그와 자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메운다.

하지만 격정적인 스킨십은 없다. 두 사람의 모든 것은 카페 내에서만 이뤄진다. 스치듯 손이나 입술을 어루만지는 것이 전부다. 집으로 돌아온 인영은 스스로 생살을 뚫는다. 처음에는 귀, 다음은 입술이다. 의사 남편이 항생제를 처방해줬지만 거부한다. 파상풍 때문에 갈수록 입술이 문드러지는 모습이 꼭 인영의 마음 같다. 남몰래 지속될 것 같던 희수와 인영의 관계는 결국 파국을 맞는다.


이현아 감독은 정상의 범주 밖에서 솔직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20일 오후 진행된 ‘커피 메이트’ 기자간담회에서 “사람들은 정상성에서 조금만 달라지면 ‘비정상’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랑 또한 마찬가지”라면서 “선입견과 편견을 제외하고 절제적인 상태에서 남녀가 스킨십도 없이 교감하면 어떤 형태의 사랑이 나올까 싶었다. 진심을 담은 사랑이 아닐까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반적인 상업영화와는 결이 다르다. 우리 영화는 내면에 솔직한 영화”라면서 “모든 사람에게 하나쯤은 비밀이 있다. 작은 비밀에 대한 이야기에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하 감독의 말대로 ‘커피 메이트’는 솔직하고 발칙하다. 과하게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이 없는데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극 중 정상성을 잃은 관계는 희수와 인영뿐만이 아니다. 희수는 과거 여자친구의 여동생과 바람을 피운 경험이 있고 인영은 열등감 때문에 학창시절 예쁘고 착한 친구의 삶을 망가뜨리려했다.

두 남녀의 고백은 관객을 향한 고해성사처럼 다가온다. 어쩌면 조금은 보기 불편할 지도 모르겠다. 갈등이 터질 때까지 감정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변명하거나 회피한다. 그 점이 아쉽다. 희수가 바람피운 전 여자친구의 여동생은 “오히려 상처받은 것은 나야. 단지 우리가 통한 것뿐이야”라고 말한다. 희수와 인영 또한 불륜남녀들의 단골 멘트를 늘어놓는다. “어쩔 수 없었어”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뭐에 홀린 것 같았어” “끊어야 하는데, 그만해야 하는데 당신을 보면 멈출 수가 없었어” 등이다. 인영은 마지막까지도 친구에게 “‘너 때문에’ 내가 강박에 살게 됐다”고 말한다.

이현하 감독은 “‘커피 메이트’의 정서를 어린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주인공들의 섬세한 감정선을 공감하고 받아들일지 혹은 인영의 친구 윤조(김민서)처럼 “스스로 미화한 거 아니야?”라고 반문할지는 이제 관객의 몫이다. 영화는 3월 1일 개봉.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스톰픽쳐스코리아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