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이수연 끌고 조진웅 밀고…‘해빙’, 살 떨리는 심리스릴러

입력 2017-02-24 17: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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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의 기다림이다. 연출 데뷔작 ‘4인용 식탁’(2003)으로 주목받은 이수연 감독이 오랜만에 상업영화를 선보인다. 이번에도 스릴러다. 배우 조진웅 김대명 이청아가 출연한 영화 ‘해빙’으로 독특한 스타일의 심리 스릴러를 완성했다.

‘해빙’은 얼었던 한강이 녹고 시체가 떠오르자, 수면 아래 있었던 비밀과 맞닥뜨린 한 남자를 둘러싼 내용을 담은 영화. 이수연 감독은 2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해빙’ 기자간담회에서 “두 번의 경제 위기 이후 중산층이 무너진 것을 봤다. ‘해빙’을 통해 전락한 중산층의 남자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우리 사회의 전락 속 불안감과 공포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해빙’은 잔뜩 날이 선 채 러닝타임을 달린다. 보는 사람이 지칠 정도로 예민하고 날카롭다. 어느 순간 급격한 전환점을 맞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내놓는다. 이 감독은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기억의 편집과 왜곡 은폐 악몽이 등장한다. 극적인 구성도 다이나믹해진다”며 “내 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전락’이다. 둘러싼 인물이 결국 모두 전락에 이르는데 흥미진진한 이야기 구조를 통해서 도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장치는 갑작스러운 페이드 아웃과 대사 음소거, 시점 전환 등이다. 토막난 이야기는 퍼즐처럼 흩뿌려지고 이를 맞춰가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이 감독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영화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주인공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보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후반부에는 지금껏 보여준 인물들의 행동이 전혀 다르게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선을 잘 타는 게 중요했다. 초반에 어느 정도의 정보를 보여줄지 고민했다. 있던 대사를 없애기도 했다. 구조는 복잡하지만 시점의 변화 이후 어느 쪽에서 봐도 중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사건의 중심에 선 내시경 전문의 승훈은 조진웅이 연기했다. 붉게 충혈된 눈, 떨리는 입술과 손 등 디테일한 연기가 인상적이다. 이 감독은 “연극에서 쌓아온 내공이 유감없이 발휘됐다”고 칭찬했다. 간호조무사 미연 역의 이청아 또한 “조진웅 선배는 내가 생각하지 못한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함께 작업하면서 영광이었다”고 존경을 표했다.

그러나 조진웅은 “내 연기에 확신이 없다. 선택권은 감독에게 다 맡겼다”며 “캐릭터를 몸에 맞게 입어야 한다는 강박이 항상 있다. ‘해빙’도 도전적인 마음으로 임했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수연 감독에게 감사했다. 배우가 집중할 수 있게 판을 열어주더라. 덕분에 재밌게 촬영했다. 몰입도도 높았다”고 고마워했다.

전반적인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때문인지 붉은 조명만 비춰도, 전화벨만 울려도 묘하게 괴기스럽고 공포스럽다. 반전은 있지만 크게 놀랍지는 않다. 전라의 시체가 등장하고 잔인한 살해 장면이 있지만 15세 관람가를 받은 것이 더 놀랍다. 이 감독은 “눈앞이 아닌 머릿속에서 진행되는 일이기 때문에 15세 관람가를 받은 것 같다. 때로는 마음에서 다가오는 공포가 크다”면서 “그럼에도 ‘이게 15세 관람가냐고 물어본다면 오히려 감사할 것 같다”고 말했다.

14년을 절치부심한 끝에 탄생한 이수연 감독의 ‘해빙’은 3월 1일 개봉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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