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베테랑 토크①] “대박을 몰고 다니는 배우!”…‘흥행요정’ 이해영입니다

입력 2017-04-05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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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해영은 “진짜 ‘흥행 요정’이 될 때까지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 언젠가부터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몇몇 톱스타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미디어는 물론이고, 포털 사이트의 메인 화면까지 젊은 스타들의 몫이다. 때문에 한번쯤 속마음을 들어 보고 싶은, 혹은 걸어온 삶의 스토리가 궁금한 베테랑 스타들의 이야기를 접할 기회가 없다. ‘강한 자가 살아 남는다’는 말보다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 곳이 연예계다. 이런 연예계에서 20년 넘게 꾸준히 활동한 스타라면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 마땅하다. 적어도 그들에게는 오랜 시간 살아 남을 수 있었던 ‘전문성’과 차별화 된 ‘개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베테랑 연예인들이 조금이라도 재조명 되기를 바라며 ‘베테랑 토크’를 준비했다. 첫회 김응수에 이어 이번 인터뷰에서는 배우 이해영을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눴다. 베테랑 스타 중에는 비교적 젊은 편에 속하지만, 연기 경력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다. 뒤늦게 찾아온 인기와 관심에 “모든 게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한 겸손한 배우. ‘흥행요정’ 이해영이 잘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들어보자. <편집자 주> 》

영화 ‘명량’ ‘히말라야’ ‘공조’, 그리고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보이스’에는 공통분모가 있다.도대체 관객 1700만명을 기록한 ‘명량’과 인기리에 종영한 OCN 드라마 ‘보이스’ 사이에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

예상했듯이 첫 번째는 모두 크게 흥행한 작품이라는 것. 예상보다 큰 성공을 거두면서 방영 당시 신드롬을 일으킨 작품들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나열한 다섯 작품 모두에는 배우 이해영(47)이 등장한다. 이쯤되면 ‘흥행요정’이라 부를만하다. 덕분에 그를 찾는 곳도 많아졌다.

1990년대 초반 연극을 통해 연기를 시작한 이해영은 지금까지 30편 이상의 작품에 이름을 남겼다. 하지만 큰 인기를 얻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장군(명량), 산악대원(히말라야), 수사반장(공조)으로 스크린을 누빈 그는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의 장동건 역과 ‘보이스’의 장계장으로 잇따라 주목받았다. 요즘은 가장 최근 출연한 ‘보이스’의 성공 덕에 장계장의 별명 ‘간장계장’으로 불리고 있다.

인터뷰 진행 당시에도 이해영을 단번에 알아 본 시민들은 “간장계장이다” “‘막영애’ 장동건 아니야? 장동건이다”라며 웅성거렸다. 누군가는 ‘공조’ 표반장으로 알아보기도 했다. 하나의 이미지에 고정되지 않고 여러 얼굴로 보이는 것만큼 배우에게 기분 좋은 일이 있을까.

“‘막돼먹은 영애씨’는 출연한 지 오래됐는데 아직 기억해주시다니 정말 감사하죠. 예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해운대를 걷다가 누가 ‘장동건이다!’라고 외치는 거예요. 저도 궁금해서 고개를 돌렸는데 알고 보니 저를 가리킨 거였어요(웃음). 굉장히 민망했죠. (‘명량’을 통해 알게 됐다는 기자의 말에) 와 진짜요? 우리 자주 만나야 할 것 같네요. 저를 ‘명량’으로 기억하는 분은 거의 없어요. 심지어 어머니도 다른 장수를 보면서 ‘저 사람이 너니?’라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영화 ‘명량’과 ‘공조’ 그리고 드라마 ‘보이스’의 한 장면. 사진|CJ엔터테인먼트-OCN 방송캡처


‘명량’을 인연으로 김한민 감독과 다큐멘터리 ‘명량: 회오리 바다를 향하여’까지 출연했다. 감독 혹은 배우들이 다시 찾는 배우 이해영. 그의 필모를 살펴보면 한 번 맺은 인연이 한 작품에서 끝나지 않고 두 번째, 세 번째로 이어진다. 연기 인생의 출발을 이끈 장진 감독과는 여전히 한솥밥을 먹고 있고, 배우 황정민과는 무려 여섯 작품을 함께했다. 드라마 ‘보이스’ 또한 전작 ‘라이어 게임’ ‘피리부는 사나이’로 호흡을 맞춘 김홍선 PD의 러브콜로 출연이 성사됐다.

“‘보이스’는 급하게 1주일 만에 들어갔어요. 감독님이 ‘도와 달라’고 하셔서 ‘제가 뭘 돕나요. 감독님이 저를 좀 도와주세요’ 하면서요. 제가 제안을 고민하고 따질 입장은 아니니까요. 장르물을 많이 한 감독님이라 제 연기가 부족해도 감독님의 편집으로 보충이 될 거라고 믿었어요. 소리를 듣고 사건을 추리한다는 점도 신선했어요. 대본을 두 개 정도 보고 바로 결정했죠.”

급하게 캐스팅 된데다 반전이 베일에 가려졌기 때문에 이해영 역시 장계장이 어떤 인물인지 몰랐다. 그도 감독의 요청에 ‘악역’이라는 포인트만 가지고 연기해야했다. 장계장은 극 초중반 장혁-이하나와 사사건건 대립하는 관계로 ‘프로 방해꾼’을 담당했다. 의뭉스러운 캐릭터 탓에 시청자들은 “장계장 답답하게 왜 저러나”라는 의문부터 “장계장도 공범인가”라는 추측까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저도 시청자 입장에서 장계장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어요. 악역이라는데 대본상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인지 나오지 않잖아요. 초반에 장혁과 충돌할 때도 장계장의 제 스스로도 납득되지 않아서 의문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부딪힐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 점이 조금 아쉬웠지만 감독님을 믿고 대본에 나온 상황에 충실했어요. 보면서 답답했다고요? 저도요(웃음). 장계장은 항상 상황이 정리된 후에 나타나잖아요. 연기지만 캐릭터가 참 민망하더라고요. 황경일 사건 때는 배우들끼리도 ‘우리 너무 답답한 인간들이다’ ‘시청자가 볼 땐 얼마나 더 답답할까’라고 얘기했죠.”

다행히 ‘보이스’ 후반부 장계장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그에 대한 오해도 불식됐다. 장계장의 입장에서는 결말도 훈훈했다. 답답함에서 시작했지만 ‘보이스’는 결과적으로 배우 이해영에게 남긴 것이 많은, 고마운 작품이다.

“‘보이스’를 통해 연기는 단순히 배우가 잘한다고 잘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배웠어요. 제작진이 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셨어요. 감독님의 편집과 촬영감독님의 도움으로 잘 나왔다고 생각해요. 앵글과 편집과 조명의 힘을 느꼈죠. 감사한 작품이에요.”


<특별기획: 베테랑 토크②로 이어집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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