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정이 꿈꾸는 해피엔딩 “처음도, 끝도 삼성에서”

삼성 주희정. 스포츠동아DB

-PO 8경기서 평균 5.75점·3.5도움·2.5R
-정규리그 때보다 출전시간 대폭 늘어나
-꾸준한 개인훈련+코칭스태프 배려 덕분

삼성 포인트가드 주희정(40·181㎝)은 ‘2016~2017 KCC 프로농구’ 플레이오프(PO)에서 나이가 무색할 정도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오리온과의 4강 PO(5전3승제) 3차전까지 삼성이 치른 PO 8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21분35초간 뛰며 5.75점·2.5리바운드·3.5어시스트를 올렸다. 정규리그 때보다 출전시간이 늘어나면서 모든 부문에서 향상된 수치를 보이고 있다. 객관적 기록만 훌륭한 것이 아니라 코트에서 동료들과 찰떡 호흡을 이루면서 베테랑의 향기를 한껏 풍기고 있다.

사실 정규리그에서 출전시간이 적었던 선수가 PO 들어 갑작스럽게 인상적 플레이를 보여주기란 쉽지 않다. 나이가 든 선수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주희정은 갑자기 늘어난 출전시간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순발력이 떨어져 수비에선 약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지만, 악착같이 상대 선수를 따라붙고 있다.

주희정이 지금처럼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정규리그 막판 삼성 코칭스태프가 출전시간을 대폭 늘려준 덕분이다. 또 주희정 스스로도 정규리그 내내 개인 훈련을 많이 했다. 출전시간이 부족한 데 따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훈련시간을 늘렸다. 불혹의 나이지만, 열 살 넘게 차이 나는 후배들과 함께 야간훈련까지 소화하며 몸 상태와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 보람을 PO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KBL 무대에서 더 이상 이룰 게 없다’는 말을 듣는 주희정이 모든 열정을 코트에 쏟는 이유는 자신과의 약속 때문이다. 그는 2015~2016시즌을 앞두고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첫 우승을 경험했던 삼성을 다시 한 번 정상으로 이끌고, 삼성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바람을 털어놓았다. 주희정은 2000~2001시즌 삼성을 챔피언에 올려놓으면서 PO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한 바 있다.

삼성을 떠난 뒤로는 챔피언 반지와 인연이 없었다. 돌고 돌아 삼성의 ‘파란색’ 유니폼을 다시 입고 우승 레이스에 뛰어든 주희정이 2년 전 가슴속에 담았던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