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시선] 대한민국이여 폴리테이너를 허하라

입력 2017-04-26 19: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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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권

대한민국의 연예인에게는 금기시 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대표적으로 법적인 문제에 연루되지 않아야하고, 지금은 과거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공개연애와 같은 스캔들도 연예인에게 금기시 되는 사안이다.

그리고 또 하나, 대한민국의 연예인은 ‘정치적인 발언’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연예인에게 ‘정치적인 발언’이 금기시 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는 최근에도 발생했다.

18일 서울 중구 모처에서 콘서트 ‘새로운 꿈을 꾸겠다고 말해요’의 간담회를 가진 가수 전인권은 당시 “안 씨가 좋다”라며 19대 대선에 후보로 출마한 안철수 후보를 칭찬하는 이야기를 꺼냈다.

- 사담으로, 전인권이 19일 공개적으로 안철수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긴 했지만, 18일 기자회견에서 발언은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취지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실제 전인권은 과거 안희정 지사를 지지한 것과 콘서트 게스트로 안예은이 출연한 것과 관련해 반쯤 농담으로 '안씨를 좋아한다'고 말했고, 이에 '안씨를 좋아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라는 질문이 나오자 이에 대한 대답을 하다가 안철수 후보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애초에 안철수 후보는 대화의 주제가 아니었으며, 전인권 역시 단순히 안철수 후보를 보고 느낀 개인적인 인상과 느낌을 이야기했을 뿐이다. -

그리고 이 발언이 알려지자 전인권은 안철수 후보와 경쟁하는 진영에게 ‘적폐가수’로 찍히며 온갖 비난과 욕을 들어야했다. 심지어 5월 6일과 7일로 예정됐던 그의 콘서트 ‘새로운 꿈을 꾸겠다고 말해요’ 7일 공연이 취소되기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주최 측은 티켓 판매 부진이 취소의 이유라고 입장을 내놓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정황상 안철수 후보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예매취소 보이콧을 펼쳐 그렇게 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보내고 있다.

즉, 전인권은 특정후보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온갖 비난을 들어야했고, 실질적으로 활동에 제약을 당하는 상황까지 맞이하게 됐다.

개개인의 신념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벌어져서는 안 될 정치 보복이 오로지 ‘연예인이 정치적인 발언을 했다’는 이유 때문에 버젓이 자행된 셈이다.

비단 전인권뿐만이 아니다. 과거에도 연예계에는 정치적인 이슈에 휘말리면서 정신적, 물리적 피해를 입은 사례는 수도 없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연예인에게 정치적 발언은 금기가 됐고, 우리나라에서 폴리테이너(politainer)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이승환이나 김제동, 이은미, 故 신해철 등 폴리테이너라고 할 만한 연예인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들이 폴리테이너로 활동할 수 있는 건 반대 세력의 공격과 비난을 감수하기 때문이지, 결코 이에 자유롭기 때문이 아니다.

이름이 알려져 있고, 발언 하나하나가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이 되는 연예인이기에 더 많은 반대와 경계의 목소리를 감수해야한다는 의견도 있고 이도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반대의 목소리도 정당한 비판과 합리적인 설득일 경우에 가능한 것이지 연예인이기에 무조건적인 비난과 욕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건 일방적인 폭력이다.

그렇다고 연예인의 정치적인 발언과 행동을 무조건적으로 허용해야한다는 뜻도 아니다. 혹시 누군가가 연예인의 지위와 명성을 이용해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악의적인 선동에 나선다면 이를 저지하는 것 역시 대중들의 몫이다.

다시 말하지만 ‘자유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연예인이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것 자체는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이는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벌어질 일이다.

‘자유 민주주의’의 기본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26일 자신의 신곡 ‘알바트로스’의 발매를 기념해 서울 중구 모처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이은미는 “(전인권은)자신의 정치 소신을 밝혔을 뿐 아닌가. 뭇매를 맞고 있는 표현도 이해가 안 된다. 왜 뭇매인가. 모든 사람이 전인권의 헤어스타일을 하고 다니지 않는다. 그런 것과 마찬가지다. 뭇매라는 시선 자체가 차별적인 의중이 전제된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롭게 정치적인 성향을 밝히는 ‘폴리테이너’가 많아질수록, 그리고 그 다름을 인정할수록, 대한민국은 자유 민주주의에 한발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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