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관 리틀연맹회장 “화성드림파크, 한국야구 숙원 풀렸죠”

입력 2017-06-14 17: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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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9일 화성드림파크에서 한영관 한국리틀야구연맹 회장. 화성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저 개인적으로도 꿈을 이뤘지만, 우리 야구계의 숙원이 풀린 것 같아 정말 기쁩니다.”

한국리틀야구연맹 한영관(68) 회장은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꿈의 요람’ 화성드림파크가 개장된 9일, 한 회장은 마치 세상을 다 가진 어린아이처럼 들떠 있었다.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 일대 총 24만2689㎡에 야구장만 무려 8개가 들어섰다. 리틀야구장 4면, 주니어야구장 3면, 여성야구장 1면이 착공 1년 만에 완성됐다. 총공사비만 767억원이 투입된 아시아 최대규모다. 한 회장을 만나 화성리틀야구장 시대를 맞는 소감과 향후 활용 방안 등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개장을 축하드린다. 숙원이 풀린 것 같다.

“인프라 구축은 마지막 꿈이었다. 개인적인 꿈이기도 했지만, 우리 야구계 전체의 숙원이 풀렸다. 아이들이 안전한 야구장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됐다. 한국야구계의 경사다.”


-어떻게 시작됐나.

“그동안 서울 장충리틀야구장을 비롯해 구리, 남양주 등 각 지역에서 떨어져서 대회를 개최해야만 했다. 팀들이 한 곳에 모이기도 힘들고, 구장관리도 잘 안 되고, 안전상의 문제도 있었다. 그래서 의정부, 연천, 이천, 안성 등 경기도 각 지방자치단체를 돌아다니며 관계자들을 만나 설득해왔다. 유소년의 꿈과 희망을 주는 일일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얘기했다. 다들 예상보다 좋은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대부분 시예산 문제 등으로 부지는 제공할 수 있지만 야구장 건립비용까지 책임지기는 힘들다고 하더라.”


-화성시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

“채인석 화성시장께서 정말 큰 결심을 해주셨다. 처음에 화성시 주공리에 지하 쓰레기 처리장을 만드는데, 그 위에 야구장 4개면을 만들어주겠다고 해서 주민 설명회도 하고 MOU(양해각서)도 체결했다. 그런데 매향리가 시유지로 전환되면서 더 넓은 부지에 리틀야구장을 지을 수 있게 되자 이쪽으로 오게 된 것이다. 작년 리틀야구월드시리즈가 개최된 미국 윌리엄스포트에 채 시장과 화성시 관계자들이 오셨다. 야구장과 주변 편의시설, 관중석 등을 살피고 미국인들의 관심도 등을 직접 보시더니 느낀 점이 많았던 것 같다. ‘동양 최고의 운동장을 짓겠다’고 약속을 해주셨다. 그러면서 이번에 아시아 최대의 유소년야구장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드론으로 촬영한 화성드림파크 전경. 사진제공 | 한국리틀야구연맹


매향리(梅香里)는 아픔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1951년부터 2005년까지 54년간 미군의 공중폭격훈련장과 사격장으로 사용됐다. 매화 향기 그윽했던 마을은 화약 냄새 가득한 죽음의 땅으로 변했고, 주민들이 총탄에 맞아 다치거나 죽는 일도 자주 발생했다. 그동안 고통을 견뎌온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했고, 2005년에 종교단체, 시민단체 등이 들고 일어나면서 사격장이 폐쇄되기에 이르렀다. 화성시는 폐허의 땅에서 꿈과 희망을 꽃피운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유소년야구장을 건립하기에 이르렀다.


-8개면이나 되는 야구장이 개장됐으니 대회를 많이 개최할 수 있게 됐다.

“한국리틀야구연맹 사무국도 이쪽으로 이전했다. 올해에만 16개 대회를 이곳에서 열게 된다. 우선 화성드림파크 준공을 기념해 9일부터 20일까지 12일간 전국 126개팀 40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2017 화성드림컵 리틀야구대회’를 첫 국내대회로 개최했다. 7월1일부터는 2017 세계리틀리그 아시아-태평양(ATP) 예선대회를 개장 기념 첫 국제대회로 유치한다. 여기서 우승하면 8월에 윌리엄스포트에서 열리는 제71회 세계리틀야구월드시리즈에 출전하게 된다.”


-야구장이 지어지니 활용 방안들이 많을 것 같다.

“야구장이 많아져 연령별 대회도 나눠 개최할 수 있다.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기르고, 100%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평일엔 오후 5시 이후 훈련하고 경기를 한다. 조명 시설까지 갖춰져 문제없다. 순수 취미 주말반도 운영하기 때문에 주말엔 일반학생들도 부모와 함께 와서 야구를 할 수 있다.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와 함성만 들어도 행복하다.”


-풀어야할 과제는.

“편의시설이 좀 부족하지만, 바로 인근에 야구장보다 더 큰 부지에 화성시가 평화생태공원을 조성하기 때문에 해결될 것 같다. 그 안에 캠핑장도 만들어지고, 체험장 등 각종 놀이시설들이 대거 생겨난다. 야구장과 연계해 주말에 가족단위로 놀러올 수 있는 최고의 장소가 될 것 같다.”


-목표는 무엇인가?

“앞으로 다문화가족, 탈북자가족, 외국인자녀 등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기 위해 팀도 만들고 있다. 물론 어린이들이 야구를 잘 해서 훌륭한 프로선수로 크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모두 프로선수가 될 수는 없다. 최근엔 맞벌이 부부도 많고, 1가구 1자녀 가구도 많다. 야구를 통해 바른 인성을 가르치고 부모와 자녀가 끈끈한 유대관계를 이룰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9일 아시아 최대 규모의 유소년 야구장 ‘화성드림파크’에서 열린 개장식에 참석한 한영관 한국리틀야구연맹 회장이 인사를 하고 있다. 화성시 매향리 일대에 리틀야구장 4면, 주니어야구장 3면, 여성야구장 1면 총 8면으로 총 767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화성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화성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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