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서동욱. 스포츠동아DB
서동욱도 5년 전쯤 넥센에 몸담았을 때, 당시 마무리였던 손승락(현 롯데)과 부득이한 상황에서 2~3차례 배터리를 이뤘던 기억이 있다. 서동욱은 “KIA에서도 포수가 필요하면 마스크를 쓸 수 있다”고 기꺼이 말한다. KIA 김기태 감독도 “김민식, 한승택이 있는데 어제 SK와 같은 사정이 생기면 서동욱과 김주형을 포수로 우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욱은 “멀티 포지션 소화는 재능보다는 의지력에 가깝다. 준비 과정부터 해야 될 일들이 많다. 해보면 아는데 1루수, 2루수, 3루수, 외야수가 요구하는 몸이 다르다. 포구 동작이나 송구 밸런스 등, 요구하는 기술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KIA 서동욱.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인스타그램
아마 처음부터 유틸리티를 원해서 맡는 선수는 없을 것이다. 서동욱도 그랬다. 고정 포지션을 찾지 못하는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수비부터 시작한 것이 확장을 거듭해 지금에 이르렀다.
유틸리티 플레이어의 가장 큰 고충은 ‘유지’다. “가장 힘든 것은 ‘몸의 전환’이다. 마음먹기부터 중요하겠지만 그 전에 몸이다. 가령 이틀 전, 2루수로 오랜만에 나갔다. 개막전 이후에 (주전 2루수) 안치홍이 들어온 뒤 거의 1달 이상 맡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몸이 어색하게 반응하더라. (포지션에서 포지션으로 전환할 때) ‘몸을 엎는 시간’이 2~3일 걸린다. 그 과정에서 멘탈 적응까지 해야 하니 어렵고 힘겹다.”
그러나 그런 경험치가 쌓이는 과정 속에서 남들이 얻지 못하는 서동욱만의 가치도 발견한다. “눈여겨보는 공간, 생각하는 시점이 넓어진다. 나중에 은퇴를 하더라도 야구에 관해 해줄 수 있는 얘기가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능한 소설가처럼 다양한 시점을 가질 수 있다는 뜻으로 들렸다. 서동욱은 15일 롯데전에는 1루수로서 이름을 올렸다. 그의 시즌 58번째 경기 출전이다. KIA에서 그보다 많은 경기에 나간 선수는 김선빈, 최형우, 나지완, 버나디나 뿐이다.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