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서동욱이 말하는 ‘유틸리티 맨’으로 산다는 것

입력 2017-06-1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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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서동욱. 스포츠동아DB

KIA 서동욱(33)은 KBO리그의 대표적인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유격수만 빼고 포수까지 내야와 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서동욱은 SK 유틸리티 플레이어 나주환(33)과 휘문중학교 동창이다. 그런 서동욱인지라 14일 한화전에 긴급 포수로서 보여준 나주환의 능력이 우연이 아님을 알아봤다. 15일 롯데전에 앞서 만난 서동욱은 “원래 (나)주환이는 포수 출신이다. SK 다른 선수들 제쳐두고 나주환이 나갔다는 것은 그만큼 감각과 재능이 있다는 뜻”이라고 인정했다.

서동욱도 5년 전쯤 넥센에 몸담았을 때, 당시 마무리였던 손승락(현 롯데)과 부득이한 상황에서 2~3차례 배터리를 이뤘던 기억이 있다. 서동욱은 “KIA에서도 포수가 필요하면 마스크를 쓸 수 있다”고 기꺼이 말한다. KIA 김기태 감독도 “김민식, 한승택이 있는데 어제 SK와 같은 사정이 생기면 서동욱과 김주형을 포수로 우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욱은 “멀티 포지션 소화는 재능보다는 의지력에 가깝다. 준비 과정부터 해야 될 일들이 많다. 해보면 아는데 1루수, 2루수, 3루수, 외야수가 요구하는 몸이 다르다. 포구 동작이나 송구 밸런스 등, 요구하는 기술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KIA 서동욱.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인스타그램


아마 처음부터 유틸리티를 원해서 맡는 선수는 없을 것이다. 서동욱도 그랬다. 고정 포지션을 찾지 못하는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수비부터 시작한 것이 확장을 거듭해 지금에 이르렀다.

유틸리티 플레이어의 가장 큰 고충은 ‘유지’다. “가장 힘든 것은 ‘몸의 전환’이다. 마음먹기부터 중요하겠지만 그 전에 몸이다. 가령 이틀 전, 2루수로 오랜만에 나갔다. 개막전 이후에 (주전 2루수) 안치홍이 들어온 뒤 거의 1달 이상 맡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몸이 어색하게 반응하더라. (포지션에서 포지션으로 전환할 때) ‘몸을 엎는 시간’이 2~3일 걸린다. 그 과정에서 멘탈 적응까지 해야 하니 어렵고 힘겹다.”

그러나 그런 경험치가 쌓이는 과정 속에서 남들이 얻지 못하는 서동욱만의 가치도 발견한다. “눈여겨보는 공간, 생각하는 시점이 넓어진다. 나중에 은퇴를 하더라도 야구에 관해 해줄 수 있는 얘기가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능한 소설가처럼 다양한 시점을 가질 수 있다는 뜻으로 들렸다. 서동욱은 15일 롯데전에는 1루수로서 이름을 올렸다. 그의 시즌 58번째 경기 출전이다. KIA에서 그보다 많은 경기에 나간 선수는 김선빈, 최형우, 나지완, 버나디나 뿐이다.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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