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를 만나다 ①] ‘세모방’ PD “방송사간 벽을 허무는 것이 우리의 목표”

입력 2017-06-26 16: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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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를 만나다 ①] ‘세모방’ PD “방송사간 벽을 허무는 것이 우리의 목표”

MBC의 일요일 저녁을 오랫동안 지켜온 ‘일밤’이라는 프로그램은 그동안 괘 참신한 시도를 많이 해 왔다. 멀게는 어려운 이웃들의 집을 고쳐주는 ‘러브 하우스’가 있고, 가깝게는 복면을 쓰고 무대 위에 올라 가창력을 뽐내는 ‘복면가왕’이 있다.

이런 가운데 ‘일밤’은 최근 유행하는 협업 혹은 컬래버레이션이라는 소재를 빌어 또 한 편의 실험작을 만들어 냈다. 타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체험해 보는 ‘세상의 모든 방송’의 이야기다.

이 실험작은 최민근, 김명진, 두 동기 PD의 의기투합으로 만들어 졌다. 제작 발표회 당시 “홧김에 만들었다”던 그들이었지만 홧김이라기엔 매우 신선하고 독특한 결과물이 나왔다. 이들의 진짜 기획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처음 기획을 하면서 참고삼아 많은 방송들을 봤어요. 그러다가 ‘방송이 정말 많구나’, ‘이런 방송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이런 다양한 방송들 중에 의미 없는 것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이런 면은 한 프로그램에 담아보면 어떨까가 ‘세모방’의 시작이에요.” (최민근 PD)

“저와 최민근 PD가 둘이 기획 회의도 오래 했고 각자 가지고 있는 아이템도 많아요. 그런데 시기상 지금은 할 수 없는 것도 있다보니 ‘그럼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보자’는 생각에서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죠. 또 요새 관찰 프로그램이 대세인 건 부정할 수 없잖아요? 마치 다큐멘터리를 찍듯이 우리는 뒤로 물러나 지켜보자고 생각했죠.” (김명진 PD)


두 PD의 말처럼 ‘세모방’은 결국 타 방송사와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 내는 버라이어티인 동시에 관찰 예능의 형태를 띄고 있다. 문학으로 치면 일종의 액자식 구성을 가진 셈이다.

이런 ‘액자식 구성’을 가능케 한 것은 결국 타 프로그램과의 협업을 이끌어 낸 제작진의 공로다. “첫 방송이 나간 후 이제는 다른 프로그램에서 협업 요청이 온다. 고마운 일이다”라고 말하는 그들이지만 기획 초반의 섭외에서는 몰래 카메라가 아니냐는 의심(?)도 받았다.

“처음에는 유투브를 통해 찾아보고 먼저 연락을 드리는 방식을 취했어요. 특히 해외 프로그램의 경우 자신들을 알아봐 줬다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좋아했어요. 국내 프로그램들도 ‘이제야 우리를 알아보는구나’라는 식이죠.” (최민근 PD)

“그 쪽에서 의외로 적극적으로 나와 저희가 놀랄 정도였어요. 어려울 것 같던 몽골 촬영도 의외로 술술 풀렸죠. 예전 기획 초반에는 ‘왜 지상파가 우리랑 협업을 하려고 하느냐’는 반응도 있긴 했어요. 리듬댄스 편의 실버아이방송 대표님은 저를 따로 불러서 ‘몰래 카메라 아니냐’고 몇 번을 물어보셨는지 몰라요.” (김명진 PD)


이런 과정을 거쳐 ‘세모방’은 ‘형제꽝조사’, ‘도시아들’, ‘한다맨’, ‘인도네시아 홈쇼핑’ 등과의 협업을 성공시키며 독특한 그림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런 성공적 ‘협업’에는 숨 죽이는 ‘세모방’ 제작진의 노력이 존재한다.

“그건 당연한 것 같아요. 저희는 실제 촬영에 들어가면 완전히 뒤로 빠져 있어요. 그 쪽 제작진에게 100% 통제권을 줘요. 그래야 리얼함도 살릴 수 있고 또 그 프로그램에 손상이 가지 않으니까요. 주객전도의 상황이 되지 않도록 노력 중입니다.” (최민근 PD)

“한 예로 헨리는 아직도 제가 ‘세모방’ PD인 줄 모를 걸요? 매번 PD가 바뀌니까 굳이 제가 헨리에게 ‘세모방’ PD라고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야 몰입도 잘 되죠. 촬영 직전에도 연기자들에게 ‘끝나면 인사나 나눌 것이다. 그 쪽 PD 말을 들으면 된다’고 못을 박아놔요.” (김명진 PD)

이제 겨우 6회를 내보낸 그들이지만 아직 해보고 싶고 할 수 있는 아이템은 무궁무진하다. 해외 예능이나 국내의 마이너 프로그램 외에도 이들은 방송의 개념을 확장시켜 더 넓은 의미의 협업을 준비 중이다.

“우리의 일은 결국 장벽을 허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세모방’의 기획의도이자 이상이기도 해요. ‘일밤’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방송의 개념을 확장시켜 나중에는 TV에 나오는 방송뿐만 아니라 사내방송, 대학교 방송과도 협업을 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신선함을 보여주려다 보니 B급 감성, 마이너적인 요소가 많이 스며들었지만 점차 ‘일밤’에 적합한 콘텐츠로 바꿔나가야죠.”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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