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삼합’의 환상적 어울림…“장흥 9미 중 네가 최고!”

입력 2017-06-3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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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힌 식감 ‘선지국밥’ 아침식사 뚝딱
점심땐 ‘갯장어 샤브샤브’로 기력 회복
한우 - 관자 - 버섯 ‘삼합’이 하이라이트
장흥 식재료 본연의 맛과 향이 그대로

미식이나 요리에 대한 온갖 담론이 넘쳐나지만 결국 좋은 요리의 기준은 단순명료하다. 재료 본연의 맛을 제대로 전하냐이다. 그런 점에서 장흥은 음식에서 식재료의 비중이 얼마나 절대적인지 입으로 느끼게 해주는 고장이다. 남해를 바라보며 길쭉하게 자리잡은 장흥은 음식에 대한 자존심이 남다른 전남에서도 양질의 다양한 식재료가 나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바다에서 나오는 각종 해산물은 기본. 전국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한우 사육지인데다 양파나 감자 등 농산물도 정평이 났다. 특히 본격적인 여름 무더위가 시작된 요즘, 지친 기력을 보충해줄 소고기 갯장어 낙지 같은 보양식의 본고장이다. 그래서 모처럼의 장흥 취재 길에 고장 향토 보양식으로 하루 삼시세끼를 도전했다.


● 아침-소머리국밥과 선지국밥

소머리 국밥은 서울이나 경기지역에서 더 흔한 음식이다. 하지만 대표 한우산지답게 장흥의 소머리국밥은 고기국의 진수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범상치 않은 맛이 있다.

군내에 수많은 국밥집이 있지만 그중 장흥읍 정남진토요시장에 있는 ‘한라네 소머리국밥’은 지역민이나 여행객에게 제법 명성이 있다. 보통 ‘한라국밥’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이곳의 메뉴는 단출하다. 소머리국밥, 선지국밥, 돼지국밥, 돼지내장국밥 딱 네 가지.

소머리국밥과 선지국밥을 시켰다. 단출한 기본 상차림만큼 국밥도 평범한 모양새다. 맛도 비주얼만큼 소박하고 정직하다. 그게 매력이다. 쓸데없이 복잡미묘하거나 여러 맛이 섞인 것이 아닌, 소의 머리고기나 선지가 들어간 국에서 바라고 맛보고 싶은 그런 맛이다. 소머리국밥은 구수하면서 속을 부드럽게 달래주고, 국물은 감칠맛과 시원함이 적절히 섞여 있다. 간판메뉴 소머리국밥보다 정작 더 입을 사로잡은 것은 선지국밥이다. 칼칼하면서 깊이가 있는 국물과 함께 질 좋은 선지의 식감이 기막히다. 선지해장국의 지존으로 꼽히는 서울 동대문 ‘어머니 대성집’ 이후 모처럼 만난 내공있는 맛이다.


● 점심-갯장어 샤브샤브와 된장물회

장흥군 남쪽에 위치한 안양면에 여다지 해변이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가장 깨끗한 개펄이 있는 바닷가이자, 장흥 출신 소설가이자 시인 한승원의 문학산책로가 있는 곳이다. 이곳의 ‘여다지 회마을’에서 장흥 9미(味)인 갯장어 샤브샤브와 된장물회를 만났다. 갯장어는 일본어인 하모로 더 많이 알려진 식재료다. 구이로 많이 먹는 민물장어와 달리 갯장어는 끓는 육수에 고기를 살짝 데치는 샤브샤브로 즐겨 먹는다. 흔히 갯장어 샤브샤브하면 여수를 떠올리지만, 장흥 역시 지역 대표 음식에 꼽을 정도로 자부심이 강하다.

장어 뼈와 녹각 등 7가지 약재를 우린 육수에 표고버섯, 부추, 양파를 넣은 뒤 팔팔 끓을 때 갯장어를 살짝 담근다. 곱게 잔칼질을 한 장어가 뜨거운 육수에서 하얀 꽃처럼 변할 때 꺼내 먹는다. 간장소스나 초장에 찍어 먹어도 되지만, 지역민이 알려준 방법은 장흥산 생양파에 장어 한 점, 표고 한 점, 부추를 차례로 올려 살짝 초장이나 간장을 뿌려 먹는 것.

된장물회는 여름철에 더위로 떨어진 입맛을 살려주는 별미다. 장흥군 회진면 해안마을 일대에서 전부터 먹던 전통 향토음식이다. 어부들이 밑반찬으로 챙겨온 김치가 시자, 이를 잡은 생선과 된장을 섞어 먹은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물회에는 어린 농어나 돔 속살, 잡어 등 부드러운 횟감을 주로 넣는다. 열무김치와 그 국물, 집된장과 풋고추, 오이, 마늘 등을 넣는다. ‘여다지 회마을’의 경우 회임에도 생선을 살짝 익혔다. 부드러운 식감을 위해서라는 게 주인의 설명이다.


● 저녁-장흥한우삼합과 한우육회

장흥을 대표하는 아홉 가지 맛. 9미는 장흥한우삼합, 매생이탕, 된장물회, 키조개요리, 바지락회무침, 굴구이, 갯장어 샤부샤부, 갑오징어회·먹찜, 황칠백숙 등을 말한다. 이중 제일 앞에 있는 것이 장흥한우삼합이다. 장흥한우, 수문포 바다의 키조개 관자, 장흥산 표고버섯 등 대표 식재료 세 가지를 불판에 구워 삼합으로 먹는다. ‘1박2일’ 등의 방송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면서 지금은 전국구 명성을 지닌 음식이 됐다.

장흥 읍내에는 거의 한 집 건너라고 표현할 정도로 많은 삼합집이 있다. 그중 탐진강변에 있는 ‘만나 숯불갈비’는 이곳 사람들이 인정하는 삼합 맛집이다. 장흥한우삼합은 음식의 맛을 좌우할만한 별다른 조리법이나 양념이 없다. 잘 구워진 소고기와 관자, 버섯의 각기 다른 식감과 맛이 하나로 합쳐졌을 때의 복합적인 풍미가 이 요리의 매력이다.

삼합과 함께 맛본 육회는 배를 넣어 달달하게 버무린 다른 지역과 달리 고기를 얇게 저미듯 잘라 깨만 뿌린 것이 특색이다. 맛의 키포인트는 야무진 칼질. ‘칼질의 달인’에 출연했던 주인장의 이력을 말해주듯 한우의 쫀득하고 차진 식감을 제대로 느끼도록 고기를 자른 솜씨가 남다르다.

장흥|김재범 기자 oldfield@s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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