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성 코치 당당한 퇴장 “새 출발에 부담주고 싶지 않다”

입력 2017-07-0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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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국가대표팀 정해성 수석코치가 후배인 신태용 감독의 새 코칭스태프 구상에 부담을 주기 싫어 스스로 사퇴를 결정했다. 이제 그는 모교인 서울 중앙고에서 자식뻘 후배들을 키우며 지도자의 삶을 이어가기로 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대표팀 수석코치 예견된 사퇴

“신태용 감독이 얼마나 고민스럽겠나
대표팀 반드시 본선 갈 거라고 본다”


당당하고 깔끔한 퇴장이었다. 축구국가대표팀 정해성(59) 수석코치가 스스로 물러났다. 이미 예견된 일인지 모른다. 4일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위원장 김호곤)가 신태용(47) 감독을 신임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임명함에 따라 후보군에서 함께 경합해온 정 코치가 떠날 것이란 예상이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정 코치는 5일 오전 협회를 찾아 안기헌(63) 전무에게 사퇴의 뜻을 전했다. “감사하다. 짧은 시간이나마 행복했고 즐거웠다”는 말로 작별을 알렸다. 안 전무 역시 “우리가 더 미안하다”며 아쉬워했다.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부터 시작해 한국축구의 굵직한 행적에는 정 코치의 역할도 컸다. 2010남아공월드컵 때도 허정무(62)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를 보좌해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울리 슈틸리케(63·독일) 전 대표팀 감독이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거듭 실책을 연발하다 급기야 3월 중국 원정에서 참사(0-1 패배)를 겪자 협회는 정 코치에게 SOS를 보냈다. ‘슈틸리케 감독이 선수들과의 소통에 문제를 겪고 있으니 이를 해결해달라’는 것이 요지였다. 정 코치는 깊이 고민했다. 다만 시간은 길게 끌지 않았다. 결국 수락했고, “나는 많은 혜택을 얻은 축구인이다. 그런 우리 축구가 위태롭다. 내 역할을 잘 알고 있다”는 말과 함께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러나 ‘슈틸리케호’는 이미 난파선이었다. 배수의 진을 치고 나선 6월 카타르 원정에서도 대표팀은 2-3으로 무너졌다. 슈틸리케는 끝내 경질됐고, ‘사령탑 공백기’가 3주 가까이 이어졌다. 그 사이 등장한 다양한 후보군 중 정 코치는 거의 유일한 ‘대표팀 내부인’이었다. 4일 5시간의 마라톤회의를 진행한 기술위원들이 마지막 후보로 압축한 인물도 신 감독과 정 코치였다. 그렇게 신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기술위는 대표팀 코칭스태프 선발의 전권도 부여했다.

한국축구의 현장 지휘관으로는 최고의 자리에 오르지 못한 채 아쉬운 고배를 들었던 저녁, 정 코치는 가족과 모처럼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괜한 오해를 살까봐 한동안 피하던 지인들의 전화도 그제야 받았다. 맥주 한 잔을 마시며 마음을 정리했다.

“떠나는 것이 옳다. 카타르 원정 실패에는 분명 내 책임도 있다. 더욱이 신(태용) 감독이 얼마나 고민스럽겠나. 새로운 출발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가족들도 전부 응원해줬다. 짧은 여정 속에서 많이 배웠다. 우리 대표팀의 저력을 믿는다. 위기에서 더욱 강하게 돌파했던 태극전사들이다. 반드시 본선에 오를 것이고, 본선에서 또 선전하리라고 본다.”

정 코치는 이제 서울 중앙고에서 다시 지도자의 삶을 이어간다. 대표팀 생활을 하는 동안 조용히 기다려준 그의 모교다. 자식뻘 후배들을 키우고 성장시키면서 대표팀에서와는 또 다른 소소한 보람을 찾겠다는 의지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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