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토픽] 이겨야 할 때 확실히 이길 줄 아는 전북

입력 2017-07-1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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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현대 김신욱(왼쪽)이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울산현대와의 K리그 클래식 19라운드 홈경기 후반 24분 4-0 승리를 완성하는 프리킥 골을 터트린 뒤 환호하고 있다. 김신욱이 3년 만에 맛보는 프리킥 골이었다. 사진제공|전북현대

전북현대는 자타공인 K리그 최강이다. 비록 지난해 승점 감점의 불명예 속에 FC서울에 클래식(1부리그) 우승컵을 내주긴 했지만, 2014년과 2015년 클래식 2연패를 달성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트로피도 들어올렸다. 올해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박탈당하고, FA컵에서도 초반 탈락의 불운을 맛봤지만 클래식에선 여전히 순위표 최상단을 장식하며 극강의 면모를 뽐내고 있다.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울산현대와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9라운드 홈경기에선 스스로 왜 강팀인지를 제대로 입증했다.


사진제공|전북현대



● 위기에서 더 강한 전북

전북은 직전 18라운드 원정경기에서 FC서울에 1-2로 패했다. 종료 직전 서울 박주영에게 ‘극장골’을 내주는 바람에 연속무패행진을 8경기(5승3무)에서 마감했다. 그 사이 2위 울산이 승점 3점차로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여름이적시장을 맞아 ‘패스 마스터’ 김보경이 일본 J리그 가시와 레이솔로 떠나는 등 악재까지 겹친 터라 ‘위기설’이 흘러나왔다. 게다가 하필이면 다음 상대는 울산이었다. 8일 맞대결 결과에 따라선 울산과 승점차 없는 ‘불안한 선두’로 내몰릴 수 있었지만, 전북은 오히려 위기에서 더 강했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평소 “진짜 강팀이라면 안방에서, 그리고 순위경쟁 상대와의 경기에서 반드시 이길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곤 했다. 그 말대로 ‘진짜 강팀’이었다. 전반 21분 이승기의 선제골로 앞선 뒤 후반 로페즈∼이재성∼김신욱의 릴레이 골로 울산을 4-0으로 완파했다. 전방에서부터 상대를 압박했고, 결과뿐 아니라 세밀한 플레이 등 내용에서도 울산을 완벽히 제압했다. 전북(11승5무3패·승점 38)은 울산(9승5무5패·승점 32)에 승점 6점차로 달아나며 선두독주체제를 재가동했다.

사진제공|전북현대



● ‘희생’이 만들어내는 달콤한 열매

장기 레이스를 펼치다 보면 어느 팀이나 위기를 겪게 마련이다. 서울전 패배 이후 울산을 만나는 일정은 아무리 전북이라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전북은 고비에서 더욱 집중력을 발휘하며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이는 최 감독이 수없이 강조해온 ‘어려울 때 더 뭉치는 팀 분위기’ 덕분이었다. 전북은 ‘국가대표급’ 호화 진용을 자랑한다. 최전방 공격수만 해도 김신욱, 이동국, 에두 등 3명이나 있다. 베테랑 이동국은 올 시즌 출전 기회가 줄었음에도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대신 묵묵히 땀을 흘린다. 이동국을 중심으로 한 베테랑들의 이런 태도는 서로 희생하는 분위기 속에 팀을 하나로 만들고 있다.

사진제공|전북현대



● 강자를 더 강하게 만드는 ‘여유’

전북을 강하게 만드는 요인은 또 있다. ‘강자의 여유’다. 3-0으로 앞선 울산전 후반 24분 196cm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은 프리킥 찬스서 동료 이승기, 이재성, 로페즈 등과 함께 볼 앞에 섰다. 평소 프리키커로 거의 나서지 않는 김신욱은 자신이 차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고, 이를 말리던 로페즈와 기분 좋은 ‘만원 내기’를 한 끝에 결국 직접 볼을 차 골망을 흔들었다. 헤딩에 강해 문전 플레이에만 능하다는 평가를 받던 김신욱은 2014년 7월 이후 3년 만에 프리킥으로 올 시즌 8호 골을 뽑는 기쁨을 맛봤다. 3-0의 여유 있는 스코어는 전북에 ‘김신욱 프리킥’이라는 또 다른 공격 옵션이 존재함을 확인시켰다.

최 감독은 “올해 시즌 초반만 해도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 탓에 변칙적으로 팀을 운영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 이용을 제외하곤 이렇다할 부상자가 없다”며 “시간이 갈수록 우리 팀은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최 감독의 자신감이 결코 허튼소리가 아님을 보여준 울산전이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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