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장정석 또 한번 신인감독 돌풍 일으킬까

입력 2017-07-1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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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장정석 감독. 스포츠동아DB

감독의 조건은 무엇일까? 스토브리그는 물론 시즌 내내 리그에서 끊이지 않는 질문이다. 6할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팀 감독도 10번의 경기 중 4번을 패하기 때문에 매 경기 결과론적인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질문은 완벽하지 않다. ‘우리 팀에 맞는 감독의 조건은 무엇일까?’가 더 정확한 질문이 될 수 있다. 각 팀마다 필요한 감독이 다르기 때문이다.

NC 김경문 감독이나 kt 조범현 전 감독은 같은 포수출신으로 투·타 모두 선수의 잠재력을 발견하는데 동물적 감각을 갖고 있다. 이들은 신생팀과 리빌딩이 필요한 구단에 어울린다. 전력만 갖춰져 있다면 연이어 새 선수를 발굴하기 때문에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내는 감독들이다. 김 감독은 무명의 외야수 권희동을 발굴하고 도루왕 김종호를 삼성 퓨처스에서 찾아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좌완 강속구 투수 나성범을 리그 정상급 타자로 만들었다. 조 전 감독은 KIA 시절 프로선수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따랐던 김선빈을 주전 유격수로 썼고, 공만 빠르다는 양현종을 온갖 비난 속에 선발투수로 키웠다. kt에서는 박경수를 홈런타자로, 포수 김재윤을 올스타 마무리 투수로 탈바꿈시켰다.

두산과 넥센은 완벽한 팀 시스템을 지향하는 구단이다. 김태형 감독은 2015년 사령탑에 데뷔해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선수단을 장악하는 카리스마도 빛나지만 두산 특유의 육성, 내부경쟁, 선순환 시스템을 완벽하게 이해한 상태에서 감독이 됐기 때문에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어떨까. KBO리그 최초로 코치 경험 없이 사령탑에 오른 주인공이다. 올 시즌 데뷔를 앞두고 우려가 뒤따랐던 것이 사실이다. 감독은 전략전술에도 뛰어나야 하고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을 장악하는 리더십도 갖춰야 한다. 구단과 협력, 미디어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 경력이 중요시 된다.

넥센은 시즌 초 외국인 선수의 연이은 전력이탈과 마무리 김세현의 부진 등 온갖 악재가 이어졌다. 그러나 전반기 막바지 2~4위권 싸움을 하고 있다.

장정석 감독은 2010년 이후 류중일(전 삼성)~염경엽(전 넥센)~김태형(두산)으로 이어지는 신인감독 돌풍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능력을 그라운드에서 입증하고 있다.

김세현이 흔들리자 곧장 김상수를 마무리 투수로 탈바꿈시키고 내야수로 입단한 고졸 신인 이정후를 과감히 붙박이 외야수로 발탁한 장 감독의 결단은 기대 이상의 강단이다. 시즌 초 에이스 밴 헤켄이 구속저하로 부진했을 때도 충분한 휴식시간을 보장했고, 시속 146km의 빠른공을 회복할 때까지 조급함 없이 실전 투입을 참았다. 오랜 매니저 생활과 운영팀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선수단과 교감도 장 감독의 큰 장점이다. 특히 “NC 김경문 감독님의 과감한 작전 등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전반기 패한 경기보다 이긴 게임이 7승 이상은 많아야 후반기 순위싸움이 유리하다. 꼭 맞추고 싶다”등 솔직함과 장기적 시각 모두 쉽게 흔들리고 바로 눈앞 경기만 바라보는 실패한 신인 감독들과는 다른 면모다.

30일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트윈스와 넥센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9회말 LG 공격을 앞두고 넥센 장정석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가 마무리 김상수에게 공을 전달하고 있다.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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