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부부 예능’, 박탈감은 어찌하오리까?

입력 2017-07-14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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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의 추자현·위샤오광(사진 왼쪽), 케이블채널 tvN ‘신혼일기’ 구혜선·안재현 등 스타 부부를 전면으로 내세운 예능프로그램이 상대적 박탈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시청자의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진제공 | SBS·tvN

싱글 와이프·동상이몽2·신혼일기…
호화로운 일상에 시청자들은 괴리
쇼윈도 부부로 비쳐질 위험도 존재

연예인 부부가 주인공인 예능프로그램이 잇따라 등장하지만 대중의 반감은 높아지고 있다. 5월 폐지된 MBC ‘우리 결혼했어요’와 현재 방송 중인 종합편성채널 JTBC ‘님과 함께’가 가상의 스타 부부를 출연시켜 연출의 측면이 강했던 것에 비해 사실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지만 정작 시청자의 시선에는 박탈감만 안긴다는 지적이다.

SBS ‘아내들의 낭만일탈-싱글 와이프’(싱글 와이프)가 파일럿으로 선보인 뒤 13일 정규로 편성 확정됐다. 육아와 가사에 지친 아내를 위해 남편이 특별한 휴가를 선물한다는 콘셉트로, 박명수·한수민 남희석·이경미 이천희·전혜진 부부 등이 출연한다. 10일 첫 방송한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의 추자현·위샤오광 김수용 부부 등과 채널A ‘아빠본색’의 김형규·김윤아 부부 등도 일상을 공개하고 있다. 올해 2월 구혜선·안재현 부부의 신혼생활을 담아 화제를 모았던 케이블채널 tvN ‘신혼일기’는 시즌2 방송을 앞두고 있다. 한동안 가족을 앞세웠던 예능프로그램 트렌드가 부부로 이동한 셈이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스타 부부들의 일상은 시청자에게 재미 요소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단란하게 지내는 모습을 중점적으로 담으려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스타들의 으리으리한 집과 호화로운 내부 인테리어 등은 시청자에게 혼란만 줄 뿐이라는 지적이다. ‘싱글 와이프’에서 이천희·전혜진 부부의 집은 마당이 있는 3층 단독주택으로 방송 당시 ‘거대한 부지’라는 자막으로 소개됐다. 또 실제 부부를 내세운 사실성이 오히려 덫이 되어 ‘쇼윈도 부부’로 비쳐질 수 있는 위험도 존재한다. 그동안 방송과 언론 노출을 기피했던 일부 출연자가 이 같은 프로그램을 계기로 사업 홍보 등의 계기로 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도 던진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가족 예능프로그램은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며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와 공감할 수 있지만 부부 예능프로그램은 ‘보여주기 식’에만 그칠 수 있다”며 “부유한 환경과 일상의 모습은 시청자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혼생활에 대한 과도한 미화로 힘겨운 현실을 살아가는 많은 젊은 시청자에게도 결혼에 대한 불필요한 환상까지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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