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선수 300명과 함께 한 이용대의 감동레슨

입력 2017-07-24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이용대 올림픽제패기념 2017 화순 전국학교대항 배드민턴선수권대회’가 22일부터 28일까지 전남 화순군 하니움문화스포츠센터와 이용대체육관에서 열린다. 22일 대회 첫 날 오전 이용대(요넥스)가 이용대체육관에서 초등부 선수들을 상대로 원포인트 레슨을 하고 있다. 화순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산만했던 300여명의 초등학생들은 어느 순간 선생님의 지적이 없어도 잡담을 멈췄다. 장난도 치지 않았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자신들 앞에서 직접 라켓을 휘두르며 열정을 다해 레슨을 하는 강사에게 쏟아졌다.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 이용대(29·요넥스)는 22일 자신의 이름을 딴 ‘이용대 올림픽제패 기념 2017 화순 전국학교대항 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 참가한 300명의 배드민턴 꿈나무들과 역시 자신의 이름이 담긴 ‘이용대 배드민턴전용 경기장’에서 한 시간 동안 함께했다. 굵은 땀을 쏟으며 그동안 온 몸으로 체득한 ‘영업기술’을 아낌없이 나눴다.

이용대는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하며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매년 여름 전남 화순을 찾았다. 휴식도 반납하고 셔틀콕 유망주들을 만나 사인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빨리 태릉(국가대표 선수촌)에서 만나자”는 깊이 있는 응원을 했다.

이용대는 항상 “언젠가 시간이 된다면 사인회 뿐 아니라 배드민턴을 함께 치며 레슨을 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2016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끝나고 태극마크를 잠시 내려놓은 이용대는 올해 마침내 그 약속을 지켰다. 한 손에는 마이크, 한 손에는 라켓을 잡고 예정됐던 30분의 시간을 훌쩍 넘겨 한 시간 가까이 배드민턴 꿈나무들과 함께 땀을 흘렸다. 정성을 다해 후배들에게 교과서적인 배드민턴 이론을 넘어 자신이 직접 느끼며 실전에서 적용했던 기술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애썼고 “배드민턴이 좋아 배드민턴 선수가 됐으니 더 열심히 즐기자”는 울림 있는 말도 했다. 이용대가 초등학생들에게 전한 레슨과 메시지를 1인칭 시점으로 그대로 담았다.

‘이용대 올림픽제패기념 2017 화순 전국학교대항 배드민턴선수권대회’가 22일부터 28일까지 전남 화순군 하니움문화스포츠센터와 이용대체육관에서 열린다. 22일 대회 첫 날 오전 이용대(요넥스)가 이용대체육관에서 초등부 선수들을 상대로 원포인트 레슨을 하고 있다. 화순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안녕하세요. 이용대 입니다. 운동이 많이 힘들죠?(곧장 ‘네! 힘들어요~’라는 함성이 터지자 초등학교 감독, 코치들의 웃음이 이어졌다) 저 역시 어렸을 때 운동이 많이 힘들었어요. 지금은 많이 힘들겠지만 훈련 때 아무리 지쳐도 ‘셔틀콕 하나만 더 받고 끝내자’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매일 하나 더 받은 셔틀콕이 모이면 큰 재산이 됩니다. 모두 배드민턴이 좋아서 선수가 된 거죠? 선수생활은 매우 긴, 그리고 체력적으로 힘든 여행과도 같습니다. 그래도 즐기면서 하면 더 신나고 재미있습니다.

기술적인 훈련은 코치님들에게 잘 배우고 있죠? 그래서 오늘은 제가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여러 노하우를 최대한 짧게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언더로 셔틀콕을 칠 때 방향만 생각하지 마세요. 네트 반대편 코트에 서 있는 상대 선수의 키를 생각해 포물선 각도를 조절해야 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입니다. 마지막 임팩트 순간에 손목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예측하기 어려운 속도 변화가 이뤄집니다. 빠르게, 그리고 상대방 키에 따른 조절을 함께 해서 이렇게 치는 겁니다.(이용대는 레슨을 진행하는 내내 직접 라켓을 들고 셔틀콕을 치며 설명했다)

속도만 생각해서는 절대 안 돼요. 셔틀콕이 포물선을 빠르게 그리게 하면서 방향을 함께~(‘어려워요!’라는 말이 터지자, 활짝 웃으며) 맞아요. 배드민턴은 어려워요. 저 역시 지금도 배드민턴이 어려워요. 그래서 열심히 해야 해요.

자, 이제 가장 중요한 수비로 넘어가 볼게요. 여러분 덴마크 대표선수로 활약했던 피터 게이드(프랑스 대표팀 감독), 잘 알죠? 얼마 전 피터 게이드 감독이 저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

‘배드민턴은 그동안 자세를 낮추는 것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상체는 더 세워야 한다.’ 순간 ‘왜 내가 지금까지 그 부분을 깨닫지 못 했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역시 배드민턴 공부는 끝이 없습니다. 헤어핀(네트 바로 밑으로 떨어지는 셔틀콕을 다시 살짝 상대 코트로 넘기는 공격. 최고의 헤어핀은 네트 꼭대기를 맞고 상대 코트로 떨어지는 기술이다. 수비가 거의 불가능하다) 때도, 자 보세요. 이렇게 상체를 더 세우니까 훨씬 유리해요. 훈련 때 해보면 다른 점이 느껴집니다.

‘이용대 올림픽제패기념 2017 화순 전국학교대항 배드민턴선수권대회’가 22일부터 28일까지 전남 화순군 하니움문화스포츠센터와 이용대체육관에서 열린다. 22일 대회 첫 날 오전 이용대(요넥스)가 이용대체육관에서 초등부 선수들을 상대로 원포인트 레슨을 하고 있다. 화순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저 역시 그동안 수비 때 무릎을 많이 굽히지 않았어요. 무릎을 굽히면 낮은 자세란 이점이 있지만 무릎을 조금 세우고 허리를 이용하면 공격 전환이 쉬워요. 더 능동적으로 예상과 다른 공격에도 대처가 쉬워요. 다리가 무너지면 안 됩니다. 재빨리 치고 수비 동작으로 되돌아와야 해요. 자 학생 이쪽으로 나와 봐요.(아현초등학교 5학년 선수가 코트에 서서 이용대가 알려준 다리 자세로 계속 셔틀콕으로 때리고 받았다) 어때요? 느낌이 조금 달라요? (학생 선수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무척 잘 넘어가요’라고 답하자 이용대도 활짝 웃었다)

빨리, 짧게 스윙하고 다시 수비 자세로 되돌아오고, 다시 치고 되돌아오고. 다시 한번 강조하면 다리가 무너지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허리를 잘 이용해야 해요. 항상 네트 방향으로 두 다리가 준비 돼 있어야 해요.(레슨이 진행되면 될 수록 초반 부산 했던 초등학생 선수들은 초롱초롱한 눈빛을 하며 집중도가 높아졌다)

자 이제 드라이브에요. 수비 때 익힌 자세를 유지하며 방향은 정확히 네트 상단을 보고 때리는 겁니다.(이용대의 드라이브가 계속 네트 위를 살짝 넘어 날아가자 레슨을 도와주고 있던 상대 코트 선수들이 셔틀콕을 받아내는데 굉장히 어려워했다)

네트에 최대한 셔틀콕이 붙어서 넘어가는 느낌으로 계속 이 방향을 유지하며 쳐야 해요. 그래야 실전에서도 내 것이 됩니다.(학생 선수들은 곧잘 따라하다가도 네트에 공이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자세를 유지하기 힘들죠? 그래서 몸이 준비가 돼 있어야 해요. 배드민턴 선수는 눈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셔틀콕을 잡아내는 눈과 팔목 힘을 함께 기르는 좋은 방법이 셔틀콕으로 벽을 치는 겁니다. 혼자 어디서나 훈련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벽이랑 계속 대화하면서 셔틀콕을 치는 겁니다. 어렸을 때 벽치기를 굉장히 많이 했어요. 지금부터 이렇게 목표를 정하세요. ‘셔틀콕을 단 한번도 바닥에 떨어트리지 않고 벽치기를 100개 연속 성공시키자’ 100개 연속 성공하는 순간 배드민턴 실력이 굉장히 늘어나 있을 겁니다. 눈도 좋아지고 팔, 손목 힘도 좋아져요.”

‘이용대 올림픽제패기념 2017 화순 전국학교대항 배드민턴선수권대회’가 22일부터 28일까지 전남 화순군 하니움문화스포츠센터와 이용대체육관에서 열린다. 22일 대회 첫 날 오전 이용대(요넥스)가 이용대체육관에서 초등부 선수들을 상대로 원포인트 레슨을 하고 있다. 화순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이용대는 한 가지 레슨 주제로 수 십 번씩 학생 선수들과 셔틀콕을 주고받으며 말을 이어갔다. 에어컨이 힘차게 돌아갔지만 땀이 흥건했다. 예정됐던 시간은 어느 순간 이미 훌쩍 지나있었다. 레슨이 끝나고 질문을 받는 시간이 있었지만 학생들은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복기하느라 침묵에 빠졌다. 이용대는 “내년에 다시 올 테니 훈련하면서 느낀 여러 궁금증을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며 레슨을 마무리했다. 레슨이 끝난 후 학생 선수들은 다시 장난 끼 많은 어린아이로 돌아가 앞 다퉈 이용대의 옆에 서서 기념촬영을 했고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라켓 가방에 사인을 받았다. “내년에도 가르쳐 주세요~”라는 인사말이 끊이지 않았다. 셔틀콕 꿈나무들에게 이용대가 전한 큰 선물이었다.


● 주최 : 스포츠동아·동아일보사


● 주관 : 한국초등학교배드민턴연맹·한국중고배드민턴연맹·한국대학배드민턴연맹


● 후원 : 화순군·화순군의회·대한배드민턴협회·전남배드민턴협회·화순군배드민턴협회

화순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