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다운] 기상청 뺨치는 그라운드 예보관

입력 2017-07-2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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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7월6일 잠실구장. 구름이 조금 있었지만 강렬한 햇볕으로 그라운드는 뜨거웠다. 홈팀 두산 선수들은 훈련을 마치고 서둘러 샤워장으로 달려갔다. 원정팀 kt선수들도 땀을 쏟으며 훈련을 했다.

그 순간 kt 이진영(37)의 모습이 특별했다. 하늘을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덕아웃으로 돌아와 배트와 글러브 등을 안쪽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훈련 도중 갑자기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 할 때 훈련보조 요원들이나 막내 선수들의 역할과 똑 같았다.

이진영은 “잠자리 수천, 수 만 마리가 갑자기 하늘에 나타나 동시에 이동을 했다. 곧 소나기가 퍼 부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위에서 “형 이렇게 해가 뜨거운데 무슨 비가 와요?”라는 후배 선수들의 말이 이어졌지만 프로 19년차 베테랑은 묵묵히 장비를 옮겼다. 약 20여분 후 거짓말처럼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동남아시아의 스콜처럼 강한 빗줄기가 퍼붓기 시작했다. 이진영은 빙그레 웃으며 허둥지둥 달려오는 동료들에게 수건을 건넸다.

야구장에는 기상청 슈퍼컴퓨터보다 정확한 ‘예보관’들이 존재한다. ‘경험’ 혹은 ‘부상’이 선물한 특별한 능력이다.

김인식 감독은 한화 사령탑시절 야구장 옆 보문산의 구름만 보고도 비가 내리는 시간과 강수량을 정확히 알아 맞추는 걸로 유명했다. 사복차림으로 덕아웃에 앉아 “좀 있음 (비가)쏟아 질 거야. 유니폼 갈아입을 필요도 없어”라고 말하는 날에는 어김없이 폭우가 이어졌다.

KIA 홍세완(39) 퓨처스 타격코치도 현역시절 ‘기상예보관’으로 불렸다. 큰 부상으로 3차례나 수술을 받은 홍 코치의 무릎이 시큰거리는 날에는 어김없이 큰 비가 왔다. 프로 선수들 중 상당수가 수술 경험자이기 때문에 팀마다 기상청 부럽지 않은 예보관들이 존재한다.

석사학위 소유자 LG 양상문 감독은 ‘양파고’라는 별명답게 직관보다는 과학적 근거를 통해 비를 예상한다. 9일 잠실 한화전 직전, 양 감독은 기상청 레이더를 유심히 살핀 후 “1~2시간 후 굉장히 큰 비가 내릴 것 같다”고 했다. 그날 오후 8시부터 비가 쏟아져 경기는 중단됐다. 양 감독은 비가 내리기 직전인 7회 마무리 정찬헌을 조기 투입했고 강우콜드로 승리를 거뒀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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