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NY물고기’란 하나의 장르(genre)

입력 2017-07-31 16: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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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NY물고기’란 하나의 장르(genre)

유일무이 뮤지션.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적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NY물고기가 5년 만에 4집 ‘블랭크 날리지(BLANK KNOWLEDGE)를 발표했다. 오랫동안 그의 음악을 기다려온 팬들에게는 반가울 수밖에 없는 소식. 오랜 시간을 기다린 만큼 이번 앨범은 그 기다림을 충족시켜주기 충분했다.

“세월호 사건이 터졌잖아요. 그게 너무 싫었어요. 미술학원에서 아이들 입시 미술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그 (나이또래) 아이들이 다 죽었잖아요. 근데 저는 신나게 음악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것에 대한 마음의 가책이 느껴져서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중간에 세월호 추모곡을 한 곡 내고 나서야 제 일을 진행할 수 있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저와 같이 그랬을 거고요. 그렇게 지난해 3월에 그 곡을 발표하고 나서 이번 앨범이 나오게 됐어요.”

NY물고기라는 이름은 어떤 이들에겐 생소할 수도 있다. 5년 간 앨범 발표도 없었고, 이렇다할 방송출연도 없었기 때문. 가수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지금의 시대에 음악방송이나 앨범 활동 없이 대중들의 시선을 끌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을 터. 그런 이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NY물고기는 어떤 뮤지션일까.

“NY물고기라는 이름은 1994년도에 제가 처음에 뉴욕에 가게 되면서 짓게 됐어요. 그때만 해도 미국에 가는 일이 쉬운 건 아니었는데, 우연찮게 저에게 기회가 왔죠. 처음 가서 그렇게 혼자 돌아다니는데 너무 행복했어요. 그림 그리고 음악 하는 사람들에게는 천국이었죠. 멀리 있어서 어렵게 느껴지는 거였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수영을 좋아하고 물을 좋아해요. 그래서 제가 물고기라고 생각하고 뉴욕이라는 단어를 합치다보니 NY물고기라는 이름을 짓게 됐어요. 그 당시에는 이런 이름도 많이 없었고요.”

NY물고기는 전문적으로 음악을 배우고 시작한 음악인은 아니었다. 독특한 그만의 색깔도 어떤 틀 안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다. 그가 음악과 만나기 시작한 그 과정에서 그만의 색이 발현됐고, 그 색이 지금의 NY물고기만의 특색있는 음악을 탄생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중학교 때부터 작곡을 했었어요. 어머니가 뮤지션이셔서, 집에 기타가 있었거든요. 그리고 저한테는 남에게 배우는 걸 싫어하는, 일종의 병 같은 게 있었어요. 그래서 제 작곡법도 틀 안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조금 특이한 편이죠. 코드 같은 것도 제가 노력을 하다 보니까 제 것이 생기더라고요. 같이 합주를 하다보면 클래식 재즈를 하는 친구들도 어떻게 그런 코드를 만들었냐고 묻기도 하고요. 그런 것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뿌듯함도 있어요(웃음).”

이름에도 그의 정체성에 가득 담겨있듯, NY물고기의 음악도 그만의 색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누군가를 흉내 낸 것도, 누군가가 흉내 낼 수도 없는 그런 독특한 음악 스타일을 표현하고 있는 그가 한 곡의 노래를 만들어내는 그 과정 또한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곡을 만들면서 머릿속으로 편곡을 하죠. 또 그걸 연주인들에게 들려주고 그 부분을 연습해달라고 말해요. 그러면 그 전문 뮤지션들인 사람들이 보고 바로 연주를 하죠. 간단하게 하는 편이에요. 혼자서 오랫동안 곡에 대해 생각하고요. 저는 코러스나 현악기가 많이 없는 편이에요. 현을 쓰려면 금액이 많이 들어서 보컬로 많이 대체하는 편이죠. 이번 앨범 수록곡 중에서도 ‘차마’라는 곡은 재미있는 코러스가 많이 나와요. 들어보시면 녹음 시간을 많이 썼다는 게 느껴지실 것 같아요.”

NY물고기는 음악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기도 하다. 매번 앨범 재킷은 물론, 그의 SNS에는 자신이 그린 그림으로 가득 차있다. 음악이 그를 대변하듯, 그는 그림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한다. 그렇게 미술과 음악의 조합이 그에게 주는 영향력도 분명 존재할 터.

“도움이 많이 됐죠. 특히 세월호 사건에 대해 그림을 한 번 그린 적이 있는데, 그 그림에 공감해주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더라고요.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한다는 건 그런 부분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으니까요. 음악 하는 사람들의 흔한 이야기지만, 그것만으로도 정서적 안정감을 주니까요. 가끔 공연에 와서 너무 힘이 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음악을 놓을 수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죠.”



이번 앨범 재킷도 NY물고기가 직접 그린 그림이다. 그에게 이번 앨범 재킷 속 그림이 지닌 의미에 대해 물었다.

“사람들의 모습이에요. 사람들의 슬픔, 고독 그리고 생각하는 모습도 있고요. 에드가 드가라는 화가의 모습도 있어요. 물고기도 있고, 기타도 있죠. 이번 앨범의 제목이 ‘블랭크 날리지’인데, 의미 없는 지식들이라는 뜻이에요. 사람들이 지금 중요한 지식은 잊고 생활에 필요한 지식만 쌓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공허함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이번 앨범에 사랑 노래도 있지만, 너무 무겁게 다룬 거 아닌가 싶기도 해요. 하지만 새롭게 생겨나는, 그런 지식들의 공허함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오랜만의 앨범을 발표함과 동시에 그는 콘서트도 개최했다. 오랜만에 앨범을 발표하며 기지개를 편 그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임과 동시에 팬들과 만나는 자리가 되기도 했다.

“이번 콘서트 때 처음으로 우황청심환을 먹었어요. 떨고 싶지 않아서요. 근데 갑자기 사람이 너무 무기력해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첫 곡을 할 때 기타소리가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때 잠깐 멘붕이 오긴 했지만 어떤 곡에서 풀리기 시작해서, 그 다음부터는 괜찮았죠. 관객 분들에게 죄송했어요. 더 좋게 할 수 있었으니까요. 다시는 안 먹기로 다짐했죠. 앞으로도 자주 공연을 할 예정이에요. 그동안 안 하기도 했고, 이번 앨범을 기점으로 연락이 많이 와서 자주 뵐 수 있을 것 같아요.”

5년 만의 새 앨범. 오랜 만의 새로운 앨범이지만, 다음 앨범에서는 또 어떤 노래를 들려줄 지를 기대하게 만드는 NY물고기다. 앞으로 NY물고기가 들려줄 음악은 어떤 색깔을 가지게 될까

“다음 곡은, 제 생각이지만 피아노라는 주제를 가지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이제는 너무 어쿠스틱만 고집하지 않고 피아노를 주제로 한 번 해보려고요. 그리고 아직 피쳐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그런 것도 한 번 해보고요.”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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