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 Law Story] 파울볼·퍽에 맞아 다친 관중…선수? 구단? 누구 책임인가

입력 2017-08-0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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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NHL선 퍽에 맞아 사망하는 일도
구단은 관중을 보호할 의무 있어
주의의무 위반 땐 과실치상 성립


스포츠를 관람하는 것과 비행기를 타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위험할까?

관람은 직접 경기에 참여하는 것과 완전히 다르다. 직접 몸을 부딪치며 경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선수들의 경기를 보며 즐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관람하러 가면서는 누구도 혹시 모를 부상을 염려하지 않는다.

비행기를 타는 것은 어떨까? 고소공포증이 있어 평생 비행기를 한 번도 타지 않는 사람도 있다. 또 염려하는 대로 대형사고가 일어나 많은 인명을 잃기도 한다. 따라서 양자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얘기 같지만 실제 통계는 우리의 생각을 뛰어넘는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는 한 시즌 127경기에서 122명의 관중이 퍽에 맞아 부상당했다는 통계가 있다. 메이저리그(MLB)에서는 100만 명의 관중 당 35.1명의 비율로 파울볼 때문에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반면 2006년 미국 내 항공기 이용 승객 750만 명 중 부상자는 4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처럼 퍽이나 공에 의한 부상의 위험은 생각보다 상당히 높다. 그런 부상은 누구의 책임일까?


● 구단의 책임을 제한하는 ‘Baseball Rule’

그 동안 아이스하키나 야구처럼 퍽이나 공에 의해 관중이 부상당할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서는 구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강했다. 관중들이 위험을 잘 알고 입장했으니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미국에서 발전된 ‘Baseball Rule’의 내용이다.

그런데 이렇게 구단의 책임을 제한하는 것이 앞으로도 계속될까?

2002년 NHL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소녀가 골대 뒤쪽 관람석에 앉아 경기를 보던 중 경기장 안에서 날아온 퍽에 머리를 맞았다. 안타깝게도 소녀는 이틀 만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이 사건은 소송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NHL에서 120만 달러의 배상금을 지불하고 가족과 합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관중들을 보호하기 위한 각 구장의 조치들이 달라졌다. 모든 경기장 골대 뒤쪽 안전망의 높이를 천정까지로 높였기 때문이다.

한국프로야구의 경우는 사정이 좀 낫다. 메이저리그와 달리 홈플레이트 뒤편뿐만 아니라 1루와 3루 쪽 관중석에도 보호망을 설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아이들이 모래놀이나 물놀이를 하는 외야석에는 철망을 세웠다. 그럼에도 파울볼이나 부러진 배트에 의한 부상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 구단에게 형사책임이 성립할 수도 있어

파울볼이 관중석으로 날아가 관중에게 맞은 경우 해당 선수에게 형사적인 책임을 묻긴 어렵다. 선수에게 관중을 파울볼로부터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단관계자의 형사적인 책임은 검토해 볼만 하다. 업무상과실치상죄의 해당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원칙적으로는 구단이 보호망을 설치하고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등의 조치로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보호망이 찢어져 훼손된 채 방치되었음에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면책되기 어려워 보인다.

민사적인 책임은 형사적인 책임보다 훨씬 넓다. 형사적인 책임이 인정될 정도의 주의의무위반이 없다고 하더라도 관중의 부상에는 보상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KBO 소속 구단들은 보험을 들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 건당 300만원 안팎의 보험에만 들어 있다.


● 안전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것

몇 년 전 KBO리그에서 활약했던 마이크 쿨바의 사망 소식이 들렸다. 1루 코치석에 있던 중 타자가 친 공에 맞아 머리를 다쳐 사망한 사고였다. 이후 경기장 안에 있는 코치들도 타구로부터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헬멧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 KBL의 일부 팀은 치어리더의 위치를 골대 밑에서 관중석 쪽으로 이동시켰다. 경기에 집중한 선수들이 치어리더 쪽으로 넘어져 선수나 치어리더가 부상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말이 있다. 안전은 미리 대비할 때 가장 빛을 발한다. 누가 책임지고,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가를 다투기에 앞서 사고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안전은 선수에게도, 코치에게도, 심판에게도 나아가 관중에게도 꼭 필요한 최소한의 경기 조건이다.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 양중진 부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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