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토크①] 김인우 “한국인 한(恨), 그걸 표현하는 게 나의 사명”

요즘 극장에서 개봉한 한국영화들에서 일본인 역할로 친숙하게 얼굴을 알린 배우가 있다. 재일교포 3세인 그가 한국 영화계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잡기까지 쉽지만은 않은 여정이었을 터. ‘박열’ ‘군함도’ 등을 통해 이제는 관객들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배우로 자리매김한 김인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처음에 할아버지께서 일본에 강제로 끌려가셨어요. 거기서 조부모님들이 한국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갖기 위해 학교를 세웠고, 전 거기서 한국말을 배웠어요. 또 저희 어머니와 아버지도 일본에서 태어나셨는데 저는 3세인 거죠. 저도 어릴 적에 한국의 역사를 많이 알았고, 배운 점이 많아요. 남다른 애국심을 가지고 있어요. 그때는 차별도 심했죠.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제가 어릴 적만 해도 계속 차별이 남아있었어요.”

그렇게 그가 한국에 온 지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한국에 오기까지 큰 결심을 했어야만 했다. 일본에서 살아온 삶을 버리고 고향이지만 낯선 한국이라는 땅을 밟기란 쉽지만은 않았을 터.

“큰 결심이었죠. 한국에 오기 전까지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고민했어요. 고민하다보니 이 나이로 가서 실패하면 정말 인생이 끝이라는 생각이 있었죠. 근데 생각해보니 50이 다 돼 가는 것보다 40이 됐을 때 가는 게 낫더라고요. 그렇게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3년의 고민 끝에 한국에 오게 됐어요.”



한국에 온 뒤 처음으로 그에게 역할을 준 영화는 ‘굿모닝 프레지던트’였다. (‘국가대표’에도 그가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목소리 출연이었다) 하지만 단역에 불과했고, 이후 그가 본격적으로 영화에서 배역을 따낼 수 있던 ‘포인트’가 된 영화는 ‘깡철이’였다.

“‘깡철이’라는 영화가 제 생각에는 터닝 포인트였어요. 그 영화를 보고 여러 감독님들이 인정을 해주셨거든요. 이준익, 최동훈 감독님, 또 강우석 감독님도 ‘이 배우 누구냐’고 물어봐주시면서 인정을 받게 됐죠.”

그렇게 본격적으로 일본인 역할의 베테랑이 된 김인우는 ‘마이웨이’ ‘암살’ ‘동주’ ‘덕혜옹주’ ‘박열’ ‘군함도’까지 계속해서 일본인 역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하지만 영화에서 비춰지는 그의 역할이 좋은 이미지보다는 나쁜 이미지인 경우가 더 컸지 때문에 배우로서 힘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요즘에 연이어 나쁜 역할을 맡으니까, 인상이 깊이 박힌 것 같아요. 텀이 있으면 괜찮은데 연이어 하다 보니 그렇더라고요. 하지만 힘들지 않아요. 재밌고요. 역사적 배경으로 생각하면 힘들지 않아요. 역사의 진실을 알리려고 하니까요. 저와 일본 배우의 차이라면 ‘한(恨)’인 것 같아요. 일본인에게는 그 한이 없거든요. 근데 전 있죠. 작품을 통해서 표현하는 게 저의 사명이 아닐까 싶어요.”



아직까지는 일본인 역할로 관객들과 더 자주 만났던 김인우가 앞으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 지도 궁금증을 모은다. 이제는 일본인이 출연하는 영화에선 그가 등장하지 않으면 아쉬워질 법도 하다. ‘배우 김인우’의 계획을 물었다.

“한국에서 불교를 배우게 됐어요. 여태까지 나를 위한, 연기자나 배우로 살았다면 이젠 저도 남을 위해 연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집으로’란 영화가 절망에 빠진 절 구해준 영화거든요. 그 영화가 절 살려줬다고 생각해요. 사람은 사람을 도우면서 살 수가 있으니까 저도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는 목표는 없어요. 그냥 앞으로는 절 위한 연기보단 남을 위한 연기를 할 것 같아요.”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