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권 실언’ 우즈베키스탄 원정 승리만이 ‘논란 잠재울’ 유일한 길

입력 2017-09-01 1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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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김영권. 스포츠동아DB

경기 결과가 좋았다면 충분히 웃고 넘길 수 있는, 또 이해할 만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정 반대의 상황이 연출되면서 논란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한국축구대표팀은 8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홈 9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승점 14가 된 한국은 조 2위를 지켰으나 같은 날 카타르를 3-1로 누른 시리아가 승점 12를 획득, 중국 원정에서 0-1로 패한 우즈베키스탄과 동률을 이뤘음에도 골 득실로 앞서 3위가 돼 월드컵 본선진출의 ‘경우의 수’가 더욱 복잡해졌다.

이 와중에 나온 대표팀 ‘뉴 캡틴’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의 한 마디가 팬들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다. 동료들의 고른 지지를 받으며 ‘신태용호 1기’의 주장으로 선임된 그는 중앙수비수로 풀타임 소화한 뒤 “함성소리가 크다보니 선수들끼리 소통하는 게 쉽지 않았다. 소리를 질러도 서로 들리지 않았다. 답답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6만 관중이 운집한 경기장 분위기는 대단했다. 태극전사들을 격려하는 갈채와 응원소리가 90분 내내 물결쳤다. 당연히 수비진뿐 아니라 모두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모습이었다. 너나할 것 없이 선수들이 두 손을 입에 가져다대고 동료들에게 고래고래 고함지르는 장면이 여러 차례 반복됐다. 위치 선정과 포지션 조정 등이 힘들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팬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는 없었다. 9월 1일 새벽 내내 각종 축구 게시판에 주장의 이름이 도배됐다. 주요 포털 사이트에는 실시간 검색어 1위로 ‘김영권’이 오를 정도로 격앙된 반응이었다. 최악의 수준인 서울월드컵경기장 그라운드를 향한 비난이 한순간에 김영권으로 옮겨졌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가 “수비진이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것을 자책하려다 실언이 나왔던 것 같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고 9월 5일(한국시간) 타슈켄트에서 열릴 우즈베키스탄과의 원정 10차전을 위해 대표팀 동료들과 9월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앞서 김영권 본인이 머리를 숙여 사과의 뜻을 다시금 전했으나 냉랭함이 완전히 가시질 않고 있다.

후회해도 당장은 어쩔 수 없다. 이란전 결과로 다소 침체될 수 밖에 없었던 대표팀 분위기가 더욱 가라앉은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이 김영권을 따스하게 감싸주더라도 한계가 있다.

물론 해결책은 있다. 실력과 결과다. 이란전에서 다소 허둥거리는 플레이로 올 초 축구계를 뜨겁게 달군 ‘중국화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김영권이다. 우즈베키스탄을 적지에서 꺾고, 자력으로 통산 10회 및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에 당당히 기여하는 것만이 심리적인 압박감에서 해방되는 길이다.

인천국제공항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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