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신 감독님, 2014브라질월드컵 백서부터 챙겨보시죠

입력 2017-09-0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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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한국 축구 대표팀이 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축구 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정몽규 축구협회장에게 꽃다발을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박수보다는 질타가 많은 월드컵 본선행이다. 영광보다는 상처가 더 도드라진다. 그동안 이런 적은 없었다. 본선 티켓을 따내면 어쨌든 축하를 보냈던 게 팬심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실망한 팬들은 등을 돌렸다.

부진한 대표팀의 경기력 때문이다. ‘이란 때문에 월드컵 진출을 당했다’는 극한의 조롱이 쏟아졌다. 이런 경기력으로는 본선 무대에서도 뻔한 결과만 낳을 뿐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냉랭한 분위기는 사그라질 기미가 없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이룬 대표팀이 귀국한 7일 공항의 싸늘한 풍경이 민심을 대변해준다.

뜬금없는 히딩크 감독의 복귀설로 선수단의 마음이 불편해진 것도 사실이다. 아직 히딩크 본인의 코멘트가 없는 상황에서 뭐라 단정 짓긴 힘들지만 가능성이 낮은 비현실적인 시나리오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만든 것도 바로 대표팀 경기력이라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스포츠동아DB


이제 다시 출발선에 섰다. 무엇보다 자기반성이 우선이다.

이와 함께 본선까지 남은 9개월을 어떻게 준비할지를 고민해야한다. 최종예선과 본선무대는 질적으로 다르다. 아시아권을 넘어서는 실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축구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그 첫걸음이 바로 철저한 준비다. 잔뜩 쌓인 숙제를 풀기에 9개월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실제로 팀이 모여서 철학을 공유하고 조직력을 다질 시간은 많지 않다.

축구 전문가들의 주문은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남은 기간 스케줄 관리를 잘 해야 한다는 점과 신태용호의 색깔을 입히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10월과 11월의 평가전과 12월의 동아시안컵을 통해 어떤 선수를 선발하고, 어떤 것을 시험할 지를 고민해야한다. 여기엔 현재 대표팀의 대폭적인 물갈이도 포함된다. 본선까지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런 평가전이야말로 신태용 감독에게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신 감독이 대표팀에 어떤 색깔을 입힐 지도 숙제다.

특히 투쟁심과 기동력, 조직력, 정신력 등 한국축구 특유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틀을 다시 만들어야하는 게 신 감독의 두 어깨에 올려진 책무다.

이런 세세한 부분들이 큰 경기에서는 언제나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우리는 오랜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전 모습.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그런데 이 시점에 신 감독에게 꼭 권하고 싶은 게 있다. 바로 2014브라질월드컵 백서다. 거기엔 실패에서 얻은 교훈이 담겨 있다. 쉽게 말해 본선무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그래서 쉬는 며칠 동안이라도 그걸 꼼꼼히 읽어보기를 권한다.

백서는 대한축구협회가 브라질월드컵을 마친 뒤 1년 만에 펴냈다. 축구협회가 사상 처음으로 발행한 월드컵 참가 평가서다. 그동안에는 이런 결과물이 없었다. 월드컵 준비 과정과 결과 전체를 면밀히 분석하고, 성과와 문제점, 개선 방향을 가감 없이 도출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향후 월드컵 준비의 기초를 제공하기 위한 것인데, 신 감독의 현 상황과 딱 맞아떨어진다.

총 326페이지 분량의 백서에는 특히 우리가 잘못했던 부분을 상세하게 담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베이스캠프 선정에 대한 반성, 경기 체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대비가 부족했던 점, 상대팀이 바뀌어도 전술이 똑같았던 오류 등이다. 아울러 16강이냐 8강이냐의 목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병역 혜택 같은 실질적인 당근책이 없는 상황에서 선수들에게는 어떻게 동기부여를 할지에 대한 참고자료로도 그만이다.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 될 수 있다. 과거의 잘못을 직시하고, 현재의 나아갈 길을 찾는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백서부터 일독하기를 권한다. 멀어진 팬심은 언젠가는 돌아온다. 그 시점은 대표팀의 경기력이 좋아졌을 때다. 결국 경쟁력을 키우는 건 감독과 선수들의 몫이다. 한국축구의 재건을 위해 태극전사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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