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어부’ 이덕화&이경규 “손맛보는 그 순간 좋아도 너무 좋아”

입력 2017-09-1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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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베테랑 이덕화(왼쪽0와 이경규(오른쪽)가 채널A ‘도시어부’를 통해 인생을 즐기고 있다. 두 사람은 “우리가 좋아하는 낚시를 하며 방송을 할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뒷줄은 ‘도시어부’에 함께 출연 중인 래퍼 마이크로닷이다. 사진제공|채널A

■ 이덕화

난 연기보다 낚시 경력이 더 오래된 사람
국회의원 낙선 땐 무인도서 한달 살았지

이경규

이틀간 4시간 밖에 못자도 낚시가 좋아
나이 들면 작은 저수지 하나 갖는 게 꿈


이덕화(65)와 이경규(57)가 한 화면에 나오는 광경이 제법 신선하다. 데뷔하고 각각 45년, 36년간 연기와 예능 분야에서 대표주자로 인정받는 활약을 벌였기에 더욱 진귀하다. 베테랑 연기자와 베테랑 예능인이 ‘인생을 즐기자’는 이유 하나만으로 뭉쳤다. 둘의 공통된 취미활동인 낚시를 통해서다.

두 사람은 7일 첫 방송한 종합편성채널 채널A ‘도시어부’에 함께 출연하며 치열한 연예계에서 지친 심신을 ‘자연’으로 위안 받고 있다. 지금도 “좋아하는 일로 방송을 할 수 있다는 행복”이 꿈만 같다.

이덕화는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를 따라 낚시를 처음 경험했다. 연기보다 낚시 경력이 더 오래됐을 정도로 낚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특히 “인생의 일부”가 되는 결정적 계기는 1996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했을 당시 약 7년간 방송 활동을 쉬면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데에는 낚시의 힘이 컸다.

“술로 달랬다면 아마 폐인이 됐을 것이다. 하하! 그때는 무인도에 한 달 동안 있기도 했다. 이제는 일주일에 2번 정도 다녀와야 마음이 편안하고 일도 잘 되는 것 같다. 지금 생각해도 취미가 낚시여서 정말 다행이다.”(이덕화)

연예계의 또 다른 ‘낚시광’ 이경규에게 낚시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취미이다. 베테랑 방송인으로서 프로그램을 이끌어야하는 막중한 책임감, 제작진과 시청자의 높은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24시간을 치열하게 보낸다. 당연히 힘에 부칠 때도 있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숨통을 트이는 시간이 낚시를 하는 순간이다.

“영화 제작을 하면서 힘들 때 낚시터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마음이 놓인다. 정신건강에 좋다. 제가 편안한 것처럼 일상의 지친 시청자도 잠시라도 근심을 내려놓고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이경규)

이번만큼은 이경규도 프로그램의 흥행에 연연하지 않으려 한다. 시청률은 물론 웃음을 줘야한다는 강박에서도 벗어났다. “이틀 동안 4시간 밖에 잠을 못 자도 만족”한다. 다른 방송에서 프로그램 녹화시간이 길어져 ‘버럭’하는 모습은 ‘도시어부’에서 볼 수 없다. 오히려 “촬영보다 제가 좋아하는 낚시를 하러 간다는 마음이 크다. 평소 돈을 내고 하는 낚시를 ‘도시어부’를 통해서는 돈도 받으며 할 수 있다”며 웃는다. 농담으로 던지지만 이경규는 낚시라는 취미생활을 통해 인생을 더욱 의미 있게 보내고 있다.

“취미 없이 인생을 사는 건, 사막 같은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저에게는 낚시가 비빌 언덕이다. 오래 활동하면서 일을 하지 않는 별도의 공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이경규)

이경규는 즐기는 데서 그치지 않고 노후까지 생각한다. 최근 그는 자신에게 “나이 들면 무엇을 할까”라는 질문을 자주 던진다. 그리고 다양한 미래를 꿈꾸며 그 중 하나가 낚시터를 운영하는 자신의 모습이다. “작은 저수지를 구입해 낚시하며 교류해온 사람들과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을 가지고 싶다”고 바랐다.

이덕화는 “전 국민이 낚시를 취미생활로 즐겼으면 좋겠다”며 ‘낚시 예찬론가’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쭈그리고 앉아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데려와 체험하게 해주고 싶다”며 “하루는 만보기를 달고 체크해봤다. 최소 3000∼4000번 앉았다 일어난다. 결코 만만한 취미생활이 아니다.”(이덕화)

두 사람은 평소 낚시를 가면 이틀을 머문다. 결혼 초기에는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고 갔을 정도다. 이덕화는 “무속인과 짜고 역마살 핑계를 댄 적이 있다”며 “똑같은 이름의 상갓집을 간 적도 있다”며 웃었다. 이제는 아내가 “제발 나갔다 오라”며 등을 떠미는 분위기라고 말한다.

이덕화와 이경규는 낚시 이야기를 하는 동안 “행복”과 “행운”이라는 단어를 자주 꺼냈다. 두 사람은 “고령화 사회에서 취미 생활을 갖는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낚시가 아니더라도 일 외에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를 통해 삶의 또 다른 재미를 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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