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미용실까지 법카로…축구협 간부들 이게 뭡니까

입력 2017-09-1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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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연-이회택-김주성-황보관(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대한축구협회

조중연·이회택·김주성·황보관 등 11명 입건
유흥주점·골프장·노래방 등 유흥비로 펑펑
관행적으로 사용…축구인들 “서글프고 참담”


대한축구협회가 뒤숭숭하다. 끊이질 않는 비리와 비위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9월 14일 “조중연(71) 전 협회장, 이회택(71) 전 부회장, 김주성(51) 전 사무총장, 황보관(52) 전 기술위원장 등 협회 전·현직 임직원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골프장과 유흥업소 등에서 1억원대 공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알려진 이들의 혐의는 업무상배임이다. 또 다른 협회 직원 이모(39) 씨도 사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조 전 회장을 비롯한 11명은 2011년 7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지급된 법인카드를 약 220여 회에 걸쳐 모두 1억1677만원을 사적으로 사용했다. 특히 조 전 회장은 재임기간 중에 3차례나 각종 국제축구대회에 부인과 동행하면서 항공료 등 약 3000만원을 공금으로 처리했다. 법인카드로 지인들과의 골프비용 약 1400만원도 결재했다.

이 전 부회장과 김 전 사무총장 등 10명은 법인카드로 골프장을 133차례 출입하면서 약 5200만원을 처리했고, 유흥주점(30회)에서 2300만원, 노래방(11회)에서 167만원을 지불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일부는 피부미용실에서 26차례에 걸쳐 1000만원을 계산한 것으로 밝혀졌다.

관련자 모두가 혐의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기혐의로 입건된 이씨의 경우, 2008년 7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자신의 이혼사실을 숨긴 채 매월 부인 몫으로 정해진 가족수당(15만원)을 부당 수령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조사는 지난해 시작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비리신고센터가 관계 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힌 시점은 2016년 12월. 당시 문체부는 축구협회 전·현직 임직원들이 부적절하게 예산을 집행했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비위 관계자를 징계할 것을 협회에 전달하는 한편, 수사 의뢰조치를 했다.

문체부는 조 전 회장이 부인과 동반출장을 떠나 3000만원을 공금으로 집행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밖에도 직원 채용 때 공개모집 규정을 어기고 6명을 비공개로 특별 채용한 사실도 적발했다.

협회는 2012년 1월에도 회계담당 직원이 법인카드 7000만원과 환급 포인트 2400만원 상당을 사적으로 유용해 대한체육회의 특정감사를 받았다. 협회는 2012년 4월 법인카드 및 업무추진비 집행 가이드라인을 제정했으나 이번에 입건된 11명은 지침공표 이후에도 46차례에 걸쳐 2043만원을 사적으로 사용해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협회 집행부가 일회성이 아니라 관행적으로 공휴일에도 법인카드를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업무추진비의 부당집행 사례를 계속 찾고 있다”는 것이 경찰 측 설명이다.

이 같은 뉴스를 전해들은 축구인들은 “서글프고 참담하다. 전임 집행부의 비위로 지금의 직원들이 고통 받고 있다. 대표팀 감독은 부임 2경기 만에 경질을 요구하는 비난에 직면했고, 선수들은 공로를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가장 축복받아야 할 순간, 내일의 발전을 모색해야 할 순간에 과거의 족쇄에 묶여 이도저도 못하는 모양새”라고 씁쓸해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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