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베이스볼] ‘선행 아이콘’ 롯데 신본기의 좋은 생각

입력 2017-09-2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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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망이 든 천사’ 롯데 신본기는 최근 꾸준한 선행이 알려지면서 팬들로부터 많은 박수와 응원을 받았다. 많지 않은 연봉에도 베풀 줄 아는 그의 선행철학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그러나 그는 “내가 얻은 것이 오히려 더 많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스포츠동아DB

행복의 가치는 소명에 있다. 즉,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사는지를 아는 사람은 행복할 수 있다. 롯데 내야수 신본기(28)는 아주 탁월한 야구선수는 아직 아니다. 그러나 프로로서의 품격만큼은 이미 특별하다.

선한 사람의 생각이 그렇듯, 무엇을 받을까가 아니라 무엇을 줄 수 있을까에 인생의 목적을 두고 있다. 신본기의 선행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그런 마음을 지닐 수 있었는지, 그 계기를 듣고 싶었다. 역설적이게도 그 과정 속에서 신본기는 “오히려 내가 많은 것을 받았다”고 말한다.

롯데 신본기. 스포츠동아DB



● “복귀 첫해 롯데의 가을야구, 설렌다”

-군(경찰청) 제대 후 첫 시즌이다.


“다시 사직구장에서 야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다. 팀 성적도 포스트시즌이 가까워지니까 설렌다. 개인적으로는 복귀해서 초반 성적이 안 좋았고, 2군도 다녀왔다. 여름에 잠시 좋았다가 지금 다시 주춤하고 있다. 준비한 것에 비해서 원하던 모습을 찾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후반기 중요한 시기에 팀에 조금이나마 보탬 된 것 같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배울 것이 더 많다. 못해서 속상할 때도 있지만 더 많이 준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수비형 선수 이미지가 강하다. 타격 스트레스가 큰 편인가?

“공격에서 약한 것은 사실이다. 차라리 계속 못 친다고 생각하면 (타격에 관한) 가능성 지체를 낮게 잡아 마음이 덜 쓰일 텐데, 지난해와 올해에 두 달 정도 좋은 성적을 보였었다. 그래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놓지 않는다.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마음이 복잡하다.”


-공격은 덤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주위에서는 ‘수비만 잘하면 된다’고 말씀해주시는데 2할 2~3푼대 타율로는 주전이 어렵다. 그럼에도 꾸준히 기회주시는 조원우 감독님께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 늘 있다.”

롯데 신본기(왼쪽).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꿈을 현실로 만든 ‘롯데 자이언츠 키드(Kid)’

신본기는 6살 때, 사직구장에 처음 갔다. 야구장 잔디를 보는 순간, 몸 안에서 ‘하고 싶다’는 마음이 일었다. 시간을 두고 생각해봐도 생각은 변치 않았다. 부모님한테 얘기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어리지만 허투루 말을 꺼내지 않는 외아들의 성격을 잘 아는 부모님들은 별 말 없이 허락하셨다. 아버지는 조용히 아들의 전학 수속을 밟아줬다. 야구부 있는 학교를 찾아준 것이다.


-‘롯데 키드’로서 시작한 야구, 막상 해보니 이상과 현실은 달랐을 텐데.

“어린 나이임에도 ‘운동이 그렇게 만만치 않을 것이다.’ ‘힘든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은 있었다. 당시 아버지 사업(지금은 전통 한과 원료를 만드는 공장 운영)의 부침이 있어서 어렵게 운동을 한 편이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1/9의 확률을 뚫고 원하던 팀 롯데의 지명을 받았다. 신기한 일이다.

“고등학교 졸업 때 프로로 가지 못했다. 당시 스카우트 분이 대학에 가서 열심히 하면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씀 주셨다. 그러나 막상 대학 졸업 때 신인 드래프트가 다가오자 롯데에서 별 말씀이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빠른 픽(2라운드)이 될 줄 생각 못했다. 기분이 남달랐던, 야구하기 잘했다고 실감한 날로 기억된다.”


-롯데가 아닌 다른 팀의 지명을 받을 수도 있었다.

“드래프트 당시는 롯데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까지 할 여유는 없었다. 어디라도 지명을 해주기를 원했는데 롯데에서 해주니까 꿈 같았다. 현실 이상의 감각이었다.”


-롯데 유니폼을 처음 받았을 때 느낌은?

“상동(롯데 2군 연습장)에서 처음 받았다. 유니폼이 약간 빛났던 느낌이었다. 신기해서 사진도 찍고, 그랬다.(웃음)”


-부모님의 감회도 남다르셨을텐데.

“부산에 남았고, 가고 싶었던 팀에 갔으니 좋아하셨다. 지금까지도 집에서 같이 산다. 부모님이 차려주신 밥 먹었는데, 올 시즌 후 결혼하면 분가하게 된다.”


-아버지는 야구에 대해 말씀하시나?

“일단 야구장에 잘 안 오신다. 부담 느낄까봐 그런지 야구 얘기가 집에서는 별로 없다. 절대 관심 없어서 그러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거나 잘하다가 못하면 아버지가 한마디 해주신다. ‘지금 롯데에서 뛰는 것이 어디냐, 감사하게 생각하라’고.”

롯데 신본기(가운데).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좋은 영향력 주는 선수 되고 싶어”

신본기는 야구를 하는 동안, 아버지와 얘기한 다짐이 하나 있다. 나중에 재단을 만들어 실력은 있는데 형편이 어려운 선수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그것이다. 아버지와 아들은 그것이 지금까지 많은 것을 건네준 야구를 향한 작은 보답이라고 믿는다.


-왼손이 하는 일, 오른 손 모르게 해도 알려지는 법이더라. 5500만원 연봉 선수의 소액기부에 사회적 울림이 컸던 이유는 꾸준함에서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크게 한 것도 없는데 선행이라고 나오니까 좀 부담스럽다. 원래 한 달에 한 번 직접 (수녀원을) 찾아가 봉사활동 하는 것이다. 시즌 중이라 못 나가서 아이들 맛있는 것이라도 한번 사주고 싶어서 했던 것이 알려졌다. 예비 신부와 매달 봉사를 같이 간다. 이번엔 못 가는 대신 카드를 건넸는데 나중에 이렇게 커졌다. (지금 생각해도 그 정도로) 칭찬 받을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의도치 않게 알려진 뒤 인터뷰를 계속 고사했다.

“아이들한테 미안했다. 직접 못 찾아가서 미안한 마음이 더 크다.”


-12월 24일 결혼을 한다고 들었다. 예비 신부도 봉사를 통해 만났다고 하던데.

“처음에 팬과 같이 봉사활동을 했다. 처음에는 청소 도와주고 그런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 같이 놀아주고, 아빠와 같은 역할이 필요하더라. 팬 분들 중 한 분이 지금 예비신부의 언니였다. 언니분이 친구처럼 지내보라고 소개해줬다. 이름은 신현정이고, 나이는 동갑이다.”


-감성이 잘 맞겠다.

“나보다 더하다(웃음). 봉사하는 부분에서 오히려 내가 느끼는 것이 많다.”


-베풀면 무엇이 얻어지는 기분인가?

“아이들 보고 있으면 나를 돌아볼 수 있다.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실감한다. 또 많은 사람들한테서 좋은 에너지를 오히려 내가 받는다. 같이 해주시는 후원자 분들께도 늘 감사하다.”

신본기의 인생 목표는 롯데 선수로서 야구를 잘하는 것이다. 야구를 잘함으로써 좋은 영향력을 사람들에게 주고 싶다. “IMF 시절에 박찬호, 박세리 선수 보며 국민들이 용기를 얻었다. 내가 그 정도 영향력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는 한 가지 일 열심히 하는 야구선수로서 힘을 줄 수 있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 이제껏 숱한 인터뷰를 해봤지만 대화가 끝나고, 그가 남긴 부탁도 처음 들어보는 신선함이었다. “작게 써주세요.”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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