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께 깔깔깔] ‘언더독’ 감독·박철민 “흉내내거나 따라해서는 되질 않아요”

입력 2017-10-10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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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윤 감독(왼쪽)과 박철민 배우는 이번 작품에 대해 간절하면서도 자신감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바탕에 있는 사이 같아 보였다. 인터뷰 도중 박철민 배우가 즉석에서 낸 아이디어를 오성윤 감독이 에필로그에 반영하기도 했다. 영화가 끝난 후 캐릭터별 에필로그도 꼭 챙겨봐야 할 듯. 사진제공|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

“다양성, 모든 주체적 자아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
그래서 짱아의 커밍아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봐요.”

● 유기견 버린 개 버림받은 개

유기견. 글자 뜻만으로는 ‘버린 개’. 그러나 개 입장에서 보면 ‘버림받은 개’. 효리네민박의 이효리 회장과 이상순 사장은 유기견 순심이, 모카, 구아나를 거두어 행복한 새 견생을 펼쳐줬다. 버림받은 개들에게 색다르고 다양한 새 삶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또 있다. 극장용 장편애니 ‘언더독’을 만드는 ‘오돌또기’ 사람들.

● 언더독

‘언더독’은 이기거나 성공 가능성이 적은 약자를 말한다. 우리는 그럴수록 언더독을 응원한다. 자신에게 부닥치는, 부닥칠지 모르는, 어려움/불리함/역경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용기의 투사일 것이다. 세상은 그리하여 가진 자, 힘센 자만의 천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밑에 깔린 개는 싸우는 중이기라도 하지만, 유기는 아예 월드에서의 아웃을 뜻한다. 작품 ‘언더독’에서 버림받은 개들은 유토피아를 찾아가며 정체성과 자유의 의미를 깨닫는다. 퇴출된 개를 이기심/탐욕/불합리/모순과 싸우는 언더독으로 만든 오돌또기의 오성윤 감독과 박철민 배우를 오돌또기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오 감독도 언더독이었다. ‘깔깔깔’로 지금의 자리에 있게 되었지만 “어쩌다 된 거지. 국내에 그 시장은 없어”라는 편견 밑에서 여전히 역전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언더독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2018년 선보일 ‘언더독’ 얘기를 들어본다.

‘마당을 나온 암탉’에 이어 함께 하는 두 번째 작품인데 소감이 어떠신지?

박철민(이하 박): ‘언더독’은 ‘마당을 나온 암탉(이하 암탉)’보다 훨씬 맛있는 작품입니다. 스토리가 몰입감 있게 진행되기 때문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애니메이션이 될 거예요.

오성윤(이하 오): 캐릭터의 생동감을 위해 연기자들의 목소리와 캐릭터 표정의 매치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박철민 씨에게는 제가 원하는 캐릭터를 딱 구현시켜주는 힘이 있어요. ‘암탉’때 이런 매칭을 실현했다면, 이번에는 어느 정도 완성해나가는 것 같아서 감독으로서 즐겁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엑소의 디오(도경수)와 배우 박소담, 이준혁 등 참여하는 배우들이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위 왼쪽부터) ‘뭉치’ 도경수, ‘밤이’ 박소담, ‘짱아’ 박철민, ‘사냥꾼’ 이준혁. 사진제공|오돌또기

방송 프로그램 ‘동물농장’에서 유기견 시츄의 사연을 보고 ‘언더독’의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박철민 씨가 맡은 짱아가 시츄예요. 짱아 역할이 무척 중요할 것 같은데요?

박: 네, 짱아도 유기견이에요. 인간의 품을 그리워하는 아주 현실적인 유기견이라고 할 수 있죠. 좌절도 겪고, 사고도 많이 치는 사랑스러운 캐릭터예요. 아마 영화를 보게 되면 많은 관객들이 짱아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게 될 겁니다(웃음).

오: ‘암탉’ 때 박철민 배우가 “대사 양으로 보면 내가 주인공이다”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이번에도 그렇습니다. 짱아는 스토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중요한 역할이에요.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박 배우를 떠올렸고, 제일 먼저 섭외했죠.

● ‘언더독’은 시작단계부터 배급사 NEW와 함께 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오: 네. 아마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기획단계부터 배급사와 함께 시작한 건 첫 사례일 거예요.

진행과정이 평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사드배치 이후 중국이 일방적으로 투자를 취소했고, 국내 투자유치를 다니며 편견에 상처도 많이 받았다.

박철민 배우가 목소리를 연기한 ‘암탉’의 달수와 ‘언더독’의 짱아가 이번 작품에서 만난다.

● ‘언더독’의 흥행은 한국 애니메이션계에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최근 관객들의 취향이 다양해지는 만큼 애니메이션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지 않은가요?

오: ‘암탉’ 개봉을 2011년에 했는데 그 사이 흥행작이 없어서 너무나 안타깝고 힘들어요.

박: 이 작업이 굉장히 외롭고 힘들죠. 그걸 알아주고 사랑을 주신다면 여한이 없을 겁니다. 우리 애니메이션이 더 탄탄해지는 계기도 될 거고요.

오: 성공사례가 없다 보니까 영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스튜디오의 발전이 굉장히 더딥니다. 기회가 너무 없어요. ‘희망이 없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게 슬프죠. ‘언더독’이 성공을 하게 되면 시선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우연히 잘된 하나가 아니라 꾸준히 발전하는 스튜디오 모델이 된다면 한국에도 픽사같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나올 수 있지 않겠냐 하는 거창한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오 감독은 작업 중인 영상을 살짝 공개했다. 영상을 트는 감독의 얼굴에서 설렘과 애정이 가득 드러났다.

● 당연히 영화에 대한 자부심이 크시겠죠?

오: ‘암탉’ 때 (박철민 씨가) 결과물을 보고 당혹스러워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요. 그런데 이번엔 중간과정을 보시고 무척 좋아하셔서 저도 좋아요.

박: 할리우드 3D 애니메이션에 익숙해져 있다가 2D 애니메이션을 보니까 실망하고 걱정을 했어요. 사실 기대도 안됐고. 그런데 막상 개봉되니까 대중을 움직이는 건 화려한 기술력이 아니더라고요. 열악한 상황에서도 진정한 마음이 통하면 상상할 수 없는 폭발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오: 맞아요. 제 입으로 얘기하기는 좀 그렇지만 ‘이런 장면은 다른 애니메이션에서 나오기 힘들겠다’ 싶은 부분이 있어요. ‘언더독’이 리얼리즘 계열의 애니메이션이거든요. 몇몇 장면은 할리우드나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나올 장면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 중요하게 생각하는 장면과 대사는?

박: 삐∼ (박철민이 입을 열려고 하자 스포일러를 염려한 오 감독이 음소거 소리를 내며 재치있게 막아섰다)

오: 주체적 자아를 찾아가는 건데 그게 획일적이지 않다는 거죠. 각자의 판단이 있고 다양성이 있죠. 만약 우리 주인공들이 다 같은 선택을 한다면 그 영화는 굉장히 문제있는 영화일 수 있어요.

박: 너무 일방적인 영화.

오: 네. 다양한 주체적 자아가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짱아의 결심과 커밍아웃은 의미있죠.

박: 짱아는 거기서 사랑을 해요. 거기서! (웃음)

오: 사랑없이 자기의 본질을 이야기하기가 저는 힘들다고 봐요. 짱아의 사랑은 이성간의 사랑보다 더 본질적인 거죠. 그런 의미에서 짱아가 자기 판단과 주장을 하게 됩니다.

●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 제가 겪은 바로는 승부수는 굉장히 명확해야 되더라고요. 애매하면 안 되는 거죠. 우리는 자본력,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 수가 없어요. 내용적으로, 형식적으로 특별한 어떤 것을 찾아내서 경쟁해야 겨우 이길까말까 하지 흉내 내거나 따라 해서는 되질 않아요. 그게 깔깔깔이죠(웃음)? 스스로도 모르게 주류문화를 자꾸 따라하는 경향이 있어요. 척박하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크리에이티브는 나올 수 있거든요. 뭔가 새로운 걸 찾으려고 노력하고 그걸로 승부를 걸어야 된다는 거죠.

인터뷰·디자인 | 김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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