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의 가을 통신] 롯데 번즈에게 더 특별한 사직의 가을

입력 2017-10-1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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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가 열렸다. 5회말 1사 1루에서 NC 김성욱의 타구를 롯데 번즈가 잡아내고 있다. 사직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롯데 외국인타자 앤디 번즈(27)는 올해 프로 무대에서 처음 가을야구의 기분을 만끽하고 있다. 고교 시절 콜로라도주 챔피언십에 출전한 것과 마이너리그에서 두 차례 포스트시즌(PS)을 경험한 것이 전부였던 그에게 롯데 유니폼을 입고 맞이하는 첫 가을야구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꿈에 그리던 빅리그 무대를 처음 밟은 2016년(토론토)에도 정규시즌 10게임(7타수 2안타) 출장이 전부였던 터라 올해와 같은 단기전의 긴장감을 느낄 겨를이 없었단다. 그가 인터뷰 내내 “익사이팅(흥분된다)”을 반복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번즈가 첫 가을야구를 경험하기까지 과정도 극적이었다. 올 시즌 초반 번즈는 ‘계륵(鷄肋)’으로 통했다. 수비와 주루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극심한 타격 부진 탓에 비난을 면치 못했다. 한 해설위원은 “롯데에 외국인 교체카드가 한 장 더 남아있었다면 (번즈가) 진작 교체됐을지도 모른다”고 했을 정도다. 실제로 롯데는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파커 마켈을 닉 애디튼으로 바꾼 탓에 외국인 교체카드 한 장을 일찍 써버렸다. 부진이 길었던 애디튼의 교체도 불가피했던 터라 어떻게든 번즈를 안고 가야 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6월 초 옆구리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예상 재활기간은 6주였다. 당시 번즈가 느꼈던 좌절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아무런 준비도 안 돼있었다. 갑작스러운 부상에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예상을 깨고 34일만에 복귀해 안정을 찾은 뒤에야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놓았다. 덧붙여 “어떻게 하면 빨리 돌아올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 부상 직전 좋았던 타격감을 그대로 유지하려 노력하며 재활에 임했다. 이미지트레이닝도 빼놓지 않았다”고 밝혔다. 번즈가 후반기 58경기에서 타율 0.330(206타수 68안타), 6홈런, 26타점의 맹타를 휘두른 비결이다. 그는 지금도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구단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가 열렸다. 롯데가 NC에 1-0으로 승리한 뒤 문규현과 번즈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직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열정적이기로 소문난 롯데 팬들의 응원도 번즈를 일으켜 세운 원동력이다. 준플레이오프 (준PO) 1차전을 앞두고 만난 번즈는 “PS를 치른다는 것이 실감난다”고 운을 뗀 뒤 “롯데 팬들은 최고다. 최고의 팬들이 PS 때는 어떻게 변할지 정말 궁금하고 기대된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관중석을 붉게 물들인 롯데 팬들의 응원 덕분이었을까. 7번타자 2루수로 첫 PS 무대에 나선 번즈는 5타수 2안타를 기록했고,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보여줬다. 4회초 NC 권희동의 우전안타 때는 일찌감치 포기할 법한 타구를 끝까지 따라가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번즈가 못 잡으면 어쩔 수 없다”는 말이 들렸다. 이는 번즈가 KBO리그 데뷔 첫해를 성공적으로 보냈다는 방증이다. 결국 번즈는 1-0으로 승리한 9일 2차전에서 세 차례 호수비로 상대의 맥을 끊었고, 2회 결승 득점까지 올리며 포효했다.

PS에서 뛰고 있는 누구나 그렇듯, 번즈도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최종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그는 “모두가 최선을 다한 덕분에 이 자리까지 왔다”며 “우리 선수들 모두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 각자 역할을 잘 해낸다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직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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