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집행위원장은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두레라움홀에서 진행된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유리정원’ 기자회견에서 “어떠한 정치적 경제적 상황에서도 영화제의 주인은 영화와 관객”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우리 영화제의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감히 예언할 수 없다. 하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이 존재하고, ‘유리정원’처럼 아름다운 영화가 계속 나온다면 주인을 위한 영화제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영화제의 정신을 잃지 않고 나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리정원’을 연출한 신수원 감독도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신 감독은 대중문화예술인들을 대상으로 한 이전 정권의 블랙리스트를 언급하면서 “블랙리스트라는 것으로 문화 예술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비상식적인 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표현의 자유는 막으면 안 된다. ‘유리정원’ 초반에 사대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내가 과거 정권 안에서 이 영화를 찍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해봤다. 사소한 문제 때문에도 블랙리스트 잣대를 들이댔을 것이다. 나는 운 좋게 피해갔다”며 “블랙리스트는 앞으로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신수원 감독은 왜 민감한 사대강 문제를 다뤘을까. 신 감독은 “강의 흐름을 막고 자본에 의해 자연이 훼손되는 것들이 이 영화의 맥락과 맞다고 생각했다. 엽록체 과잉으로 자연을 훼손하는 ‘녹조 현상’이 우리 영화의 이야기와 일맥상통해서 넣었지만 메인으로 다룬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신수원 감독은 영화감독조합의 부산국제영화제 ‘보이콧’과 관련해서도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신 감독은 “지난해에는 상황이 심각했다. 투표를 통해 보이콧을 결정했다. 올해도 보이콧을 유지하자는 입장이었지만 조합원들에게 ‘자발적으로 참여는 할 수 있다’는 지침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고민 끝에 참석을 결정한 신 감독. 그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신인 감독, 독립 영화와 예술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에게 가지는 의미를 돌아봤다. 신 감독은 “내가 신인일 때를 생각해봤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자본이 도와주지 않는 영화인을 발굴한 영화제다. 독립 예술 영화를 하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영화제다. 극장이 상영해주지 않는 비상업 영화들이 작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면서 “부산영화제가 계속 생존해야 한다는 마음에 참여했다. 외압에 의한 시련을 겪었지만 부산국제영화제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입장을 말했다.
문근영의 복귀작 ‘유리정원’은 베스트셀러 소설에 얽힌 미스터리한 사건, 그리고 슬픈 비밀을 그린 영화. 홀로 숲 속의 유리정원에서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는 과학도를 훔쳐보며 초록의 피가 흐르는 여인에 대한 소설을 쓰는 무명작가의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세상에 밝혀지게 되는 비밀을 다룬다. ‘마돈나’ 신수원 감독의 신작으로 10월 2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의전당(부산)|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