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장우 “무명가수로 다시시작…가슴먹먹한 노래로 다가갈게요”

입력 2017-10-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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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장우. 사진제공|정실장엔터테인먼트

최근 tvN ‘수상한 가수’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가수 이장우(44)는 90년대 뜨거운 인기를 누렸던 ‘발라드 아이돌’이었다. 고교 3학년이던 1991년, 공일오비의 객원가수로 데뷔해 ‘어디선가 있을 나의 노래를 듣고 있을 너에게’ ‘너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등 공일오비의 애절한 발라드를 불러 큰 주목을 받았다.

1995년 ‘훈련소로 가는 길’을 앞세웠던 솔로 1집(1995)은 100만 장 넘게 팔렸다. 맑은 목소리로 부르는 서정성 깊은 발라드, 귀공자풍의 잘생긴 외모로 남녀 모두에게 인기가 높았다. 부르는 곳이 많다보니 “하루 일정이 열다섯 개 안팎”이었을 만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건강이 좋지 않아 입원했을 땐 “환자복을 입고 링거를 꽂은 채” 라디오에 출연하기도 했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돈도 벌었다. 그러나 1997년 3집을 내고 갑작스럽게 활동을 중단했다. 당시 소속사 문제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공백이 길어지는 사이, 그는 조용히 ‘무명가수’가 되어갔다.

20년의 세월이 흘러 이장우는 10월20일 새 싱글 ‘나쁜 놈이다’를 발표한다. 20년 만에 ‘가수 이장우’로 내는 음반이다. 2004년 손지창과 ‘피닉스’(2004)란 팀으로 1장의 음반을 냈고, 2016년엔 작곡가 양정승과 함께 ‘제이 보이스’(2016)로 또 한 장의 음반을 냈지만, 오롯이 ‘가수 이장우’를 다시 내세우기까지는 꼬박 20년이 걸렸다.

20년 만의 신작 발표를 앞두고 이장우를 만났다. 그는 매니저나 스타일리스트 등 동반자 없이 혼자였다.

“오랫동안 회사를 운영하면서, 혼자 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운전도 내가 하고, 직접 방송사에 전화해 일정을 잡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실속형 가수’가 됐다. 하하.”

가수 이장우. 사진제공|정실장엔터테인먼트


이장우는 가수 활동을 중단한 후 손지창과 프로모션·이벤트 업체 ‘베니카’를 2000년 설립했다. 가끔 공일오비 콘서트나,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청춘발라드 특집’ 등 방송에 나서기도 하고, 결혼식 축가를 부르며 ‘음악’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그의 지난 20년은 사업가 혹은 직장인의 삶이었다. 최근에는 ‘미무’라는 백화점입점 브랜드의 주방용품사업을 시작해 현재 활발히 영위하고 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야 늘 있었지만 회사 일이 바빴고, 또 오래 쉬다보니 (무대에 대한)그리움보다 두려움이 커졌다. 그러는 사이 자신감이 점점 사라지기도 했다.”

화려했던 인기의 뒤안길에서 그가 다시 가수로 나서게 된 계기는 8월 출연한 tvN ‘수상한 가수’였다. 정체를 숨기고 경연을 벌이는 포맷의 이 프로그램서 이장우는 ‘번개’라는 이름으로 나서 큰 화제를 모았다.

“‘수상한 가수’ 민철기 PD가 음지에 있던 나를 양지로 이끌어줬다. 무대에서 대중의 반응을 보면서 ‘사람들이 나를 아직도 기다리고 있었구나’라는 생각과 고마움이 겹치면서 자신감을 얻게 됐고, 용기를 내 음반을 준비하게 됐다.”

20년 만의 신작 ‘나쁜 놈이다’는 드럼과 베이스, 기타의 단출하고 여백이 많은 사운드에 목소리의 감성으로 이끌어가는 노래다. 90년대 그 시절 스타일이다.

“지금의 관점에선 세련된 사운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나를 좋아했던 부분을 그대로 살리고 싶었다. 내 목소리와 색깔과 그 떨림을 좋아했던 분들을 위해 만든 음악이다.”

이장우는 고교 시절 가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일오비 정석원에게 발탁됐다. 그리고 공일오비 2집 타이틀곡 ‘떠나간 후에’를 불렀다. 객원가수 체제의 공일오비에서 윤종신에 이어 2대 보컬이 됐다. 훗날 공일오비 장호일이 한 방송에서 “1대 보컬의 외모가 평범해, 2집에선 비디오형 가수를 뽑자고 해서 발탁한 이가 이장우”라고 우스갯소리로 소개할 만큼 이장우의 외모는 출중했다.

가수 이장우. 사진제공|정실장엔터테인먼트


공일오비 팬들이 좋아하는 공일오비의 감성 발라드를 대부분 부른 이장우는 솔로가수로도 성공가도를 달렸지만, 살인적인 스케줄에다 젊은 치기와 반항심으로 매일 같이 과음을 했다가 “의사가 활동중단을 권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 벌어둔 돈은 지인의 권유로 주식에 투자했다가 모두 날렸다. 그는 “고급 아파트 두 채는 날렸다”고 했다. 무일푼으로 전락해 힘든 생활도 했지만, 그는 인생의 큰 교훈도 얻었다. “일확천금과 요행을 노리기보다는 성실하게 일하자는 다짐”이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지금은 다시 무명가수이고, 그때만큼의 여유는 없지만, 지금의 내 삶과 몸은 그 누구보다 건강하다.”

화려했던 옛 영광은 지우고, 다시 출발선에 선 이장우는 “나의 또 다른 테스트가 시작됐다”고 했다. 이번 음반이 얼마나 많은 대중의 공감을 얻느냐, 도전을 계속할 수 있느냐를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인 시절, 설렘과 두려움이 있는데, 지금 ‘두번째 신인’으로서는 두려움이 더 크다. 팬들에게 ‘첫사랑을 다시 만났을 때의 실망감’ 같은 걸 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었어도 여전한 목소리로 가슴 먹먹한 노래, 한번쯤 추억을 생각하게 되는 인간적인 노래로 다가가겠다.”

이장우는 21일 서울 화곡동 KBS아레나에서 열리는 ‘공일오비 27주년 기념 콘서트-홈커밍’ 무대에 나선다. 이후 다양한 방송, 행사 등으로 대중 속으로 파고들 예정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가, 무엇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한가를 생각해본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두려움이 커지기 마련이지만, 나도 내가 용기를 냈으니, 나와 같은 처지의 다른 동료들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정실장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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