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회 대종상] 작품상 ‘택시운전사’…최희서 주연상&신인상 대이변 (종합)

입력 2017-10-25 20: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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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회 대종상 영화제가 선택한 최우수 작품상은 ‘택시운전사’였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54회 대종상 영화제. 이날 행사는 배우 신현준과 스테파니 리가 MC를 맡은 가운데 TV조선을 통해 생중계됐다.

앞서 대종상은 지난 2015년 “시상식에 출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가 남녀 주연상과 조연상 후보 전원과 인기상 수상자 전원이 불참하는 역풍을 맞았다. 시상식 당시 주요 배우상뿐 아니라 미술상 의상상 촬영상 등 과반수 ‘대리 수상’으로 굴욕을 맛봤다. 지난해에도 주요 배우 대부분이 불참 의사를 전했고 이병헌 만이 참석해 울림 있는 말을 남겼다.

벼랑 끝에 선 대종상은 뒤늦게 쇄신을 꾀했다. 운영 방향과 심사방식뿐 아니라 조직위 내 TF팀을 구성했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이하 ‘연매협’)와는 공동주최 협약을 맺고, ‘리부트 프로젝트’를 선언했다. 극적 타결 끝에 배우들이 대거 참석하는 긍정적인 변화를 품에 안았다. 올해는 전년도 남녀주연상 수상자 이병헌과 손예진부터 송강호 설경구 조인성 김사랑 등 많은 배우들이 자리를 지켰다.

수상은 비교적 고르게 돌아갔다. 수상 직후에는 심사위원단의 심사 결과를 하단에 CG로 공개했다. 이날 최우수 작품상은 ‘택시운전사’의 품으로 향했다.

남녀주연상은 각각 설경구와 최희서가 받았다. 특히 최희서는 여자주연상과 신인여자배우상으로 2관왕을 이뤄 놀라움을 자아냈다. ‘박열’ 속 최희서의 연기는 물론 훌륭했으나 그가 여우주연상 후보 가운데 유일한 참석자였다는 점 때문에 일말의 의문을 남겼다.

설경구는 “우리 작품이 수상을 많이 못해서 실망했는데 내가 하나 건졌다. ‘불한당’에서 입은 의상을 입고 왔다. 영화 속에 있는 묘한 감정도 들고 임시완이 곁에 있는 것 같다. 많이 보고 싶다”며 “나의 동지 송윤아 씨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마다 새로운 카드를 꺼내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15년 만에 대종상 무대에 섰다. 이전까지 한 번도 폼을 못 잡고 갔다. 3초만 폼 잡고 가겠다. 감사하다”고 마무리했다. 그는 트로피를 들고 멋진 포즈를 취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신인여자배우상을 수상할 당시 “우리 삶이 성취와 결과 위주로 가는 것이 안타깝다. 항상 감동을 주거나 흥행하지 못 할 수도 있지만 꾸준히 작품하면서 진실 되게, 포기하지 않는 배우가 되겠다”며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오로지 너만이 이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이야기해준 이준익 감독님께 감사하다. 이제훈은 나에게 평생 박열로 기억될 것 같다. 스태프와 배우들 그리고 하늘에 계신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 선생님에게도 감사하다”고 차분하게 소감을 밝혔던 최희서. 그는 여우주연상으로 자신의 이름이 다시 한번 호명되자 눈물을 흘리며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최희서는 2관왕과 관련해 “실감이 안 난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얼떨떨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다시 한번 “더 흥행하는 작품에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매 순간 진실된 연기를 할 수 있는 진정한 연기자가 되겠다”고 다부진 소감을 밝혔다.

이날 ‘박열’은 최희서의 여우주연상과 신인여자배우상뿐 아니라 의상상과 미술상까지 수상했다. 이준익 감독의 감독상까지 총 5관왕을 달성했다. 이준익 감독은 “나는 오래 영화를 하면서 이제 감이 떨어졌다. 이 상은 나와 함께 작업한 젊은 배우와 스태프가 받는 것을 대신 받는 것으로 생각하겠다”면서 “‘박열’의 후손들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남녀조연상은 ‘더 킹’의 배성우와 김소진이 나란히 수상했다. 배성우는 “같이 후보에 오른 분들이 너무나 훌륭한데 내가 받아서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좋은 감독님과 배우들, 스태프들을 만나서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조인성 정우성 류준열 김의성 선배 등 모두에게 감사하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엄마와 내 동생 배성재 아나운서에게도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연극하던 시절부터 누가 먼저 상을 받으면 이야기해주자고 했던 김희원 박혁권에게도 감사하다”면서 함께 후보에 오른 김희원을 언급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연극 ‘라빠르트망’ 공연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불참한 김소진은 영상을 통해 인사했다. 그는 “공연 때문에 직접 참석하지 못해 아쉽고 죄송하다. 좋은 선배들과 좋은 상의 후보에 올라서 기쁘고 영광”이라며 “‘더 킹’의 밀도 있는 작업 현장이 큰 공부가 됐다. ‘더 킹’ 덕에 새로운 활력을 얻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대종상 영화제에서 인사드릴 수 있어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더 킹’ 한재림 감독은 시나리오상을 거머쥐었다.

신인남자배우상은 ‘청년경찰’의 박서준에게 안겼다. 박서준은 “올 한해 ‘청년경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스태프의 영광을 내가 대신 누리는 것 같아서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겸손한 멘트로 소감을 시작했다. 그는 “‘너 같이 생긴 애가, 너 같은 성격을 가진 애가 어떻게 배우가 되고 연기를 하겠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시대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며 “이 시대에 태어나서 살아갈 수 있게 낳아준 부모님께 감사하다. 팬들에게도 감사하다. 극장을 찾아주는 관객들에게 훌륭한 연기를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별상의 주인공은 故 김영애였다. 관객석을 채운 배우들은 기립해 고인을 추모했다. 음악상은 ‘가려진 시간’의 달파란이 받았으며 ‘가려진 시간’의 엄태화 감독도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악녀’는 촬영상과 기술상을 수상했다.

한때 파국으로 치달았던 대종상 영화제의 ‘오늘’은 다행히 어제와 달랐다. 100%는 아니었지만 배우와 감독 등 주요 후보들의 높은 참석률, MC 신현준이 ‘하드캐리’한 안정된 진행, 심사 결과 공개를 통해 얻은 투명성. 갈등 끝에 체면치레에 성공한 대종상은 이제 더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게 됐다.


<제54회 대종상 영화제 수상자·작>
▲최우수작품상=택시운전사
▲감독상=이준익(박열)
▲시나리오상=한재림(더 킹)
▲남우주연상=설경구(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여우주연상=최희서(박열)
▲남우조연상=배성우(더 킹)
▲여우조연상=김소진(더 킹)
▲신인남자배우상=박서준(청년경찰)
▲신인여자배우상=최희서(박열)
▲신인감독상=엄태화(가려진 시간)
▲촬영상=박정훈(악녀)
▲편집상=신민경(더 킹)
▲조명상=김재근(프리즌)
▲음악상=달파란(가려진 시간)
▲의상상=심현섭(박열)
▲미술상=이재성(박열)
▲기술상=김기남 외 6명(악녀)
▲기획상=최기섭 외 1명(택시운전사)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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