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심동섭. 스포츠동아DB
지난해까지 심동섭의 포스트시즌(PS) 경험은 2011년 SK와 준플레이오프(준PO)가 유일했다. 2016시즌에는 와일드카드결정전(WC)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한 아픈 기억이 있다. 정규시즌 팀 내 최다 54경기에 등판하며 마운드를 지켰지만 가을야구 엔트리에서 그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9월 이후 14경기에서 방어율 8.53으로 무너진 게 결정적 이유였다. 게다가 당시 WC 엔트리에 포함된 좌투수가 양현종과 고효준, 두 명뿐이었다는 점이 심동섭에게 더 큰 자극제가 됐다.
정규시즌 내내 고생한 제자를 엔트리에서 빼야 하는 김 감독의 마음도 편하지 않았을 터. 그래서일까. 김 감독은 심동섭에게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을 잊지 말라”는 짧고 굵은 메시지만 남겼다. 심동섭은 “WC 엔트리에 들지 못한 직후였다. 감독님께서 ‘지금 이 순간을 잊지 말라’는 말씀만 해주셨다”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올해 심동섭의 입지는 달라졌다. 정규시즌뿐만 아니라 KS에서도 그렇다. 29일 4차전까지 양현종이 완봉승을 거둔 2차전을 제외한 3경기에 모두 등판한 것은 그를 향한 김 감독의 믿음을 보여준 한 단면이다. 투구 내용도 흠 잡을 데 없었다. 그가 1.1이닝 동안 삼진 3개를 솎아내며 한 점도 내주지 않은 덕분에 KIA는 4차전까지 3승1패의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지금 심동섭의 어깨 상태는 100%가 아니다. 재활과 치료를 병행하며 통증을 줄였지만, 여전히 완벽한 상태는 아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투구 시 팔각도를 올렸는데, 동작이 익숙하지 않다 보니 통증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따른 스트레스도 심했다. 그는 “팔을 내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팔을 올리면) 통증이 있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KS 우승을 향한 의지는 꺾을 수 없다. “일단 KS를 잘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운을 뗀 그는 “어떤 상황이든, 마운드에 오르면 무조건 내 베스트로 공을 던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잠실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