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KIA타이거즈와 두산베어스 경기가 열렸다. KIA가 7-6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통합 우승을 차지한 후 김기태 감독과 김주찬이 우승트로피를 받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김기태 감독을 비롯한 KIA 선수단의 ‘동행야구’는 시작부터 힘을 냈다. KIA는 3월 31일과 4월 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시즌 개막전에서 2연승을 올리며 올 시즌 돌풍을 암시했다. 이후 시즌 10번째 경기인 4월 12일 잠실 두산전에서 승리하면서 다시 공동 1위로 올라서더니 10월 3일 최종전(수원 kt)까지 장장 175일 동안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KBO리그 출범 후 역대 최장기간 1위를 지킨 팀이 됐다.
위기와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이는 바람에 여기저기서 “1위답지 않은 1위”라는 악평이 쏟아졌다. 시즌 중반 NC에, 시즌 막판 두산에 거센 추격을 당하자 “압도적인 맛이 없는 1위”라는 혹평도 쏟아졌다. 시즌 초반 외국인타자 로저 버나디나가 부진하자 “퇴출하라”는 성토가 이어졌고, 시즌 중반 외국인투수 팻딘이 비틀거리자 “바꿔라”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불안한 불펜 때문에 뒷목을 잡는 팬들도 많았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은 선수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서로 부축하면서 완주했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처럼, KIA는 함께 가는 ‘동행야구’로 약점을 보완하면서 시즌은 물론 KS까지 차돌 같이 단단한 팀워크의 위력을 발휘했다. 가장 큰 고민거리로 지적돼 온 불펜이 KS에서는 승리의 원동력으로 탈바꿈한 것도 따지고 보면 서로를 탓하기보다는 함께 가는 동행야구가 힘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물론 특출 난 선수들도 튀어나왔다. 양현종과 헥터는 21세기 최초로 20승 투수 듀오로 우뚝 섰고, 타선은 사상 최초로 7명의 3할 타자를 배출하면서 역대 최고 팀타율 0.302를 기록하기도 했다.
프런트의 측면지원도 무시할 수 없다. FA 최형우를 4년 총액 100억원에 영입했고, 트레이드마다 대박을 쳤다. 개막 직후인 4월 7일 SK와 4대4 트레이드를 단행해 영입한 포수 김민식과 외야수 이명기가 팀 전력의 핵으로 자리 잡았고, 트레이드 마감시한인 7월 31일 넥센에서 데려온 김세현은 KS에서 수호신으로 승리를 지켰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어디부터 손대야할지 모를 정도로 허술하기 짝이 없던 KIA가 가장 짜임새 있는 팀으로 탈바꿈했다.
사상 최초로 광주 100만 관중시대를 연 KIA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도 빼놓을 수 없는 힘이었다. KIA가 선전하면서 KIA 팬들이 집결하고, KIA 팬들의 응원 속에 선수들은 더욱 힘을 냈다. 여기에 김선빈이 KS 미디어데이에서 말한 ‘간절함’이 더해지면서 KIA는 2009년 이후 8년 만에 통합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선수단, 프런트, 팬, 그리고 간절함이 ‘4륜 구동’으로 작용해 KIA는 2017년 가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기적의 V11을 완성했다.
잠실 | 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