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비를 살리자니 박찬희가 죽고…전자랜드 포지션 딜레마

입력 2017-11-01 18: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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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랜드 셀비. 사진제공|KBL

전자랜드의 외국인가드 조쉬 셀비(26·187㎝)는 탁월한 개인기량을 가진 선수다. 레이크 클리프턴 고교졸업반 시절 전미 포지션(가드)랭킹 3위에 오르는 특급유망주였다. 비록 기대만큼 성장하지는 못했지만 미국프로농구(NBA) 무대를 경험하기도 했다. 전자랜드 유도훈(51) 감독은 팀의 해결사 역할을 맡아줄 적임자로 셀비를 선택했다. 그는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에서 8경기 출장해 평균 21.0점을 기록하면서 팀의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문제는 포지션 중복 문제다. 셀비는 볼 소유가 많다. 이 바람에 팀의 주전 포인트 가드 박찬희(30)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축소되고 말았다. 박찬희는 지난시즌 평균 7.4어시스트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이 활약을 바탕으로 전자랜드와 계약기간 5년, 보수총액 5억원에 FA재계약을 맺었다. 지난 8월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서는 평균 8분7초만을 뛰고도 5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절정의 패스능력을 뽐냈다.

박찬희는 볼을 가지고 있을 때 능력이 잘 발휘되는 선수다. 하지만 셀비의 입단으로 역할이 축소됐다. 어시스트는 평균 4.6개로 확 줄었다. 셀비와 함께 뛸 때는 볼을 거의 잡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 감독은 시즌 전 연습경기 때 박찬희를 포인트가드, 셀비를 슈팅가드로 하는 퍼즐을 맞춰봤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해결책을 찾지는 못했다.

전자랜드 박찬희. 사진제공|KBL


유 감독은 “박찬희가 대표팀에 선발되는 것도 수비가 첫 번째 이유 아닌가. 수비 쪽에 더 비중을 뒀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마냥 수비 옵션으로만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박찬희의 패스, 속공전개 능력이 아까울뿐더러 팀이 5억짜리 FA 수비수와 재계약한 모양새 밖에 되지 않는다. 셀비를 살리자니 박찬희가 죽고, 박찬희의 비중을 높이자니 셀비의 공격리듬이 깨질 수 있다. 그래서 셀비 딜레마가 생겼다.

최근 브랜든 브라운(32·194㎝)의 영입은 이 같은 셀비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다. 브라운은 2대2플레이에 능해 박찬희의 패스능력을 살릴 확실한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 전자랜드는 박찬희-브라운의 2대2 공격을 시도하가다 풀리지 않으면 셀비에게 1대1을 맡기는 식으로 공격을 풀어나가고 있다. 브라운 합류 이후 박찬희의 어시스트는 평균 5.3개로 증가했고 전자랜드는 3연승 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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