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 셀비. 사진제공|KBL
문제는 포지션 중복 문제다. 셀비는 볼 소유가 많다. 이 바람에 팀의 주전 포인트 가드 박찬희(30)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축소되고 말았다. 박찬희는 지난시즌 평균 7.4어시스트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이 활약을 바탕으로 전자랜드와 계약기간 5년, 보수총액 5억원에 FA재계약을 맺었다. 지난 8월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서는 평균 8분7초만을 뛰고도 5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절정의 패스능력을 뽐냈다.
박찬희는 볼을 가지고 있을 때 능력이 잘 발휘되는 선수다. 하지만 셀비의 입단으로 역할이 축소됐다. 어시스트는 평균 4.6개로 확 줄었다. 셀비와 함께 뛸 때는 볼을 거의 잡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 감독은 시즌 전 연습경기 때 박찬희를 포인트가드, 셀비를 슈팅가드로 하는 퍼즐을 맞춰봤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해결책을 찾지는 못했다.
전자랜드 박찬희. 사진제공|KBL
유 감독은 “박찬희가 대표팀에 선발되는 것도 수비가 첫 번째 이유 아닌가. 수비 쪽에 더 비중을 뒀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마냥 수비 옵션으로만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박찬희의 패스, 속공전개 능력이 아까울뿐더러 팀이 5억짜리 FA 수비수와 재계약한 모양새 밖에 되지 않는다. 셀비를 살리자니 박찬희가 죽고, 박찬희의 비중을 높이자니 셀비의 공격리듬이 깨질 수 있다. 그래서 셀비 딜레마가 생겼다.
최근 브랜든 브라운(32·194㎝)의 영입은 이 같은 셀비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다. 브라운은 2대2플레이에 능해 박찬희의 패스능력을 살릴 확실한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 전자랜드는 박찬희-브라운의 2대2 공격을 시도하가다 풀리지 않으면 셀비에게 1대1을 맡기는 식으로 공격을 풀어나가고 있다. 브라운 합류 이후 박찬희의 어시스트는 평균 5.3개로 증가했고 전자랜드는 3연승 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