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제 기자회견] 조덕제 “영화인마저 등돌려…공정하게 진상 규명해달라”

배우 조덕제가 2차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을 만났다.

조덕제는 7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수표로 피앤티스퀘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먼저 “힘들고 고달픈 송사 과정에서 억울함과 답답함에 무너지려는 마음을 다잡고 갈기갈기 찢긴 가슴을 잡으며 앞으로 걸어가면 진실이 밝혀질 거라 믿고 버텨왔다”고 고백했다.

조덕제는 2015년 4월 영화 촬영 중 상호 협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배우 A씨의 속옷을 찢고 바지에 손을 넣어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달 2심 공판 재판부는 무죄였던 원심을 깨고 조덕제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조덕제는 현재 상고장을 제출하고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덕제는 “1심과 2심에서의 차이는 재판부의 시각과 관점의 차이다. 1심에서는 영화 현장의 특수성과 촬영장의 상황을 통해 이해를 구하고자 노력했다. 참여한 스태프의 사실 확인서를 제출했고 스태프가 증인으로 나와 증언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업무상의 정당 행위로 판단하고 촬영 중의 연기로 판단, 나는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2심에서 재판부는 여배우의 주장이 일관되다는 이유를 들어 유죄 선고를 했다. 감독의 지시에 충실한 내 연기를 연기로 받아들이지 않고 사회의 일반적인 성폭력 상황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영화에 몰입한 연기자의 열연을 현실 상황에서 흥분한 범죄자가 한 행동으로 오인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런 느낌이 들었다면 연기자는 감독의 지시와 자신의 배역에 충실한 것으로 리얼리티를 살렸다는 칭찬을 받을 것이 맞을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감동하고 화를 내는 동질성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이야 말로 감독과 연기자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덕제는 “영화적인 리얼리티로 인해 그것이 현실에서 일어난 것처럼 혼동한다면 그로 인한 판단은 정확한 것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영화적인 의미에서의 연기적인 리얼리티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내가 추행을 했다는 명확한 근거도 밝히지 못했다. 판사는 내가 연기를 하다가 일시적으로 우발적으로 흥분해서 그랬다고 판단했다. 우발적으로 흥분했다는 내용만 봐도 영화적 몰입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와 영화 촬영, 연기 상황에 대한 구분을 전문가인 영화인들은 알 것”이라고 재판부의 판단에 반박했다.


조덕제는 이번 사건을 영화인들의 판단에 따르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영화인에게 물어봐달라. 20년 이상을 연기한 조단역 배우가 그 많은 스태프가 있는 현장에서 연기하면서 일시적으로 흥분할 수도 없을뿐더러 흥분 상태에서 연기자임을 망각하고 성추행을 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정신병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현재 영화계 내에도 신문고라고 하는 기구가 있다. 영화계 문제를 자체적으로 원만히 해결하고 사실 관계의 확인과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재판 중인 사건은 다루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 사건을 다루지 않았다”며 “촬영장에서 생긴 일로 인해 생긴 법정다툼이니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몇몇 영화단체들은 무죄가 선고된 1심 후에 여성 민우회 등과 함께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취했다. 재판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한 그들은 사실 확인과 진실 규명도 없이 나를 매도하고 공격했다. 왜, 어떤 이유로 여성 단체를 따라다니며 그들의 주장과 입장만을 따르고 피켓을 들고 서 있는 것인가. 그 과정에서 내 목소리와 입장을 묻지도 들어주지도 않았다. 무슨 이유로 나를 비판하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여성영화모임,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배우 A씨에 대한 배우 조덕제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는 지난달 24일 ‘남배우 A 성폭력 사건 항소심 유죄 판결 환영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건 당사자인 A씨는 편지를 통해 “나는 폭행과 추행을 당했다. 사전에 상대 배우와 논의하고 동의를 얻는 것이 합의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나와 합의하지 않은 행동을 했다. 이런 것이 영화계의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옹호돼서는 안 된다”고 피력했다.


조덕제는 눈물을 흘리며 해당 사건에 대해 무책임하게 방관하는 감독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현장의 총책임자는 감독이다. 영화 전체의 흐름뿐 아니라 총괄을 맡는다. 촬영장에서 벌어지는 사고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즉각 조치를 취하게 된다. 좋은 영상을 찍는 것뿐 아니라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하는 것이 감독의 또 다른 의미다. 부부 사이 강간 장면을 연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뭇 긴장된 상태였다. 가까운 거리에 감독님과 카메라 감독과 스태프의 시선이 있었다. 촬영 상황에 문제가 있었다면 여배우는 당연히 촬영을 멈춰달라고 요구해야 했다. 감독님도 NG를 외치고 상황을 정리해야 했다”면서 “그런데 결국 여배우와 감독, 두 사람이 한 편이 되어서 조단역을 맡은 나를 강제 하차시키는 상황까지 몰고 갔다. 법정으로까지 옮겨졌다. 나에게는 배우로서 살아온 평생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는 힘든 싸움이 됐다. 나는 영화인마저 등돌린 상황에서 혼자 모두 감내하고 버텨나가야 했다”고 고백했다.

마지막으로 조덕제는 “내 사건을 영화인들의 손으로 철저히 진상 조사해주고 검증해줬으면 좋겠다. 여성 단체의 입장에 선 단체들도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인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내 사건을 제대로 다시 조사하고 진실을 규명하는데 동참해 달라. 여성 단체에 치우지지 말고 영화계로 돌아와서 처음부터 공정한 절차로 진상을 규명해주기를 간절히 호소한다. 나를 조사해달라. 어떤 시험대라도 오르겠다. 영화인들이 조사하고 검증한 결과라면 마땅히 나는 결과를 존중하고 받아들이겠다. 영화인들이 함께 나서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읍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논란이 된 영화 ‘사랑은 없다’에 참여했던 주요 스태프와 이지락 메이킹 촬영 기사가 참석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