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R MVP’ 이다영, 그늘 속에서 벗어나 날개 펴나

입력 2017-11-0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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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2017-2018 도드람 V리그’ 수원 현대건설과 서울 GS칼텍스의 경기가 열렸다. 현대건설 이다영이 가로막기를 성공시킨 뒤 포효하고 있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현대건설 이다영(21)은 2014~2015시즌 1라운드 2순위로 프로무대를 밟았다. 쌍둥이 언니 이재영(흥국생명·21)과 함께 상위지명을 받으며 프로 첫 발을 ‘꽃길’로 내딛었다.

그러나 첫 발걸음을 뗀 뒤에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이다영은 올해초까지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과 나홀로 고군분투했다. 가장 먼저 그를 압박한 건 ‘국가대표 세터’ 염혜선의 존재였다. 염혜선은 올 시즌을 앞두고 IBK기업은행으로 이적했지만, 이다영은 그 전까지 붙박이 주전에 밀려 3년 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심지어 지난 시즌에는 라이트로도 기용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언니 이재영의 활약도 내심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었다. 이재영은 지난 시즌 흥국생명의 주포 역할을 맡아 팀을 정규시즌 우승으로 이끌었다. MVP까지 차지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는데, 이다영의 미진한 활약은 언니 이재영과 종종 비교되곤 했다.

넘치는 끼와 눈에 띄는 외모가 역차별을 불러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는 올스타 팬투표에서 매번 높은 득표를 기록해 별들의 무대에 단골손님으로 초대됐다. 특유의 끼를 발휘하며 팬서비스에 나섰지만, 올스타가 끝나면 돌아오는 대답은 ‘춤 출 시간에 연습이나 더 해라’ 등의 비난이었다.

현대건설 이다영. 스포츠동아DB


절실하게 변화가 필요했다. 짙은 그늘 속에 있는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은 새로운 사령탑 이도희 감독이었다. ‘국가대표 세터’, ‘컴퓨터 세터’로 이름을 날렸던 이 감독은 이다영을 주전 세터로 키울 것을 천명하며 올 시즌을 시작했다. 이다영은 스승의 믿음에 즉각 보답했다. 1라운드 세트 부문에서 세트 당 11.5개를 기록해 전체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블로킹도 세트 당 0.65개를 기록해 특유의 장신 이점을 십분 살렸다. 그는 활약을 인정받아 1라운드 MVP로 선정됐다.

그러나 스스로의 기량에 100% 만족할 수는 없다. 이다영은 8일 수원에서 열린 GS칼텍스전에서 불안한 토스로 공격진의 효율을 극대화시키지 못했다. 공수에서 흔들린 현대건설은 GS칼텍스에게 세트스코어 2-3으로 패하면서 2라운드 첫 패를 당했다. 이 감독은 “이다영은 올 시즌 경기 몰입도가 매우 높아졌다. 하지만 경기 운영과 템포 조절에서는 여전히 훈련이 많이 필요하다”며 당근과 채찍질을 함께했다.

수원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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