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연잡]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감방’ 아닌 ‘감빵’이 된 이유

입력 2017-11-0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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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포스터. 사진제공|tvN

22일부터 방송하는 tvN 새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응답하라’ 시리즈를 히트시킨 연출자 신원호 PD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지만 독특한 제목으로도 시선을 끈다. ‘감빵’은 표기법상 ‘감방’(교도소에서 죄수를 가두는 방)으로 써야하고, 현재는 ‘수용실’로 순화해서 쓰고 있지만, 제목에서는 된소리 그대로 표기했다. 맞춤법이 틀린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제작진은 ‘감빵’을 제목으로 썼다.

이유는 간단하다. 드라마의 분위기를 잘 살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제작진은 기획과정에서부터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제목을 정하고 캐스팅을 완료했지만, 방송 날짜를 확정하면서 내부적으로 ‘감빵’ 표기에 대한 고민이 나왔다. 대중에게 익숙하긴 하지만, 방송 콘텐츠의 제목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12년 KBS 2TV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도 애초 ‘차칸남자’라고 제목을 지었다가, 한글학회 등 한글단체들이 KBS에 항의공문을 보내는 등 반발에 부딪혔다. 당시 KBS 측은 “제작진의 창작정신을 존중하자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양해를 구했지만, 항의가 계속되자 결국 “예술 창작 정신의 자유에 앞서 시청자의 정서를 고려했다”며 방송 3회부터 제목을 변경한 바 있다.

다행히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같은 맞춤법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만 대중이 얼마만큼 호의적으로 수용하느냐가 과제이다.

드라마는 교도소를 배경으로 재소자들이 어떤 이유로 옥살이를 하게 됐는지를 인간적으로 접근해 그린다. 따뜻한 휴머니즘을 강조할 예정이어서, 제목도 ‘친숙함’에 무게를 뒀다.

드라마 관계자는 “글씨체 디자인을 잘 활용해 ‘감빵’이란 단어가 시청자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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