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이 아닌 심장으로 하는’ GS 칼텍스의 겁 없는 배구

입력 2017-11-1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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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2017-2018 도드람 V리그‘ 수원 현대건설과 서울 GS칼텍스의 경기가 열렸다. GS칼텍스가 현대건설에 세트스코어 3-2로 승리한 뒤 차상현 감독이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배구는 구기 종목 중에서 유독 ‘높이’가 강조되는 스포츠다. 선수들의 신장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은 실로 크다. 블로킹을 주도하는 센터진과 그 센터진을 넘어 득점을 노리는 공격진은 모두 높이에서 우위를 가져야 유리한 승부를 가져갈 수 있다.

‘큰 키’는 여자배구에서도 선수가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공격옵션이다. 높이의 배구로 유명한 현대건설은 수년 전부터 190㎝의 장신듀오인 김세영과 양효진을 주전 센터로 기용하고 있다. 블로킹뿐만 아니라 속공에서도 높은 타점을 자랑해 상대편에게는 공포 그 자체다. 이처럼 키가 큰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으면 활용할 수 있는 공수 옵션의 폭이 넓어진다. 선수로서 큰 키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배구에서는 흔히 말하는 ‘금수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신장이 배구 경기력에 100% 영향을 미치는 절대 조건은 아니다. 올 시즌 이를 증명하는 팀이 바로 GS칼텍스다. GS칼텍스는 센터 문명화(189㎝)를 제외하면 주전 대부분이 180㎝ 초반의 키를 가진 선수들이다. 심지어 최근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신예 세터 한수진은 165㎝의 단신이다. 외국인선수 파토우 듀크 역시 180㎝로 외국인선수들 중 최단신이다.

GS칼텍스 듀크. 사진제공|KOVO


이들 ‘단신 군단’의 힘이 여실히 드러난 경기가 8일 현대건설전이었다. GS칼텍스는 1세트에서 상대 미들 블로커들에게 고전하며 석패했지만, 2세트부터 특유의 빠르고 과감한 공격으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어 세트 스코어 3-2 승리를 거뒀다. 표승주(182㎝)와 강소휘(180㎝)의 활약이 빛났는데, 어린 나이답지 않은 과감한 스윙으로 현대건설 수비진을 농락했다. 37점을 합작하면서 둘 모두 40%대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은 경기 전 “GS칼텍스는 어린 선수들이 겁 없이 덤벼들 때 가장 무서운 팀이다. 우리가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라며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적장의 사전 경계에도 불구하고 GS칼텍스 선수들에게는 막힘이 없었다. 정공법으로 승부를 걸며 1위 현대건설의 높이를 극복해 소중한 승점 2점을 챙겼다.

GS칼텍스 강소휘-표승주(오른쪽). 사진제공|KOVO


올 시즌 V리그는 1라운드를 마치고 2라운드에 돌입했다. GS칼텍스는 여전히 하위권에 위치해 있어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불리한 조건에서도 그들만의 배구를 하는 이들의 질주는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신장이 아닌 심장’으로 하는 GS칼텍스만의 배구가 어디까지 올라갈지 궁금하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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