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공소남닷컴] 로맨스보다 인생…또 다른 ‘타이타닉’

입력 2017-11-2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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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호 1등석 승객들의 칵테일파티 장면(1막). 배의 내부를 표현한 철골 구조의 무대 세트가 독특하다. 사진제공|오디컴퍼니

■ 뮤지컬 ‘타이타닉’

영화보다 먼저 첫 선, 20년 만에 국내 첫 상륙
모두가 주연…러브 스토리 아닌 인생사 다뤄


지난 8일 개막의 고동소리를 시원하게 울린 뮤지컬 타이타닉. ‘타이타닉’하면 당장 동명의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가 떠오릅니다. 타이타닉의 비극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잭 도슨 역)와 케이트 윈슬렛(로즈 역)의 신분의 차이를 넘어선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가 오래도록 기억되는 영화.

“이 배의 탑승권을 따낸 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어. 당신을 만났으니까(잭 도슨)”, “약속해줘요. 꼭 살아남겠다고(로즈)”와 같은 명대사는 개봉한 지 20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귓가에 쟁쟁합니다. 뭐니 뭐니 해도 로즈가 뱃머리에서 두 팔을 벌리고 “아임 플라잉!(나는 날고 있어)”을 외쳤던 명장면. 관광 유람선에서 누구나 한 번쯤 따라해 보았던 이 장면을 잊을 수 없죠.

그런데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아임 플라잉 언제 나와?”하고 기다려봐야 뮤지컬에서는 볼 수 없습니다. 심지어 “이거 타이타닉 맞아?”하고 시큰둥한 의문을 품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습니다. 뮤지컬 타이타닉은 영화와는 소재만 같을 뿐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왜냐고요? 뮤지컬이 영화보다 먼저 세상에 나왔기 때문입니다. 둘 다 1997년에 첫 선을 보였지만 뮤지컬이 좀 더 빠릅니다.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뮤지컬도 영화 못지않은 걸작으로 평가 받았죠. 이 해 토니어워즈 5개 부문, 드라마데스크어워즈 1개 부문에서 수상을 했습니다.

잭 도슨과 로즈의 러브 스토리를 주요 소재로 삼은 영화와 달리 뮤지컬은 타이타닉호에 승선한 승객들 전원이 주연입니다. 모든 캐릭터가 동등한 비율로 등장해 각자의 인생과 사연을 풀어갑니다. 심지어 한 배우가 몇 명의 캐릭터를 맡기도 합니다. 보고 있으면 마치 인간사의 회전목마를 보는 것 같은 재미가 있습니다. ‘관객’들은 거대한 타이타닉호에 동반 탑승한 ‘승객’의 체험을 하게 됩니다.

뮤지컬 ‘타이타닉’의 한 장면. 사진제공|오디컴퍼니


처음부터 끝까지 변화가 없는 철골구조의 무대세트도 인상적이더군요. 배의 겉모습이 아닌 속을 묘사했습니다. 이 작품의 무대는 폴 테이트 드푸라는 무대디자이너의 작품입니다. 그는 “배에 올라 있다는 추상적인 느낌, 그 정도이길 바랐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작곡가 모리 예스톤의 넘버들도 타이타닉이 남긴 5일간의 드라마틱한 여정을 잘 그려놓았습니다.

모두가 주연이고, 모두가 조연인 작품인 만큼 배우들의 오밀조밀한 연기를 보는 맛이 좋습니다. 문종원, 이희정, 윤공주, 정동화, 이지수, 김용수, 김봉환 등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들이 ‘회전목마’에 올라탑니다. 화부 프레드릭 바렛 역의 켄(VIXX)은 노래와 연기도 꽃 같은 외모 못지않더군요. 뮤지컬 작품에 은근히 자주 출연하고 있는데, 성큼 성큼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제 마지막 한 줄 소감.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그러나 결국은 같은 타이타닉의 비극적 감동을 무대에서 느껴볼 수 있는 작품. 보는 이에 따라서는 1막이 살짝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2막에서는 인정사정없이 가속페달을 밟아버립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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